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신예진 기자 (newyejin@skkuw.com)

대서양 자오면 순환 변화로 극한의 기상 현상 빈발해

기후 변화 대응 위해 한 차원 높은 재난 대응 노력 이뤄져야

기록적인 폭우와 살인적인 폭염 등 극단적인 날씨가 세계 각지에서 나타나고 있다. 최근 코펜하겐대 연구팀은 이르면 3년 이내에 대서양 자오면 순환(Atlantic Meridional Overturning Circulation, 이하 AMOC)이 느려지는 변화가 생겨 기후재앙이 도래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AMOC는 무엇인지, 변화하면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 알아보자.

AMOC, 아시나요?
전 세계의 해양은 거대한 해수순환으로 이뤄져 있다. 해양의 상층부인 표층해수는 바다 위를 지나는 바람에 의해 순환한다. 또한 해수는 온도와 염도에 따른 밀도 차이로 전 지구적 순환을 하기도 한다. AMOC는 *대서양 자오면에서 일어나는 대표적인 해수순환이다. 먼저 표층해수는 바람에 의해 북대서양으로 이동한다. 북대서양에서는 추운 기후로 인해 바닷물이 얼어 빙하가 생성된다. 염류는 빙하에 결합하지 못하고 해수에 남기 때문에 북대서양 주변 해수의 염도가 올라간다. 해수의 수온이 낮고 염분이 높을수록 밀도는 커진다. 때문에 북대서양의 해수는 밀도가 커져 심해로 점점 가라앉고 북대서양 심층수가 된다. 이후 북대서양 심층수는 해류를 따라 남극까지 흐른 뒤 다시 비교적 수온이 높은 인도양과 태평양으로 북상한다. 수온이 상승하며 밀도가 작아진 해수는 다시 표층으로 올라오면서 순환이 반복된다.

대서양 자오면 순환 모식도. ⓒ네이버 해양학백과 캡처
대서양 자오면 순환 모식도. ⓒ네이버 해양학백과 캡처

지구의 기후를 조절하는 AMOC
AMOC는 지구 기후 시스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해수가 북대서양에서 남극까지 순환하는 과정에서 곳곳에 열을 재분배하기 때문이다. 해수는 기온이 낮은 북대서양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북유럽 부근에 열을 방출한다. 이 영향으로 유럽 지역은 같은 위도상의 동북아시아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온화한 겨울 날씨를 보인다. 열을 방출한 뒤 차가워진 해수는 밀도가 커지고 가라앉아 다시 적도 부근으로 이동한다. 이 과정을 통해 AMOC는 고위도와 저위도의 온도 편차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AMOC가 느려지면 적도의 열이 고위도로 분배되지 못해 고위도 지역은 극한 한파가 닥치고, 저위도 지역은 극한 폭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실제로 AMOC가 변화해 극한의 기상현상이 발생했던 시기가 있다. 바로 영거 드라이아스로, 약 12,800년 전쯤 급작스럽게 기온이 약 10도 떨어졌던 사건이다. 마지막 빙하기 이후 지구 기온의 상승으로 거대한 빙하가 녹으며 엄청난 양의 담수가 북대서양에 유입됐다. 갑작스러운 담수의 유입으로 해수의 염도가 낮아져 밀도가 작아지며 AMOC가 느려졌다. 고위도로 공급되는 열의 양 또한 감소해 북반구 대부분의 기온이 10년 동안 10~15도 낮아졌다. 기후 빅데이터를 연구하는 세종대 데이터사이언스학과 최우석 교수는 “AMOC의 변화로 온도 편차 조절에 실패하면 인류는 다시 한 번 극한의 기후를 맞을 것”이라며 “지구는 기후 시스템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강력한 태풍이나 폭우와 같은 극단적인 기상현상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AMOC의 변화, 지구 온난화의 결과이자 원인
AMOC가 느려지는 결정적 이유는 이산화탄소의 증가다. 지구의 기온이 상승하면서 기존 빙하가 녹고 새로운 빙하도 만들어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에 북대서양 해수의 염도가 낮아져 연쇄적으로 이뤄지는 해수순환 과정에 문제가 생긴다. 또한 AMOC는 지구 온난화를 늦추는 역할도 한다. 영국 사우샘프턴대 연구팀에 따르면 AMOC는 2000년부터 15~20년간 지구 온난화로 인한 온도 상승을 0.8도 정도 상쇄해 왔으며 향후 40~50년까지 지구 지표면의 온도 상승을 늦출 예정이다. 최 교수는 “해양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탄소의 상당한 양을 가둘 수 있다”며 “해수순환이 느려지고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되면 해양이 탄소를 가두지 못하고 공기 중으로 방출한다”고 전했다. 지구 온난화가 심해지며 AMOC가 변화하고, AMOC의 변화로 지구 온난화가 심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며 지구는 점점 더 가열된다.

AMOC가 느려지고 지구 온난화가 심해지면 앞으로 올해 여름처럼 폭염이 극심해질 것이다.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남성현 교수는 “AMOC의 변화로 인해 지구 온난화가 심해지면 태양 복사에너지를 반사하는 북극의 빙하가 녹고 태양 복사에너지는 해양에 그대로 흡수돼 북극의 수온 상승과 온난화 가속화로 이어진다”고 전했다. 이어 “북극이 온난화되면 방어막 역할을 하는 *제트기류가 느슨해져 저위도에 가둬 뒀던 따뜻한 난기가 중위도까지 영향을 미쳐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에 폭염이 올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 오는 태풍도 더 강력해진다. 태풍은 뜨거운 바다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주로 열대 해역에서 만들어진다. 그러나 수온 상승으로 우리나라와 근접한 온대 해역에서도 태풍이 만들어지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강타했던 태풍 ‘힌남노’도 온대 해역에서 만들어진 태풍이다. 남 교수는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되면 해수가 더 많이 증발하고, 이로 인해 풍속이 더욱 강력하고 강수량이 많은 소위 슈퍼 태풍의 발생 확률이 커진다”고 전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까운 곳에서 태풍이 생김과 동시에 더 강력한 태풍이 발생할 수 있게 되므로 전반적인 태풍 위험이 증가한다. 남 교수는 “기상이변의 예측 정확도를 높이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한 차원 높은 재난 대응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극한의 기상이변을 초래하는 AMOC의 변화를 저지할 필요가 있다. 남 교수는 “자연적으로 해결됐던 영거 드라이아스와 달리 현재 AMOC는 비가역적으로 진행되는 지구 온난화로 자연적 해결이 불가능하다”며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줄여 AMOC의 변화 속도를 늦추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전했다.

 

◆대서양 자오면=대서양에서 적도면과 수직으로 만나는 자오선을 포함하는 평면.

◆제트기류= 중위도 지방에서 대류권의 상부나 성층권에서 수평으로 부는 강한 공기의 흐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