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재경 기자 (yu2021ing@skkuw.com)

경직된 취업시장에서 멀어지는 비구직 니트 청년

실천적 노력과 제도적 변화 함께 필요해

지난해 OECD 교육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5~34세 청년 중 대학 졸업자 비율이 69.3%로 OECD 회원 38개국 중 1위였으나, 대학 졸업자 청년 고용률은 76%로 35위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현 청년 세대가 양질의 교육과 경험으로 이전 세대보다 뛰어난 역량을 가지고 있음에도 취업의 문턱은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에 취업 활동을 이어가지 않고 구직을 단념해버리는 비구직 니트 청년이 등장했다. 그들은 어떤 이유로 노동시장에서 멀어지는 걸까?

청년 취업의 새로운 문제, 비구직 니트 청년
‘니트(NEET)’는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의 준말로 학업 또는 취업 상태에 있지 않은 사람을 의미한다. 한국고용정보원은 2021년 기존 국내 연구를 토대로 니트를 △군입대 대기 △돌봄 가사형 △비구직형 △심신장애형 △진학 준비형 △취업 준비·구직형으로 구분했다. 한국고용정보원 정재현 연구원은 “그중에서도 취업 준비를 하지 않는 비구직 니트 청년이 꾸준히 생겨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비구직 니트 청년의 개념과 기준이 정립되지 않아 공식적인 통계는 없는 상황이다. 다만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를 통해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해당 조사에서 만 15~29세 청년 비경제활동인구 중 지난 1주일간의 주된 활동으로 ‘쉬었음’이라 응답한 이들이 구직을 단념한 비구직 니트 청년으로 고려된다. 이때 ‘쉬었음’은 질병, 군대나 출산 등의 사유가 없고 일할 능력이 있어도 일을 하지 않는 상태다. 이는 적극적으로 구직 활동을 했음에도 취업에 실패한 비자발적 실업과는 차이가 있다. 해당 조사의 비경제활동인구 통계수치를 기반으로 지난해 기준 비구직 니트 청년은 약 40만 명에 달하며 전체 니트 청년의 약 29%를 차지한다.

그들이 구직 의지를 잃어버린 이유는 무엇일까
비구직 니트 청년이 생기는 주된 이유는 고용 환경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고용 환경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가 벌어져 양극화돼 있다. 청년들이 연봉과 복지를 중시하며 안정적인 정규직과 고용 여건이 좋은 대기업을 선호하면서 양극화가 심화됐다. 특히 고학력 청년일수록 여건이 좋은 기업을 선호한다. 중앙대 사회학과 이병훈 교수는 “고학력 청년들은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대기업 등 안정된 시스템이 갖춰진 곳에 취직하려는 경향이 있어 취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난과 실패에 좌절할 수 있다”고 전했다. 2021년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를 기반으로 추산된 전체 비구직 니트 청년 약 44만 명 중 약 15만 명(35.5%)이 전문대 졸업 이상의 고학력자였다. OECD 회원 38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지난해 OECD 교육지표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대학 졸업자 청년들은 중학교 졸업자 이하 청년보다 고용률이 26%p 높은 데 비해, 우리나라는 그 차이가 12%p로 고학력이 고용으로 이어지는 정도가 다른 국가들에 비해 낮다. 

이에 더해 학교 졸업 후 오랜 기간 취직을 준비하는 청년을 실패자로 보는 사회적 인식도 비구직 니트 청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또한 소위 ‘좋은 직장’에 대한 통념이 그들의 다양한 기회를 빼앗기도 한다. 현대경제연구원 이부형 이사는 “대기업 입사가 무조건 좋은 것으로 여겨지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청년들이 취업 활동 시 다양한 기회를 고려하지 못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취업을 원하는 청년을 대상으로 대학 등의 교육 기관에서 직업 교육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며 “그러나 현재는 국가와 교육 기관 간의 협력이 부족해 체계적인 지원이 이뤄지지 않아 청년들이 진로에 대한 다양한 선택지를 생각하기 어려운 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비구직 니트 청년이 우리 사회에 불러오는 영향
구직 단념 상태가 장기화되면 개인의 잠재력이 저하되고 부모 세대의 부담과 사회적 비용을 야기할 수 있다. 실제로 2021년 한국경제연구원의 ‘청년층 니트의 경제적 비용’ 연구에 따르면 니트의 연간 경제적 비용은 약 62조 원에 달했다. 해당 비용은 비구직 니트 청년의 예상 소득과 이들을 위한 사회 복지 비용 등을 포함해 추정된다. 이 교수는 “노동시장에서 생산성을 발휘해야 하는 세대가 복지와 부양의 대상이 되면 사회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비구직 니트 청년은 생산 여력이 없어 수입이 불안정해 소비 능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러한 비구직 니트 청년이 증가한다면 장기적으로 한 나라 경제의 최대 성장 능력을 의미하는 잠재 성장률도 감소할 수 있다. 

