기자명 윤영주 수습기자 (webmaster@skkuw.com)


 

지난해 128, 만 나이 사용을 명확히 규정한 민법·행정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른바 만 나이 통일법이 새롭게 채택된 것이다. 우리나라만의 독자적인 나이 계산법에서 벗어나 국제 통용 기준을 따른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국민도 있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만 나이 통일법이 적용되기 시작하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 이는 과연 적절한 시기의 적합한 변화일까?


일부 법령 제외 대부분의 민법·행정법은 만 나이를 기준으로
우려와 기대에 상반된 반응 공존해



만 나이 통일법이란

만 나이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나이 계산법으로 출생일 기준 1년이 지났을 때, 즉 매년 생일마다 한 살씩 나이를 더한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일반적으로 세는 나이를 사용해 왔고, 이는 출생과 동시에 1살이 되는 계산법이다. 예를 들어 1231일에 출생한 아이는 하루 만에 두 살이 되는 셈인데, 이와 같은 극단적인 계산방식으로 인해 대부분의 동아시아 국가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세는 나이를 폐지한 상황이다. ‘연 나이는 현재 연도에서 출생 연도를 뺀 나이 계산법으로, 청소년 보호법과 병역법에 대해서는 이 계산법을 사용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일상생활에서 세는 나이를 사용하지만, 법조문이나 계약서 작성 시 만 나이를 주로 사용하다 보니 사회적, 행정적으로 혼선이 발생하곤 했다.


나이 계산법의 대대적인 변혁
만 나이 통일은 만 나이 세는 나이 연 나이의 여러 가지 나이가 혼용돼 발생하는 혼선을 해소하기 위해 추진됐으며, 윤석열 대통령의 대표적 대선 공약이자 윤석열 정부 120대 국정과제 중 13번째 과제다. 지난해 12, 만 나이 통일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6개월의 과도 기간을 거쳐 다음 달 28일부터 전격 시행될 예정이다. 법제처 보도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만 나이를 사용하는 문화가 일상 속에서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관련 부처와 긴밀하게 협력해 대국민 홍보를 실시할 계획이다.


예외 법령을 둬 융통성 있게
우리나라는 상당수의 법률에 지금도 이미 만 나이를 반영하고 있다. 계명대학교 행정학과 성영태 교수는 현재 민법상 나이는 이미 만 나이로 적용돼왔고, 다른 법에서도 특별한 규정이 없는 이상 만 나이를 준용해왔다라며 만 나이 통일법으로 인해 대학생들이 체감할 수 있는 유의미한 변화는 크지 않을 전망이라고 전했다. 또한 대학생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교육 관련 법령 병역법 시험 응시 나이 법령 등은 개정되지 않는 한 연 나이 기준을 계속 유지할 것이기 때문에 대학생들의 일상적 체감은 크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만 나이를 반영하고 있지 않은 법령에 한해 만 나이 통일법 시행으로 인한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이런 혼란을 막고자 만 나이 통일법이 시행되더라도 모든 법령이 만 나이 기준을 따르지는 않도록 했다. 일례로 현재 우리나라는 연 나이 계산법을 써서 연 19세 미만을 청소년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만 나이 계산법을 쓰게 되면 같은 해에 태어났다 하더라도 음주와 흡연 규정에서 사람마다 각기 다른 기준을 가지게 된다. 이와 같은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청소년 보호법, 병역법을 포함한 62개의 법령에 한해서 연 나이 기준을 유지한다. 이처럼 효율적인 방향으로 예외 법령을 둬 적절한 나이 계산법을 사용할 것이며, 추후에 국민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연 나이 규정 법령을 결정할 계획이다.


우려와 기대의 목소리 공존해
일각에는 만 나이 통일법의 시행으로 빚어질 혼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존재한다. 학생들은 같은 학년이더라도 각기 다른 나이가 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김원정(경영 23) 학우는 “18, 19살은 고등학생인 것처럼 각 나이에 대한 이미지가 있었는데 이 고착화된 이미지가 흐려질 것 같다라고 우려되는 문제점을 짚었다. 또한 6월 출생을 기준으로 많게는 두 살까지 어려지게 되면서 나이 계산이 복잡해져 한동안은 포털사이트에 있는 만 나이 계산기만 두들기며 혼란이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지난해 9월 국민신문고 국민생각함을 통해 총 6,293명에게 실시된 국민 의견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1.6%가 만 나이 통일을 담은 민법 및 행정 기본법 개정안의 처리가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여러 가지 나이 계산법의 혼용으로 인한 불편이 해소될 것이라 보고 나이가 어려진다는 것에 큰 기대의 목소리를 냈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만 나이 계산법을 기준으로 삼고 있기에 우리나라 또한 국제 기준을 지키게 돼 혼란이 줄어들 것이라는 긍정적인 반응도 다수였다.


만 나이,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
외신 또한 우리나라의 대대적인 나이 계산법 변화에 큰 관심을 보였다. CNN은 우리나라의 나이가 국제적인 기준과 같아짐에 따라 그간 한국식 세는나이 때문에 야기됐다고 여겨지는 불합리한 서열 문화, 특정 시기의 출산 기피 등의 사회 문제가 해소될 전망이라 보도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는 오랜 세월 뿌리 깊게 내려진 서열 의식이 만 나이 통일법 시행으로 단번에 해결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본다.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신지영 교수는 우리나라가 현재까지 세는나이를 버리지 못한 요인은 서로 나이를 따져 위아래를 구분하는 서열 문화 때문이라며 만 나이 통일법의 시행이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연령 권력의 문제를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만 나이 통일법의 도입으로 기대감을 품고 있는 시민들도 많지만 이로 인해 발생할 혼란에 대해 시민들의 걱정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기대와 우려 속에 시행될 만 나이 통일법은 결국 중심이 되는 나이 계산법의 부재로 인한 고충을 해소할 목적임을 인지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일상에서 만 나이 사용 문화가 하루빨리 정착할 수 있도록 국가의 적극적인 홍보활동과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때다.

 
일상 생활에서 만 나이 상용 의향. ⓒ법제처
일상 생활에서 만 나이 상용 의향. ⓒ법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