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가현 편집장 (dreamer7@skkuw.com)

원고지 8매. A4 용지로는 절반이 조금 넘는 분량. 신문에 사용하는 베를리너판에서는 한 손바닥으로 충분히 가릴 정도의 크기. 지금 읽고 계신 편집장의 글이 갖는 물성입니다. 이것을 시간으로 치환하면 어떨까요. 재빠르신 분들이라면 1~2분 만에 다 읽으실 수 있으시겠지요.

그렇다면 기사는 어떨까요. 이번 학기 성대신문은 호외를 제외한 8개의 호를 발행했습니다. 열여섯 면일 때도 있고 열두 면일 때도 있지만, 확실히 한 권의 책보다 얇은 두께입니다. 8개의 호를 쌓아야 그만한 두께가 될까 말까 하지요. 신문이 갖는 물성입니다. 이것을 시간으로 치환하면 어떨까요. 어떤 기사는 금방 읽히고, 또 어떤 기사는 오래 곱씹어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겠지요.

이것들의 가치를 계산하면 얼마일까요. 경제학에서는 한 사람의 생사가 가져오는 손익 혹은 손실을 계산할 때 그 사람의 기대 수명과 미래 수입을 계산한다고 합니다. 기사의 가치는 어떻게 계산할 수 있을까요. 단순히 준비 시간만을 고려하기에 기사는 쓰는 것이 아니라 읽히는 것이고, 고민의 치열함만을 이야기하기에 기사는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와 소통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사회와 독자를 잇는 매개로써 그 기능을 적절히 수행했는가가 하나의 기준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별거 없는 물성을 완성하기 위해 늘상 사회를 들여다보았습니다. 매일같이 비극적인 뉴스가 쏟아지더군요. 그 소식들은 수명이 얼마 되지 않는 것들이라 하루가 지나면 잊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많은 소식이 그마저의 관심도 얻지 못하다가 사라지겠지요.

애석한 마음속에서 배운 것이 있습니다. 이 사회가 하나의 무대이고 우리가 접한 모든 소식이 하나의 배역이라고 비유해보겠습니다. 기자는 무대 아래의 프레스존에 머무르는 존재일 뿐입니다. 학보사의 기자는 학우보다 높지 않고 이 시대보다 낮지 않은 위치에서 그 무대를 바라봅니다. 기꺼이 무대와 관객의 매개가 되어 공연을 조명하지만, 무대 위에 배역을 다시 불러내는 것은 기자의 역량만으로는 해낼 수 없습니다. 배역을 다시 불러내는 것은 관객의 박수입니다. 마찬가지로 이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 잘못을 바로잡는 것 역시 사람들의 관심입니다.

물성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보았습니다. 많은 소식이 주목을 받지 못하다 스러지지만, 또 어떤 비극들은 몇 년의 세월을 거슬러 기적처럼 극복되기도 한다는 것을. 오직 사람들의 관심만이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꿉니다.

기사 마감이 한창이던 지난 금요일, 신문사의 출입문에서 마주 본 벽까지의 거리를 쟀습니다. 마흔 걸음이 못 됐습니다. 무대와 관객 사이 프레스존입니다. 이 공간에서 성대신문은 겨우 책 한 권 두께의 물성을 만들어냈습니다. 이것을 시간으로 치환하면 반년의 세월이 됩니다. 이것을 다시 가치로 계산하면 얼마일까요. 오직 여러분만이 결정해주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감히 커튼콜을 부탁드리고자 합니다. 이 사회의 아직 주목받지 못한 문제들과 성대신문이 매개한 여러 이야기에. 성대신문 역시 학우 여러분의 자랑스러운 매개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 말을 끝으로 이번 학기의 마지막 신문을 펴냅니다.

김가현 편집장.
김가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