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민서·김서영 (webmaster@skkuw.com)

 

사회적 소수자는 장애가 있거나 경제적 수준, 국적, 젠더 등이 다르다는 이유로 사회적인 차별을 받기 쉽다. 이러한 사회적 배제와 소외는 예술의 영역에서도 나타난다. 그들이 겪는 △경제적·신체적 어려움 △교육 부족 △정보격차 등은 그들을 예술의 주체가 되기 어렵게 만든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움에도 자신만의 예술을 펼쳐나가는 소수자들이 있다. 그들이 예술의 주체가 될 때, 남들과 구별되는 그들의 ‘소수자성’은 특별한 결과물을 만들어 내며 예술계의 새로운 파장을 일으킨다. 또한 사회적 소수자에게 예술이란 사회와 소통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그들이 세상을 향해 꺼낸 예술을 살펴보며 거대한 사회와 사회적 소수자 간 연대의 가능성을 확인하려 한다.

① 장애인 오케스트라 ‘더좋은음악세상’ 

지난 22일 화요일, 장애인·비장애인 화합 오케스트라 ‘더좋은음악세상’의 ‘우리동네 사람들 시즌 4: “회복 그리고 희망속으로”’ 공연이 펼쳐졌다. 2016년 더좋은음악세상은 장애 예술인의 열악한 환경을 도우려는 취지에서 설립됐다. 설립자 백석예대 음악학부 노수영 교수는 “장애 예술인을 위한 부족한 지원과 까다로운 지원 조건이 장애인의 예술 활동 접근을 어렵게 한다”고 전했다. 이에 더좋은음악세상은 장애인 단원에게 연주비를 지급하고 악기 교육을 하는 등의 여러 활동을 통해 장애 예술인의 활로를 넓히고 있다. 


② 뇌병변장애인 홍성훈 작가

홍성훈 작가는 장애 언론 <비마이너>의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칼럼뿐 아니라 장애를 소재로 한 소설과 에세이를 게재했다. 특히 자전 에세이 『나의 S 다이어리』는 이전까지 예술계에서 다루지 않았던 ‘장애인의 性(성)’을 소재로 해 큰 호응을 얻었다. 또한 홍 작가는 연극 및 영화의 제작자와 배우로 참여하는 등의 다양한 예술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장애인이 극장의 분장실, 관리실과 같은 공간에는 쉽게 접근하지 못한다”며 장애 예술인의 창작 환경이 나아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완벽하게 갖춰지지 않았음을 전했다. 이어 “다양한 예술 활동을 통해 비장애인 중심의 사회에서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것의 통로 역할을 하고 싶다”고 전했다.


③ 폐지 수거 노인 자립지원단체 ‘아립앤위립’ 

서울성모병원의 연구 결과, 폐지 수거 노인은 우울증 등 정신적 질병의 유병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립앤위립’의 심현보 대표는 이러한 문제의 포착으로부터 폐지 수거 노인과의 협업을 기획했다. 특히 아립앤위립의 ‘신이어마켓’은 60~70대 폐지 수거 노인들이 직접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려 다꾸 스티커, 엽서, 편지지 등의 작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온라인 마켓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아립앤위립은 폐지 수거 노인의 활력을 높이고 자아 존중감의 회복 및 향상에 도움을 주고 있다.


④ 북한이탈주민 오성철 화가

고려대 사회학과 윤인진 교수의 논문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 (2019) 결과, 북한이탈주민에 관한 언론 매체의 부정적 내용이 부정적 이미지의 형성으로 연결돼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국민의 사회적 거리감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오성철 작가는 숟가락을 소재로 한 그림을 그려 인간의 ‘食(식)’에 대한 보편적인 욕망과 목적성을 표현했다. 이는 북한 주민의 생존과 관련된 의미를 나타내기도 한다. 이처럼 그는 그림에 북한의 생활을 담아내는 등으로 국내에서 언급될 수 없던 새로운 가치를 표현하며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비우호적인 시선을 해소하고자 한다.


⑤ 이주민 문화예술단체 ‘아시아미디어컬쳐팩토리(AMC팩토리)’

이주민 문화예술단체인 ‘아시아미디어컬쳐팩토리(이하 AMC팩토리)’가 다음 달 16~24일 제12회 서울이주민예술제를 개최한다. 사진은 AMC팩토리 단원들이 서울이주민예술제에서 상연될 연극인 ‘마이 비자’를 연습하고 있는 모습이다. 마이 비자는 비자 문제로 이직이 어렵거나 본국에 쉽게 돌아갈 수 없는 이주민의 어려운 현실을 담았다. 실제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문화예술진흥기금사업 지원심의 운영 규정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적이 아닌 자는 문화예술기관에서 수행하는 지원사업에 예술인 활동 증명이 있는 경우에만 응모 및 지원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에 AMC팩토리의 섹 알 마문 활동가는 “다양한 예술 활동을 통해 이주민 문제를 한국 사회에 알려 관련 제도 및 정책을 바꾸고 싶다”고 전했다. 
 

⑥ 성소수자 임아진 미술작가

퀴어창작자모임 퀴즈(q's)의 연구 ‘청년 퀴어 예술가의 생존과 활동의 지속가능성’(2017)에 따르면 퀴어 예술가가 지지와 비평을 얻을 수 있는 공식적인 지면이나 공간이 현저히 적고, 이에 대한 사람들의 공감대나 인식이 낮은 편으로 나타났다. 임아진 작가는 방송에서 커밍아웃 이후 미술작가로 활동하며 ‘퀴어’와 ‘자신의 몸’을 중심으로 한 그림을 그리고 있다. 특히 그는 파란색 머리의 자화상을 주로 그리는데, 그 이유에 대해 “파란색이 포유류에게 자랄 수 없는 털의 색, 즉 생소함을 상징하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예술에서 나타나는 생소함을 가시화하여 차별적 시선을 거둔 세상으로 나아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⑦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지금껏 살펴봤듯 사회적 차별과 소외에도 자신만의 예술을 전개해 온 이들이 있다. 그러나 아직 이들을 향한 사회적 무관심과 경제적 제한은 여전하다. 이에 대학로에 있는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이하 장문원)’은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협업 예술 활동을 지원해 장애 예술에 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다음 달에는 ‘이음 예술창작 아카데미’를 주최해 모든 사람이 예술작품을 편하게 향유할 방법을 주제로 토론하는 자리를 가질 예정이다. 장문원과 같은 기관은 단지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문화예술 지원에만 그치는 것이 아닌 소수자가 예술의 당사자로서 자신의 얘기를 할 수 있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를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