또한 비구직 니트 청년이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좌절 등의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면 고립‧은둔청년이 되기도 한다. 서울시는 정서적·물리적 고립 상태가 6개월 이상 유지된 경우를 ‘고립청년’으로, 6개월 이상 사회와 교류를 차단하고 한 달 내 구직 활동을 안 한 경우를 ‘은둔청년’으로 정의한다. 지난해 서울시가 서울시 고립·은둔 청년 486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 고립과 은둔의 계기로 ‘실직/취업의 어려움(45.5%)’이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이 교수는 “고립과 은둔이 지속되면 정신 건강이 악화돼 정신 질환이 생길 수도 있으며 사회 일원으로서의 위치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고 전했다. 


비구직 니트 청년 문제 해결의 현주소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현재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실효성 높은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정 연구원은 “취업 준비‧구직형 니트를 대상으로 한 정책은 꾸준히 시행돼왔지만 비구직 니트 청년만을 위한 정부 차원의 정책은 그 수와 지원 목표 인원 모두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라고 전했다. 지난 2020년 12월 정부는 ‘제1차 청년정책 기본계획(2021~2025)’을 수립해 니트 청년에 대한 다양한 지원 방법 강구에 나섰다. 특히 ‘한국형 NEET 지표’를 개발해 청년들의 구직 포기 가능성을 사전에 파악하고 촘촘한 고용 복지 서비스망 구축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그 실효성에 대한 연구는 아직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고용노동부 또한 지난 2021년 비구직 니트 청년을 대상으로 ‘청년도전 지원사업’의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당시 참여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다양한 취업 프로그램을 경험하면서 정서적 안정과 진로 탐색에 도움을 받았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그 결과 지난해 참여 기관의 수와 참여자 수가 각각 전년 대비 100%, 76.3% 증가하면서 확대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이 사업은 각 지자체의 청년 센터를 통해 진행돼 지역에 따라 프로그램의 세부적인 종류와 진행 방식이 달라 참여자가 받을 수 있는 혜택에 차이가 나기도 한다. 또한 올해 지원 계획 인원은 총 8,000명으로 현재 비구직 니트 청년의 수에 비해 적은 편이다.

더불어 현재 정책들은 참여자의 자발적 신청에 의존하기 때문에 정책이 시행되더라도 비구직 니트 청년이 실질적으로 참여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정 연구원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심각한 청년 실업문제를 겪었던 EU 국가들은 4개월 이내에 취업하지 못한 청년이 있으면 상담이나 직업훈련 교육 등 다양하고 체계적인 지원책을 제공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이러한 지원 제도가 미비해 청년이 스스로 비구직 니트 상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들을 도전하는 인재로 만들기 위해서는
비구직 니트 청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이들의 개별적인 상황과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 일본의 경우 지역 커뮤니티 단체 NPO 기관이 지자체와 연계해 맞춤형 프로그램인 ‘지역 청년 서포트 스테이션’을 시행하고 있다. 해당 정책에서는 비구직 니트 청년이 가진 인간관계의 어려움이나 면접에 대한 공포, 자신감 결여 등의 고민에 대해 임상심리사 등의 전문가와 개별 상담을 진행한다. 또한 직장 생활을 위한 기초 교육을 진행하는 등 취업 후 실무에서 겪을 어려움을 예방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비구직 니트 청년의 자존감과 자기 효능감을 높여 다시 구직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이에 정 연구원은 “정책 시행에 앞서 추적 조사를 통해 오랜 기간 비구직 니트 상태에 놓인 청년을 찾아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전했다. 또한 이들을 사회와 연결하려는 단계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그 사례로 사단법인 ‘니트생활자’에서는 비구직 니트 청년들이 작은 성취감부터 느끼며 자립할 수 있게 하는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프로그램에 신청해서 선발된 청년들은 스스로 하고 싶은 업무를 정해 출퇴근을 하며 가상회사 생활을 하기도 한다. 또한 이 교수는 “이런 실천적인 노력 외에도 사회 제도의 변화가 뒷받침돼야 근본적인 해결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서는 청년들의 선호를 반영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 노동시장에서의 수요와 공급 간의 간극을 줄이고자 노력해야 한다. 더불어 현재 청년들의 실태 및 선호도 조사를 바탕으로 이들이 선호하지 않는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거나 장기 근무자에게는 혜택을 제공하는 등 다방면의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