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한국 오니까 좋아요? 미국이랑 비교하면 어때요? 올해, 오랜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하여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다. 국립국어원에서는 ‘비교’를 “둘 이상의 사물을 견주어 서로 간의 유사점, 차이점, 일반 법칙 따위를 살피는 일”이라고 정의한다. 하나의 사물을 파악할 때, 다른 비슷한 것과의 차이점과 유사점을 살펴보면 그 사물의 특성을 좀 더 면밀히 분석할 수 있다. 이글에서는 내 짧은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에서의 일상과 한국 생활의 차이점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가장 크게 다가오는 부분은 ‘거리감’에서 오는 차이다. 사람들 간의 거리가 한국에서는 훨씬 더 가깝다. 어디를 가나 사람들이 더 가까이 다가오고. 심지어 운전을 할 때도 정말 코 앞까지 차 앞머리를 들이민다. 그 가까운 거리감이라는 것이 물리적 거리감뿐만은 아니라 심리적 거리감에 있어서도 느껴졌다. 이는 지인들과 만나서 나누는 대화에서도 나타난다. "결혼은 했어?", "아이는?", "늦게까지 공부했네.", "어디 살아? 어느 아파트?, 전세야?" 이런 신상 조사(?)를 당하고 집에 오는 길이면 '탈탈 털린 느낌이 든다. 미국에서는 서로 간의 '거리감'이 보장되었다. 본인이 누군가의 앞길을 조금이라도 방해하였다면 바로 I am sorry 가 나오며, 각자의 공간인 '보이지 않는 원'을 침범하면 바로 Excuse me 가 나온다. 사적인 관계에서도 각자의 민감한 부분들에 대해서는 마치 보이지 않는 울타리가 쳐져 있는 것처럼 여기며 서로 조심하여 묻지 않는다. 'Nice'해 보이지만 서로 간의 끈끈함은 떨어질 수 있다. 한편, 한국에서는 서로 간에 사적인 끈끈함을 더 느낄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서로의 상황을 더 자세하게 알게 됨에 따라 상대방을 더 쉽게 판단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타인의 상황이나 말에 영향을 받지 않고, 나 자신의 삶을 온전히 살아가려면 이러한 거리감을 잘 조절해야 하며, 이를 위해 나만의 심리적인 경계를 설정할 필요가 있음을 느낀다. 

또 다른 차이점은 '속도감'이다. 미국에서는 모든 일들이 천천히 움직였다. 어떤 일이든 몇 개월 걸리는 것은 예사였다. 미국에서 2~3주 걸려서 겨우 행해질 일들이 한국에서는 하루 이틀 만에 빠르게 진행되고 처리되었다. 책은 주문 당일 도착하고 에어컨이 고장 났다고 신고하니 바로 다음 날 와서 고쳐주고 택배 반품은 바로 다음날 수거해 간다. 미국에서는 병원들이 응급실을 제외하고는 예약제로 운영되다 보니 가벼운 증상으로 병원에 가고 싶어도 1개월 대기는 기본이었다. 아플 때도 가까운 병원에 즉시 방문하면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은 한국에 와서 가장 좋은 점이라고 꼽을 수 있다. 이러한 빠른 일 처리와 변화가 한국의 성장 동력이었구나 싶다. 물론 기존의 시스템들 또한 쉽게 변화하다 보니 그만큼 예측 가능성, 안정성은 좀 떨어진다는 문제점도 있을 것이다. 

'속도감'은 문화 전파성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한국에서는 문화가 빠르게 전파된다. 수업 시간에 “연진아, 나 지금 되게 신나.”를 맥락도 없이 던졌음에도 유행하는 드라마 대사다 보니 학생들은 빵빵 터진다. 드라마나 가수, 어떤 사건이 유행을 타면 전 국민이 그 이야기를 하고, 이런 문화적 공감대는 너와 다른 나를 함께 '우리'로 쉽게 엮을 수 있게 해주는 힘이 되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넓은 영토와 다양한 인종으로 취향과 관심사가 다양하다 보니 이렇게 빠르게 전파되는 문화적 공감대를 형성하기는 쉽지 않은 편이다. 반면, 이러한 문화적 공감대는 '나의 경험이 이러했기에 당신의 삶도 그러할 것'이라는 꼰대적 착각을 불러일으키기 쉬운 환경을 만드는 데 일조할 수 있다. “라떼는 말이야.” 자신의 경험이 상대방의 경험과 같을 것이라는 큰 착각, 우리가 경계해야 할 지점이기도 하다. 어쨌든 이러한 빠른 속도감에 적응하는 것이 한국에서의 첫 과제였기에 빠르게 흐르는 한국에서의 일상에 몸을 맡긴 채 출렁이며 적응해 나가고 있다.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두 사회에서 통하는 원칙은 있었다. 정성을 들여 노력한 일은 언젠가는 결국 결실을 맺는다는 점, 내가 적극적으로 도움을 찾아 나서면 사람들이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는 점은 유사하였다. 추석 즈음, 육아 퇴근을 한 후, 성대 신문 데드라인의 속도감에 맞추어 이 글을 작성하면서 서두에서 제시한 질문에 대한 답을 미국식으로 해보고자 한다. "Thank you for asking, I'll let you know next year!"

사회복지학과 김재승 교수
사회복지학과 김재승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