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내 연인의 눈은 태양처럼 빛나지 않고

입술은 산호처럼 붉지 않으며

가슴은 눈처럼 희지 않고 거무죽죽하며

남들의 머리가 금실이라면 그녀의 머리는 검은 실이다

나는 붉고도 흰 장미는 본 적 있지만 그녀의 두 뺨에서 그런 장미를 본 적 없고

그녀가 내뿜는 숨결에서보다 향수의 향기에서 기쁜 마음을 얻는다.

나는 그녀의 음성을 사랑하지만 음악이 훨씬 듣기 즐겁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여신은 땅을 밟는 일이 없다는데 나의 여신 그녀는 씩씩하게 땅을 밟는다

그러나 결단코 내 연인은 그 누구보다 특별하다 

거짓 비유로 포장된 이들보다 더.’

이 짧은 글은 셰익스피어 소네트 130번이다.

시대를 막론하고 수많은 사랑시나 노래들은 사랑하는 상대가 얼마나 아름다우며 대단한 사람인지 노래하곤 했다. 그 짧은 시어와 가사 속에서 평범한 한 사람은 신에 버금가는 존재가 될 수 있다. 그 사람은 항상 세상 누구보다 아름다우며 완벽한 존재로써 화자에게 기적 같은 감정을 선사한다. 하지만 이 소네트는 처음부터 화자가 자신의 연인을 칭찬하기는커녕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깎아내리는 것처럼 보인다. 보편적인 전개와는 정반대이다.

이 소네트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뮤지컬 <윌리엄과 윌리엄의 윌리엄들>에서였다. 작품 속 주인공 윌리엄은 이 소네트를 적으며 낭독한 후 한 마디를 내뱉는다. "아름답지 않은데 어떻게 사랑할 수 있지?" 이 대사를 처음 들었을 때 마음 속으로 깊이 공감했다. 아름답지 않은데 어떻게 사랑할 수 있는 걸까? 사람을 외형만으로 판단하고 애정을 갖게 된다는 생각이 아니었다. 다만 사랑한다면 아무리 평범해도 내 시선에서만큼은 상대가 세상에서 제일 아름답고 멋있게 보여야 하는 것은 아닐까, 라고 생각했다.

이 생각이 바뀌게 된 것은 개그맨 문상훈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을 읽은 후였다.그는 자신의 결혼 소식을 알리며 이렇게 얘기했다. '확신이 들어서라기 보단, 정답이 아니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커져서 결심하게 되었어요. 결혼할 분은 저처럼 그리고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처럼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가는 평범한 분입니다.‘

이것이야말로 거짓 비유 하나 없는, 순수한 고백이었다. 사람들은 노래 가사 속 운명처럼 나타나 나의 모든 걸 완벽하게 만들어주는 연인에 대한 이야기보다, 이 담담한 고백에 더 깊이 공감했다.

그의 글을 읽고 뮤지컬 속 소네트를 떠올렸다. 내가 누구를 사랑하게 되던,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결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도, 가장 현명한 사람도 아닐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멋진 사람이거나 이상형에 꼭 맞는 사람일 수도 없다. 그 사람은 실수도 하며, 나와 매몰차게 싸우고 등을 돌릴 수도 있는 사람이다. 우리가 소위 말하는, 인간적인 면모가 있는 평범한 사람일 것이다. 셰익스피어는 이 사실을 인지한 상태에서, 그럼에도 그 사람을 특별히 여기는 것이 사랑이라고 말하고 싶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소네트의 마지막 두 줄을 다시 읽으며 짧은 글을 마치겠다.

‘그러나 결단코 내 연인은 그 누구보다 특별하다 

거짓 비유로 포장된 이들보다 더.’

정서현(사회 22) 학우
정서현(사회 22) 학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