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의상 기자 (kimcloth1029@skkuw.com)

참 흉흉한 세상이다.

눈을 뜨면 사람이 사람을 짓밟고 있다. 그때마다 나는 참으로 무기력해진다.

서울에 오고 나서 참으로 무기력한 적이 많았다. 자신에 대한 확신도 미래에 대한 어떠한 기대도 들지 않았다. 그때 내가 본 서울은 미세먼지가 그득했다. 참 잿빛이었다. 세상을 비관적으로 바라보면 바라볼수록 세상은 나에게 참 모질게 굴었다. 그때마다 나는 울컥거리는 상처를 상처로 덧대고, 덧대고, 또 덧댔다. 더는 그곳에서 아무런 감각도 나지 않을 때까지.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고 나서 깨달았다. 사람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홀로 외롭게 각자의 시뻘건 상처들을 삼키고 있다는 것을. 그 순간 나는 각자의 상처를 딱지가 지고 곪을 때까지 방치하기보다는 서로 꼭 껴안고 보듬어 주면 더 빨리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어떻게 나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세상의 여러 사람의 상처를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을지 고민했던 것이. 그리고 나보다 훨씬 열악한 환경에서 사는 이들의 처우를 개선할 수 있을지 고민했던 것이. 따라서 고민의 하나로 성대신문에 지원했다. 수습기자로서 가깝고도 먼 나라 미국에서 첨예한 인종 갈등으로 인해 서로를 헐뜯는 사람들의 소식을 전달할 수 있었던 경험은 참 보람차고 기뻤다.

세상은 아직도 차갑다. 서울은 아직도 미세먼지가 그득하다. 하지만 나는 이 세상에서 펜이 가진 힘이 아직 크다고 생각한다. 준정기자가 된 지금 내가 바라는 것은 전설로 회자할 엄청난 기사를 쓰는 것이 아니다. 한 사람만 읽더라도 그 사람에게 뜨거운 감동을 줄 수 있는, 그 사람의 상처를 꼭 안아줄 수 있는 그런 기사를 쓰고 싶다. 흐릿해도 좋다. 나의 글이 잿빛 세상에 하나의 색이라도 칠할 수 있길 바란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무던히 노력하고 싶다.

서울은 아직도 미세먼지가 가득하다. 어쩌면 나는 여전히 비관주의자일지도 모른다.

그저 나로 인해 세상이 눈곱만큼이라도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어쩌면 나는 낙관주의자가 되고 싶은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