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지빈 수습기자 (webmaster@skkuw.com)

 

오래 앉아서 컴퓨터를 쓰다 보면 종종 목이나 허리 통증을 경험하곤 한다. 그럴 때 자세를 확인해 보면 다리를 꼬고 앉았거나 모니터를 향해 허리를 숙인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런 바르지 않은 자세가 통증의 원인이다. 이에 본지는 바르지 않은 자세가 척추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고자 한다.


현대인의 잘못된 자세 습관
지속적이면 척추 질환 및 변형으로 이어질 수도



잘못된 자세와 척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해 국내 척추 질환 및 변형 환자 수가 2012년에 비해 2.7%포인트 상승해 22%가 됐다고 밝혔다. 전체 국민 5명 중 1명이 척추 질환을 앓고 있는 셈이다. 진단받은 연령은 평균 36.9세로 특히 20~30대가 40%로 가장 많았다. 강북삼성병원 재활의학과 이용택 교수는 현대인들은 운전, 컴퓨터 작업 등 장시간 앞이나 아래를 본 채 앉아있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이는 등뼈가 볼록하게 나오는 정도를 강조하는 자세로, 척추에 무리를 준다고 전했다.

이렇듯 자세는 척추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사람이 가만히 앉아있을 때 척추는 체중을 지탱하는 과정에서 큰 힘을 받는다. 이때 척추뼈 사이사이에 존재하는 *디스크에 가해지는 압력은 누운 자세에 비해 약 4배 크다. 특히 허리를 숙일수록 디스크 앞쪽에 하중이 집중돼 곧은 자세일 때에 비해 받는 압력이 커진다. 이는 나아가 디스크가 뼈 사이로 탈출해 신경을 건드리는 추간판 탈출증을 야기할 위험이 있다. A학우는 오랜 시간 과제를 하면 허리를 점차 숙이게 되는데, 그때마다 잦은 통증을 느낀다고 말했다.


구부러진 등, 척주후만증
척추는 위치한 부위에 따라 경추, 흉추, 요추로 나뉘며 보통 목뼈, 등뼈, 허리뼈로 일컬어진다. 이때 흉추의 *후만이 증가하거나 경추, 요추의 *전만이 없어지면서 척추가 연결돼 C자 형태를 이루는 것을 척주후만증이라고 한다. 통상적으로 척주후만증은 질환으로 생각되나 엄밀히 분류하자면 척추 변형의 한 형태다. 척주후만증은 원인에 따라 노인성 선천성 자세성 등으로 구별된다.

노인성 척주후만증은 *골다공증으로 약해진 뼈 때문에, 척추에 변형이 오거나 노화로 근육이 약해져 허리가 굽는 경우다. 골다공증 고위험군인 폐경 이후의 여성이나 스테로이드 장기 복용자 등이 주로 노인성 척주후만증을 겪는다. 선천성 척주후만증은 척추가 기형적으로 굽은 선천적 상태다. 이는 뼈의 선천적 결함으로 발생하는 질환이기에 자세 교정으로는 진행을 예방할 수 없으며 수술이 유일한 교정법이다. 이와 달리 자세성 척주후만증은 온전히 평소 자세에 영향을 받으며 심한 경우 거북목증후군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 교수는 장시간 구부정한 자세를 취하면 머리의 무게와 상체의 무게가 경추의 특정 부분에 집중될 수 있다이러한 압력이 계속 가해지면 구부정한 자세가 고착돼 목이 나오는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개를 숙이는 습관은 척주후만증의 원인이자 증상이다. 척주후만증 환자의 경우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려 고개를 드는 데 어려움이 있다. 같은 이유로 앞으로 굽은 몸을 지탱하기 위해 팔꿈치를 자주 디디는 습관이 생기기도 한다. 팔꿈치에 굳은살이 생기는 것 또한 척주후만증을 의심해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이 교수는 낮은 의자나 바닥은 등을 굽힐 수 있는 생역학적 환경을 조성한다높은 의자나 침대 생활을 하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


목부터 손끝까지, 경추 추간판 탈출증
잘못된 자세는 척추의 한 부분인 경추에도 무리를 준다. 목덜미가 아프고 팔과 손이 저리다면 경추 추간판 탈출증을 의심할 수 있다. 경추 추간판 탈출증은 흔히 목디스크라고 불리는 질환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목디스크 환자 수는 2010년에 비해 40% 증가했다. 이러한 경추 추간판 탈출증은 통상적으로 알려진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디스크와 관련한 질환이다. 디스크 속 수핵은 수분과 콜라젠으로 구성돼 특유의 탄력성으로 디스크에 가해지는 압력을 흡수한다. 그러나 목을 자주 숙이면 압력으로 인해 수핵의 수분이 빠져나가 탄력이 줄어든다. 결과적으로 외부 충격을 완화하지 못해 섬유륜이 찢어진다. 경추 추간판 탈출증은 이때 척추에서 밀려 나온 디스크가 신경을 건드리며 통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이때 목부터 손가락으로 이어진 신경이 목 주변의 통증을 전달하며 팔과 손이 저리게 된다. 이 교수는 턱을 당기는 운동을 통해 경추 추간판 탈출증을 예방할 수 있다이는 자세를 바르게 해 경추의 전만을 회복하는 방법이다라고 전했다.



척추 건강을 지키려면
이처럼 척추 질환은 자세와 깊은 관련이 있어 자세를 바르게 하는 것만으로도 이들을 예방할 수 있다. 이 교수는 바른 자세란 옆에서 봤을 때 턱이 당겨지고 양쪽 귀가 어깨 위에 있으며 가슴을 활짝 펴 흉추와 요추가 곧게 선 자세라고 설명했다. 또한 바른 자세여도 이를 오래 유지하면 근육이 약화할 수 있으므로 틈틈이 몸을 움직여 이를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교수는 자세를 자주 바꿔주고 허리를 뒤로 젖히거나 좌우로 회전시키는 운동을 해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든 척추 질환이 자세에 따라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흔히 알려진 척추옆굽음증은 척추가 옆으로 휘어 정면에서 봤을 때 등이 C자나 S자 형태를 띠는 것을 말한다. 널리 퍼진 인식과 달리 전체 척추옆굽음증 중의 80~85%가 원인을 알 수 없는 특발성 척추옆굽음증으로 자세 교정을 통한 예방 방법은 알려진 바가 없다. 그러나 바른 자세로 여타 척추 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만큼 바른 자세를 습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디스크=경추 뼈 사이사이에 존재하는 젤리 형태의 수핵을 단단한 섬유륜이라는 껍질로 감싼 형태.
◇후만=등뼈가 뒤로 볼록하게 나와있는 정도.
◇전만=목뼈나 허리뼈가 앞으로 볼록하게 나와있는 정도.
◇골다공증=뼈에 생긴 구멍으로 인해 뼈가 약해져 골절 위험이 높은 질환.



 

일반인과 척주후만증 환자 비교. ⓒ셔터스톡
일반인과 척주후만증 환자 비교. ⓒ셔터스톡
디스크의 구조. ⓒ셔터스톡
디스크의 구조. ⓒ셔터스톡
바른 자세와 바르지 못한 자세 비교. ⓒ셔터스톡
바른 자세와 바르지 못한 자세 비교. ⓒ셔터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