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노종현 부편집장 (jonghyun@skkuw.com)

어떤 종목의, 또 어떤 선수를 응원하든 스포츠팬이라면 쉽게 넘어가기 어려운 말 한 마디가 있다. “이제 저 선수는 한물가지 않았어?” 이같이 날카로운 문장들은 의외로 사실에 근거를 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응원하는 선수가 예전에 비해 저조한 성적을 기록할 때 곧바로 들려오는 비판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는 선수들의 활약은 물론 그들의 모든 이야기까지 사랑하는 팬들의 거부감을 야기한다. 때때로 선수에 대한 팬들의 사랑은 객관적인 시각을 잃기도 하며, 불가능할 것을 알지만 응원하는 선수가 언제나 같은 모습으로 최고의 성적을 거두기만을 바라기 때문이다.  

그 이루어질 수 없는 스포츠팬들의 소망을 제대로 파고든 프로그램이 바로 <최강야구>다. ‘사상 최고의 야구팀 탄생. 우리보다 더 최강인 팀은 절대 없을 겁니다’라는 문구는 분명히 예능 프로그램임에도 성적과 승리를 지향함을 알게 해준다. 심지어 승리의 주체가 되는 주인공은 현역 시절 리그를 재패했던 선수들로 구성된 선수단이 되는 플롯. 그렇게 팬들에게 자신이 응원했던 그 때 그 선수들이 또다시, 그리고 영원히 최강일 것 같은 환상을 심는다.  

하지만 현실은 차가우리만큼 객관적이다. 선수단의 명성과는 별개로 그들은 이미 그라운드를 한 차례 떠났던 선수들이다. 타자들의 스윙은 무뎌졌고 투수들의 구속은 느려졌다. 주로 고교·대학 야구팀이나 프로 2군을 상대로 맞이한 최강야구 선수단의 발간일 기준 성적은 32승 13패, 승률 0.711. 겉보기엔 좋은 성적처럼 보이지만 그들의 프로 생활을 기억하는 팬들은 7할의 승률보단 열 세 번의 패배에 눈길이 갈 수 밖에 없다. 팬들은 프로그램을 지켜보며 점차 선수들이 더 이상 최강이 아님을 인지한다. 

여러 차례 쓰라린 패배를 겪은 선수단은 그럼에도 이를 악물고 다시 승리를 쟁취한다. 지난 7월 부산고와의 1차전에서 0:1 영봉패를 당한 선수단이 이어지는 2차전에서 19:3 완승을 거두는 모습은 그들의 간절함을 증명한다. 역설적이게도 이 지점에서 선수단의 의지가, 팬들의 이루어질 수 없는 소망과 마주하게 된다. 선수와 팬 모두 예전처럼 활약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선수들은 다시 최강이 되고자 노력하고, 팬들은 그들을 의심 없이 지지한다. 이것이 내가 생각한 <최강야구>에서 ‘최강’의 맥락이다. 이는 ‘가장 강함’이라는 사전적인 의미에서 비교적 떨어진, 의지와 믿음의 영역에 놓여 있다. 

“단지 바라는 것은 한 때 우리의 영웅이었던 그들의 마지막이 초라하지 않는 것입니다.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만큼 화려하지 않더라도 그저 마지막이 초라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때의 영광이 그 시절의 환호가 우리의 절정이고 기쁨이었듯, 마지막 또한 우리와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지난 1일 권성욱 캐스터의 프로야구 경기 오프닝 멘트 중 일부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누군가에게 “이제 저 선수는 한물가지 않았어?”라고 물었을 때 약간 격양된 상대방의 반응을 마주한다면, 이 문장을 되새겨보자. 팬들은 응원하는 선수의 가장 뛰어났던 모습을 마음에 품고, 그 모습을 항상 유지하고자 하는 선수의 노력을 사랑한다. 그리고 이것이 선수들이 팬에게 진정 ‘최강’으로 기억되는 이유다.

노종현 부편집장
노종현 부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