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송선교 편집장 (songsong@skkuw.com)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 와!”

두 손으로 머리를 부여잡으면서 놀라는 조앤 윌리엄스 교수의 모습은 SNS에서 급속도로 화제가 됐다. 그녀는 여성·노동·계급 등의 분야의 권위자이며 캘리포니아대 헤이스팅스 로스쿨의 명예교수직을 맡을 만큼의 세계적인 석학이다. 그런 사람이 어째서 우리나라를 향해 격하게 통탄했을까. 그녀는 이어서 말한다. “그 정도로 낮은 수치의 출산율은 들어본 적도 없어요.”

해당 상황은 7월 방영된 EBS ‘다큐멘터리 K’의 ‘인구대기획-초저출생’ 시리즈 중 한 장면이다. 그녀는 우리나라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8명이라는 소식을 듣고 그러한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그녀의 반응보다 놀라운 것은 이를 본 우리의 반응이다. 관련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가 우리나라를 향해 대놓고 ‘망했다’는 표현을 쓰는데 분노하기는커녕 혹자는 ‘망한 걸 이제 알았냐’고 한술 더 뜨기까지 한다. 우리나라의 출산율 저조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말은 수년 전부터 무수히 들어왔을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그 말에 무력하게 동의할 수밖에 없는 걸지도 모르겠다.

지난달 28일, 통계청은 2023년 2분기의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이 0.70명임을 발표했다. 이는 윌리엄스 교수가 머리를 부여잡도록 한 수치보다도 낮으며, 통계청이 출생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래로 최저치다. 시·도별 출산율을 봐도 1을 넘긴 곳은 없다. 특히 서울은 가장 낮은 0.53명을 기록했다. 이제 우리나라의 시·도 중 어느 곳에서도 한 여자가 가임기간 동안 평균 1명의 아이도 낳지 못하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하반기 출산율이 전반기보다 낮아진다는 걸 고려하면 연간 합계출산율이 0.6명대를 기록할지도 모른다는 예상은 더 이상 기우가 아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것은 ‘망해’가는 우리나라의 현주소인 것이다.

출산율 문제를 인지한 정부는 2006년 저출산 관련 예산을 처음 편성하고 지금까지 400조 원 이상을 투입해 왔다. 하지만 정작 출산율은 거듭 바닥을 찍어 왔다. 같은 이유로 실패를 반복하는 것만큼 허망한 것이 없다. 이렇게까지 돈을 쏟아부어도 나아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면, 우리나라는 정말 허망하게 망하고야 마는 걸까.

앞서 말한 다큐멘터리에서 수많은 전문가는 ‘경쟁’을 저출산의 큰 원인 중 하나로 꼽는다. 더불어 이제 우리 사회의 상황을 저출산이 아닌 전체적인 인구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한다. 시선을 돌려 경제, 교육, 노동, 연금 등의 문제를 들여다보며 저출산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필요가 있다. ‘아이 낳으면 돈 주는 사회’가 아니라 ‘아이 낳아도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는 사회’, ‘아이 낳아도 괜찮은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지난달 29일 정부는 올해보다 약 25% 늘어난 다음 해 저출산 관련 예산을 발표했다. 역시나 임신과 출산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그동안의 경과를 생각하면 결국 밑 빠진 독에 물을 25% 더 붓는 꼴만 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우리나라는 우는 아이에게 사탕만 물리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아이가 왜 우는지, 어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줘야 할지 곰곰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이대로는 아이 울음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사회가 될지도 모르니까. 더는 대한민국이 망했다는 말에 수긍하고 싶지 않다.

송선교 편집장
송선교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