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홍예원 수습기자 (webmaster@skkuw.com)

 

수십 년간 지속된 쌀 공급과잉으로 쌀값이 하락해 농가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는 양곡관리법(이하 양곡법)에 따라 초과 공급된 쌀을 매입해 쌀값 하락을 막고자 해왔다. 한편 지난해 양곡법에 따른 정부의 쌀 수매가 기대한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양곡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양곡법이 무엇이고 이를 둘러싼 농민과 정부 간의 입장 차이는 어떠한지 알아보자.


쌀 공급과잉으로 하락한 농업소득을 지지하는 양곡관리법
양곡관리법에 대한 농민과 정부 간 이견 해소 필요



20
년째 계속되는 쌀 공급과잉과 농업소득 감소
2000년 이후 쌀 소비량 감소 폭이 생산량 감소 폭보다 커서 공급과잉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쌀 소비량이 감소하는 이유는 서구화의 영향으로 식문화가 다양해지면서 쌀보다 육류와 *대체식품의 소비가 늘었기 때문이다. 공급과잉으로 인해 쌀값이 하락하면 농업소득이 낮아진다. 통계청의 농가경제 조사에 따르면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논벼 *농업소득률의 전년 대비 증감률 평균은 약 1.92%로 농업소득률은 감소 추세에 있다.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임병희 사무총장은 지난해 농업에서 많이 사용하는 기름값과 비룟값이 오르며 생산비가 증가했는데 쌀값은 낮아져서 농업소득이 크게 하락했다고 전했다. 이에 정부는 양곡법을 통해 농가의 적정 수입을 보장하고자 해왔다.


농업소득과 국민의 식량을 확보하는 양곡법
양곡법은 정부가 쌀을 매입하는 등의 방법으로 쌀의 수급을 관리해 쌀값을 안정화하는 제도다. 정부는 양곡법에 따라 쌀 공급과잉 시 쌀을 매입해서 쌀값 하락을 막고 농업소득을 지지하고자 한다. 또한 양곡법은 우리의 주식인 쌀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국승용 선임연구위원은 농업소득이 급격히 줄면 쌀 재배면적이 줄어서 식량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는데 양곡법은 이를 방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행 양곡법에 따르면 정부는 매년 쌀 수급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쌀 매입 여부와 물량을 결정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정부는 *초과 생산량이 당해 생산량의 3% 이상이거나 쌀값이 *평년보다 5% 이상 하락할 경우, 초과 생산량 이하의 쌀을 매입할 수 있다. 이러한 쌀 매입이 정부의 의무는 아니며 당해 상황에 따라 정부는 쌀을 매입하지 않거나 초과 생산량 이상을 매입할 수도 있다.



양곡법의 실효성 논란 속에 등장한 양곡법 개정안
지난해 쌀값이 유례없이 큰 폭으로 하락해 정부는 역대급 물량의 쌀 *시장격리를 취했으나 기대만큼 쌀값 하락을 막지 못했다. 이에 정부의 쌀 매입 의무가 없는 양곡법의 실효성을 강화하고자 국회에서 쌀 시장격리 요건 충족 시 초과 생산량 전량 격리를 의무화하는 양곡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쌀 시장격리 의무화의 영향 분석에 따르면 발의된 개정안과 같이 쌀 시장격리가 의무화될 경우 농가의 소득 안정성이 제고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은 쌀 시장격리 의무화 시 국가재정 부담과 쌀 공급과잉의 심화를 우려해 양곡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후 양곡법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 재표결에서 최종 부결되며 폐기됐다. 이에 국 선임연구위원은 정부, 국회, 쌀 생산자단체 등 상호 간에 협의와 공감이 부족해 이견이 해소되지 않아 개정안이 부결됐다고 밝혔다.


농민과 정부의 같은 목표, 다른 방법
농민과 정부는 양곡법에 관해 같은 목표를 추구하지만 이를 달성하는 방법을 서로 다르게 제시한다. 농민들은 쌀값 안정화를 통한 안정적인 농업소득 보장과 농업 지속성 확보에 초점을 둔다. 임 사무총장은 농업의 유지를 위해 생산비와 물가의 변화에 대응해 농업소득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전했다. 반면 정치권과 전문가들은 쌀값 하락의 원인인 쌀 공급과잉 구조의 근본적 해소에 초점을 둔다. 정부가 중시하는 쌀 공급과잉 구조 완화는 농업소득 안정화와 국가 식량안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농업계와 정부는 궁극적으로 같은 목표를 추구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목표 달성에 효과적인 쌀값 안정화 방법에 대한 정부와 농민 간 이견은 합의되지 않은 채로 남아있다. 농민은 쌀값 변동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당사자로서 쌀값을 일시적으로 안정화할 수 있는 수단들을 제안한다. 쌀 최저가격 기준 설정과 쌀 공급과잉에 사후적으로 대응하는 쌀 시장격리 등이 그 예다. 반면 정부는 시장격리의 실효성과 국가재정을 포함한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쌀값 인상의 원인인 쌀 공급과잉 구조를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수단들을 제시한다. 일례로 농림축산식품부는 쌀 이외 작물의 재배를 지원하는 전략작물직불제를 통해 쌀 생산량을 줄여 쌀 공급과잉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전략작물직불제는 자급률이 낮은 쌀 이외 작물의 생산량을 높여 전체 식량자급률을 높일 수도 있다.

쌀값 문제가 농업소득에 직결되고 국가 식량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정부와 농업계는 서로의 이해관계에 공감해 효과적인 쌀값 안정화 대책에 합의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이에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북도연맹 정충식 사무처장은 농업정책은 현재 주로 정부와 전문가에 의해 결정되지만 농민의 의사도 반영될 필요가 있다며 농민과 정부 간 공감과 합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체식품=밀, 옥수수 등 쌀을 대체할 수 있는 곡물류.
◇농업소득률=농업 총수입에서 총비용을 공제한 순수익인 농업소득의 농업 총수입에 대한 비율.
◇초과 생산량=당해 예상되는 수요량을 초과하는 생산량.
◇평년=최근 5년의 평균치.
◇시장격리=양곡법에 따른 정부의 쌀 매입.



 

지난해 9월 전국농민회총연맹 익산농민회가 근본적인 쌀값 안정화 대책을 촉구하며 추수를 앞둔 논을 갈아엎는 모습. ⓒ시사인 캡처
지난해 9월 전국농민회총연맹 익산농민회가 근본적인 쌀값 안정화 대책을 촉구하며 추수를 앞둔 논을 갈아엎는 모습. ⓒ시사인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