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송선교 편집장 (songsong@skkuw.com)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지난 8일 폐막식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우리나라는 금메달 42개, 은메달 59개, 동메달 89개로 종합 성적 3위를 기록했다. 좋은 성적으로 메달을 따낸 종목과 선수들에게는 찬사가 이어졌다. 특히 그동안 비인기 종목으로 여겨졌던 수영에서는 14개 종목에서 6개의 금메달을 포함해 총 22개의 메달을 따냈다.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종목인 축구와 야구도, 처음으로 정식종목이 된 e스포츠도 금메달을 따내며 화제에 올랐다.

한편 우리나라에는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에서 남자 선수가 메달을 딸 때마다 따라오는 또 다른 혜택이 있다. 바로 군 면제다. 대한민국 병역법 제3조 1항에 따라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은 헌법과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병역의무를 성실히 수행하여야’ 하는데,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거나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면 그 병역의무가 훈련소만 다녀오면 되는 수준으로 바뀐다.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18개월 이상의 병역을 이행해야 하는 보통 한국 남성들에게 ‘군 면제’는 염원이거나 환상처럼 여겨지곤 하는데, 그것이 메달을 딴 선수들에게는 현실이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남자 선수들의 메달은 군 면제 여부에 따라 더 큰 화젯거리가 되곤 한다. 이번 대회 남자 수영 자유형 50m 결승에서 21초72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딴 지유찬 선수에게는 ‘21초 만에 전역’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군 미필인 선수가 대부분이었던 축구와 야구에는 특히 더 관심이 쏠렸다. 해외 리그에서 활약하는 축구의 이강인 선수와 야구의 장현석 선수 등은 금메달로 병역 특례를 받아 수월하게 해외 경력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모두 기쁜 일이긴 하지만, 노력과 경쟁에 따른 메달의 가치보다 군 면제 여부에 더 주목하는 점은 마냥 유쾌하다고만 할 수는 없다. e스포츠에서 우리나라가 딴 금메달에도 사람들이 기뻐하는 한편, 몸을 거의 움직이지 않는 마인드 스포츠를 통해 병역 특례를 받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논란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스포츠맨십의 문제도 군 면제와 엮이곤 한다. 롤러스케이팅 남자 스피드 3,000m 계주 결승에서는 우리나라 선수가 결승선을 통과하기 전 세리머니를 하다 역전당해 금메달을 놓쳤다. 또, 한 테니스 선수는 패배의 분함을 못 이겨 라켓을 부수고 상대 선수와 악수를 하지 않았다. 미디어에서는 부족한 스포츠맨십이 군 면제를 받지 못함으로 이어졌다거나, 군 면제를 받지 못함으로써 부족한 스포츠맨십이 드러났다고 보도하곤 했다. 경쟁의 결과보다는 군 면제 여부에 더 집중한 것이다.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모두 군 면제 문제로 귀결된다면, 이는 스포츠 대회가 아닌 병역판정 대회라고 부르는 게 맞지 않는가?

군 면제가 선수 개인의 경력 측면에서, 사람들의 관심도 측면에서, 공정성 측면에서 모두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때문에 스포츠의 본질을 잊어서는 안 된다. 스포츠의 본질은 경쟁이다. 군 입대와의 경쟁이 아닌, 다른 선수들과의 경쟁 말이다. 메달은 그러한 관점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다른 선수와의 공정한 스포츠 경쟁을 통해 맺은 결실로서 말이다. 선수들도 이를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도 스포츠 선수로서의 결과를 축하하고, 스포츠 선수로서의 잘못을 비판하자. 아시안게임의 경쟁자는 군 입대가 아니다.

송선교 편집장
송선교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