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신예진 (newyejin@skkuw.com)

꿀벌응애, 살충제, 이상기후 등으로 국내 벌집군집붕괴현상 발생해

꿀벌 되살리고 생태계 균형 맞추기 위한 방법 다방면으로 모색해야

지난 20일은 ‘세계 꿀벌의 날’이었다.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최근 개체 수가 격감하고 있는 꿀벌을 알리기 위해 제정된 날이다. 유엔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야생벌의 40%가량이 멸종 위기이며 2035년이면 꿀벌이 멸종할 수 있다. 국내 꿀벌 농가에서도 집단 폐사 사례가 늘고 있다. 꾸준히 사라지고 있는 꿀벌, 그 배경과 영향을 알아보자.

수백억 마리의 꿀벌이 사라지다
농촌진흥청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전국 양봉 농가에서 키우고 있는 220만여 개의 봉군 중 약 17%에 해당하는 39만여 개의 봉군의 꿀벌이 집단으로 실종됐다. 봉군 1군당 서식하는 꿀벌 개체 수를 약 2만 마리라고 추산하면 약 78억 마리의 꿀벌이 사라진 것이다. 올봄까지 추산해 보면 176억 마리 이상의 꿀벌이 전국적으로 실종돼 2년째 꿀벌 실종 문제에 대한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2006년에 처음으로 미국에서 한 봉군의 일벌 30%가 한 벌집에 돌아오지 않으며 사라지는 사례가 보고됐다. 이후 벌 군집이 갑자기 사라지는 현상을 ‘벌집군집붕괴현상(Colony Collapse Disorder, 이하 CCD)’으로 칭하고 전 세계적으로 조사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SBS 데이터저널리즘팀의 조사에 따르면 매년 평균적으로 △유럽에서는 약 30% △남아프리카에서는 약 29% △중국에서는 약 13%의 꿀벌이 사라지며 그 속도는 점점 가속화되고 있다.

꿀벌은 왜 사라지는가
국내 CCD는 정부 조사에서도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여러 잠정적 원인이 제시되고 있다. 꿀벌이 소멸하는 주요한 원인으로 △꿀벌응애와 같은 기생 해충 △살충제 및 농약 중독 △이상기상 현상이 지목된다.

꿀벌응애는 진드기의 일종으로 꿀벌이나 꿀벌 유충에 기생해 체액을 빨아먹으며 병원성 바이러스를 옮기는 기생 해충이다. 인천대 생명과학과 이명렬 교수는 “꿀벌응애가 옮기는 각종 바이러스는 급성마비와 기형날개 등을 유발해 CCD를 일으킬 정도의 파괴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저지하고자 꿀벌응애에 대한 방제는 매년 꼼꼼히 이뤄진다. 그러나 꿀벌응애는 방제에 사용되는 살충제에 내성을 가져 그 효과가 미비하다. 이에 더해 기후변화로 따뜻해진 기온이 응애의 수를 급격히 증가시키는 것이 꿀벌 개체 감소에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 있다. 

꿀벌 유충에 기생하는 꿀벌응애. ⓒ불교공뉴스 캡처
꿀벌 유충에 기생하는 꿀벌응애. ⓒ불교공뉴스 캡처

꿀벌응애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과정에서 플루발리네이트를 과도하게 사용하는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안동대 식물의학과 정철의 교수는 “꿀벌응애를 방제하기 위해 주로 사용하는 플루발리네이트는 농약이나 일반 살충제와 달리 꿀벌에게 상대적으로 안전하면서 꿀벌응애에게는 독성이 높은 선택적 특성을 가진다”며 “그런데도 약제의 농도가 높아지거나 사용량이 많아지면 꿀벌에게도 독성이 작용해 피해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반 살충제와 농약은 꿀벌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친다. 경북대 곤충생명과학과 김영호 교수는 “소나무재선충 방제를 위한 살충제 항공 살포에 꿀벌이 피해를 봤다는 보고가 있었다”며 “보통 양봉장이 농지와 가깝기 때문에 의도치 않게 벌집 내부로 농약 성분이 들어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상기후의 심화 역시 꿀벌 생존에 위협적인 요소다. 김 교수는 “지난해 9~10월 발생한 저온 현상은 꿀벌 발육을 저해했고 11~12월의 고온 현상은 여왕벌이 알을 낳게 했다”며 “월동 준비를 해야 할 시기에 알을 키우기 위해 꿀과 꽃가루를 모으러 나갔다가 저녁의 추운 날씨에 노출돼 벌통으로 돌아오지 못해 꿀벌 군집이 약화되는 현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상기후 현상으로 밀원식물의 개체 수가 감소해 꿀벌 생존에 위협이 된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밀원식물은 꿀벌이 자라는 데 필요한 꿀과 꽃가루를 제공하는 식물이다. 이 교수는 “꿀벌은 꿀에서 탄수화물을, 꽃가루에서는 단백질, 미네랄, 비타민 등을 얻는데, 밀원식물의 수가 줄어 영양분을 얻을 수 있는 수단이 부족해지며 영양결핍이 되기 쉽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꿀벌 바이러스 △대기오염 △전자파 등 다양한 원인도 함께 거론되고 있다.

