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지금은 즉문즉답의 시대이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바로 질문하고 답도 바로 얻을 수 있다. 잘 발달된 인터넷과 우수한 검색 엔진들, 그리고 최근에는 챗GPT라는 생성형 인공지능 덕분에 원하는 답을 쉽고 빠르게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지식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듯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역시 빠르고 민첩하게 움직여야 한다. 지식이 폭발하는 시대를 살면서 지식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공유하는 것이 되어 버렸으며, 대량의 정보가 실시간으로 제공되면서 주어진 정보에 대해 즉각적으로 반응해야 하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현재를 4차 산업혁명시대, 인공지능시대, 혹은 디지털시대 등 화려한 용어들로 표현하지만 이러한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우리로서는 능동적이든 수동적이든 ‘민첩히 대응해야 하는’ 혹은 ‘생각할 틈이 없이 반응해야 하는’ 시대인 것 만은 분명하다. 이러한 시대에 배움과 가르침을 다시 생각해 본다. 

학생들의 배움에 있어서 내가 우선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고 답을 얻고자 하는 것도 좋지만 궁금해 하고 질문 하는 것을 배움의 자세로 생각하였으면 한다는 것이다. 학습은 무엇인가를 알고 싶을 때, 혹은 어떤 것을 학습자가 필요로 할 때 가장 잘 일어나며 또 효과도 있다. 여기서 질문한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알고 싶어 한다는 욕구의 발현이다. 궁금은 배움의 시작이고 질문은 배움을 실현하는 행동의 시작이다. 이러한 면에서 자신이 알고 있는,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부터 궁금해 하고 질문해 보는 습관을 가졌으면 한다. 요즘 상황을 적용해 보면, 한국의 유명 검색엔진들에서 제공되는 정보들이 신뢰로운가, 나에게 가치가 있는가 등의 기본적 질문부터 시작해도 좋다. 나아가 챗GPT가 나의 개인적, 교육적 성장을 위해 답을 주고 있는가 하는 의심을 품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알다시피 챗GPT는 우리가 질문하는 것에 대해서 즉각적으로 답을 준다. 그러나 답을 줄 뿐 질문이나 반문을 하지 않는다. 여러분들에게 당신은 왜 이 질문을 하는가? 이 질문이 당신의 인생에 어떠한 의미를 갖는가 라고 반문하지 않는다. 수많은 정보 중에서 질문에 가장 가까운 답을 제시해 줄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학생들은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자신의 인생에서 꼭 필요하고 중요한 질문을 하나쯤 품고 사는 것도 좋을 것이다. 

내가 가르치는 입장이니 가르치는 것에 대해서도 여러 생각이 든다. 기본적으로 학생들에게 깨달음을 얻게 하는 교육을 하고자 하기 때문에 나는 많은 질문을 한다. 강의를 할때도 그렇지만 학생들이 질문을 할 때에도 원하는 것에 대한 대답을 바로 해 주기 보다는 대부분의 경우 우회적으로 알려주거나 반문을 한다. 물론 어떤 경우에는 나의 질문이나 대답이 선문답에 가까워서 학생들이 당황스런 표정을 보이기도 한다. 내가 선문답에 가까운 질문이나 반문을 하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도 학생들이 자신이 원하는 답을 스스로 생각해 보고 나아가 배움에 대한 질적 변화를 시도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답을 찾았을 때의 희열과 어떤 현상에 대한 깨달음은 어떠한 강의보다도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오래된 이야기 중에 한 선사가 스승에게 깨달음을 얻는 일화가 나온다. 한 선사가 “해탈할 수 있는 법을 가르쳐 주십시오”라고 청하니 스승은 “누가 너를 구속하였는가”라고 반문하셨고, 그 선사는 알고 있는 대로“사람은 구속됨이 없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고 한다. 그때 스승이 “그렇다면 그대는 어째서 다시 해탈을 구하는가?”라는 말을 하였으며 이 말씀을 듣고 그 선사가 바로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아마 스승께서 ‘답’을 직접 주었으면, 즉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는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구체적 방법을 자세하게 설명을 해 주었다면 그 선사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을까? 챗GPT가 주는 ‘답’이 학생들의 개인적 성장이나 깨달음을 질적으로 촉진 시킬 수 있을까? 아마 먼 훗날에는 선문답을 하는 인공지능을 볼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 그 몫은 일선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들이라는 생각이다. 그런 의미에서 학생들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화두를 던저 주는 것이 이 시대의 가르침이어야 하지 않을까? 

지식으로써 얻은 일반적인 답과 내가 체험으로써 구한 나에게 맞는 답은 그 무게가 다르다. 거의 모든 것이 답이 있는 시대에 그 누구도 아닌 여러분의 인생을 위한 자신만의 화두를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제 코로나의 위험에서 벗어나 대면활동이 자유로운 일상생활이 이어지고 있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에서 보다는 강의실과 캠퍼스에서 질문도 하고 논의도 하고 또 경험도 하면서 내 인생의 가치있는 답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교육학과 고장완 교수
교육학과 고장완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