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기자 (webmaster@skkuw.com)

새 학기가 시작되는 이맘때쯤 연구실 창문을 열어두면 생기 넘치는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고스란히 전해지며 나 또한 활력을 얻는다. 이처럼 삶에서 가장 빛나는 나날을 보내고 있는 우리 학생들은 한편으로 각자 많은 고민을 안고 있기도 할 것이다. 내가 학부생 당시에 겪었던 고민이 끊임없이 느껴졌던 것처럼 말이다. 아마 그때와 비슷하게 우리 학생들도 취업과 진로 문제가 가장 큰 고민거리로 자리할 것이다. 

수험생에게 수능이 세상 전부로 보이는 것처럼, 우리가 지금 안고 있는 고민은 너무나도 크고 무겁게 느껴져 가끔 힘에 부칠 때가 있다. 5년 후, 10년 후에 그때 우리가 안고 있었던 고민을 바라보면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지만 말이다. 누구나 자신의 우물 안에서는 그 우물이 세상 전부인 것처럼 느끼며 살기 때문에, 힘에 부치는 상황에 놓여 있으면 해결책이 보이지 않아 답답한 마음만이 들 수 있다. 

학부생 때 나는 반항심에 우리나라가 너무 조그만 우물이라고 느껴졌다. 나름 엇나가지 않고 학교생활을 열심히 해왔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졸업할 때쯤 보니 내 앞에 놓인 숙제를 계속 풀어야 하는 느낌이 들어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전공 학생이라면 3대 메이저 언론사에 취업하는 것이 소위 가장 잘 풀린 경우라고 모두가 암묵적으로 생각해온 시절이었다. 누가 딱히 길을 정해준 것도 아니었는데, 나와 주위 친구들은 보이지 않는 그 길에서 엇나가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했던 것 같다. 말을 듣지 않는 청개구리가 되지 않기 위한 노력이었지만, 우물 안에서 모범적인 개구리로 남으며 바라보는 세상을 한 번쯤은 벗어나 보고 싶었다. 청개구리가 되어 우물 밖 세상과 무모하게 부딪혀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리고 몇 년 후, 박사과정을 공부하러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우리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에서 느낄 수 있는 자유로움을 만끽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우물 밖 세상으로 나온 개구리처럼 신나게 공부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나는 다시 우물 안으로 들어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매일 비슷한 일상생활 속에서 만나는 사람은 제한적이었다. 무엇보다 그때 당시 내가 마주했던 세상은 컴퓨터 스크린에 비치는 빼곡한 논문 글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연구를 하면 할수록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 갇혀 있는 듯한 느낌이 불현듯 다가왔다. 그렇게 우물 안 개구리로서의 시간을 다시 보낸 유학 시절이었다. 하지만 결국 그러한 시간이 겹겹이 쌓여, 한 걸음 더 큰 보폭으로 우물 밖 세상을 다시 경험하게 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되었음을 느낀다. 결국 우물 밖으로 나올 수 있는 힘은 외부 환경이 아닌, 바로 나에게 있음을 알게 되었다. 우물 안에서 보냈던 수많은 시간 덕에, 가끔 우물 밖을 뛰어나올 수 있으니까. 

혹시 지금 우물 안에서 끝이 보이지 않는 긴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그 나날들이 결국 언젠가 우물 밖으로 한번 뛰어나갈 수 있는 근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믿었으면 한다. 우물 안에서 보내는 지루한 시간들을 나를 투명한 거울로 마주해볼 수 있는 시간으로, 그리고 주체적이고 당당한 우물 밖의 나로서 담금질해나가는 시간으로 만들어가면 좋겠다. 이 짧은 글이 여러분들의 고민을 덜어줄 수는 없겠지만, 언젠가 힘에 부치는 고민을 안고 있을 때, 그 시간을 보내고 있는 여러분들을 조금이라도 위로해줄 수 있는 책갈피로 남았으면 한다.

 

이지영 미니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이지영 미니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