꿀벌이 사라지면 안 되는 이유는
꿀벌은 대표적인 화분매개자다. 화분매개자는 꽃에서 꽃으로 이동하며 꽃가루를 옮겨 수분이 이뤄지게 한다. 이는 스스로 수분하지 못하는 종자식물의 종자와 열매를 생산하게 해 자연생태계와 농업생태계에 매우 중요하다. 현존하는 식물 종의 약 90%는 바람이나 물 등이 아닌 화분매개자의 도움이 있어야만 수분을 할 수 있다. 나비, 박쥐, 새 등 화분매개자 중 수분을 가장 많이 돕는 종은 벌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식량 생산량의 약 75%가 꿀벌 등의 화분매개자에 의존하고 있다. 꿀벌을 통해 생산된 열매는 일차적으로 인간의 식량이기도 하지만, 이차적으로 인간의 식량인 소, 돼지, 닭 등 가축의 먹이기 때문에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는 극심한 식량난에 처한다. 2015년 하버드대 새뮤얼 마이어스 교수팀은 꿀벌이 사라지면 식량난과 영양부족이 일어나 연간 142만 명이 사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꿀벌이 가득한 세상으로 나아가려면
꿀벌이 사라지며 농작물 재배에 생길 치명적 피해를 해결할 방법으로 인공 수분법이 있다. 인공 수분법은 인간이 꽃가루를 옮겨 수분을 돕는 것이다. 중국 쓰촨에서는 인간이 나무에 올라가 붓으로 직접 꽃가루를 옮기는 ‘인간 벌’이 수분을 대신한 사례가 있었다. 국내에서도 꿀벌 소멸 사태를 해결하고자 드론을 이용한 인공 수분법을 사용하고 있다. 인공 수분용 꽃가루를 꽃이 핀 과수나무에 드론으로 살포하는 것이다. 이는 인력을 줄일 수 있으나 과수 수정률이 낮다는 특징이 있다.

​드론으로 사과 농가에서 인공 수분하는 모습. ⓒ강원일보 캡처
​드론으로 사과 농가에서 인공 수분하는 모습. ⓒ강원일보 캡처

이처럼 사라진 꿀벌을 대신할 방법을 찾는 것도 좋지만 꿀벌을 되살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꿀벌응애를 효과적으로 방제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김 교수는 “살충제에 저항성을 가진 꿀벌응애의 돌연변이 유전자가 발견됐다”며 “새로운 살충제와 체계적인 응애 방제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꿀벌 집단 폐사로 위기를 맞은 양봉산업을 회복하고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해서 밀원식물을 이용한 꿀벌 서식지를 조성하는 방법도 있다. 다양한 종류의 밀원식물로 밀원 숲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 교수는 “밀원 숲을 조성하면 꿀벌의 먹이원이 다양해져 꿀벌이 생태적으로 건강해지고 자연생태계에도 좋은 영향을 끼친다”고 전했다. 실제로 한국농어촌공사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식목일 행사를 통해 전국 각지 청사에 1,000여 그루의 밀원수를 심는 등 캠페인을 진행해 꿀벌 실종 문제에 대응했다. 정 교수는 “국내 CCD를 해결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방법을 모색하고, 실천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꿀벌을 되살리면 화분매개 기능이 원활해져 농업생산과 생태계의 안정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농어촌공사의 밀원숲 조성 캠페인. ⓒ농수축산신문 캡처
한국농어촌공사의 밀원숲 조성 캠페인. ⓒ농수축산신문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