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지빈 기자 (zibini930@skkuw.com)

심리적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상담심리학

질적 연구 확대와 국내 상담 자격에 대한 규제 필요해

최근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와 같은 상담 예능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끄는 등 상담을 향한 사회적 관심이 뜨겁다. 사람은 저마다 다른 성격과 생각을 가지기에 사람마다 상담의 방법도 달라진다. 개개인에게 적합한 상담 방법을 연구해 더 나은 상담을 추구하는 학문인 상담심리학에 대해 알아보자.

지금 우리 사회는 상담이 필요하다
정신 건강 문제로 고통받는 현대인이 늘어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7년에서 2021년까지 우울증 환자는 68만 명에서 91만 명으로 약 1.3배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상담은 그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8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응급실에 내원한 자살 시도자의 자살위험도와 우울감은 상담을 1회 제공했을 때는 15.6%, 4회 제공했을 때는 6.5%를 기록해 60%가량의 감소율을 보였다. 경희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최수빈 교수는 “혼자 고민하는 것보다 객관적이고 넓은 시야를 지닌 상담사와 논의하는 것이 해답을 구하는 데에 효과적”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상담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이 과정을 연구하는 상담심리학을 향한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


상담심리학이 학문으로 인정받기까지 
상담심리학은 개인의 심리적 문제와 원인을 찾아내고 상담이나 심리 치료를 통해 이를 해결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응용학문이다. 현재 △경희사이버대 △부산외대 △삼육대 등 많은 대학에 상담심리학과가 개설돼 있으며 관련 학회에서도 활발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상담심리학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상담 활동의 시작은 20세기 초 미국에서 일어난 직업지도운동으로, 심리적 문제 해결보다 진로 교육에 치중된 것이었다. 상담심리학은 제2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중요성을 인정받았다. 많은 병사가 오랜 전쟁으로 심리적 문제를 겪으며 상담을 받았고 이를 계기로 상담심리학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상담심리학은 1943년 미국심리학회의 한 분과로 출범해 정식 학문으로 정립됐고 여러 번의 명칭 변화를 거쳐 1952년 상담심리학이라는 명칭을 얻었다. 국내에서는 1950년대에 심리학의 한 분야로 취급받다가 1987년 독립적 분과가 됐고 2004년 한국상담심리학회가 등장하며 관련 연구가 더욱 활발해졌다.


상담심리학 속 이론, 다른 인간관을 내비치다
연세대 신과대학 유영권 교수는 “상담사는 내담자의 성격 또는 처한 환경에 따라 각기 다른 이론을 적용하기 때문에 여러 이론에 능통해야 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학자마다 각자의 인간관에 기반한 이론을 내놓는다. 대표적으로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이론과 로저스의 인간중심상담이론이 있다. 프로이트는 인간의 심리를 △의식 △전의식 △무의식으로 구별해 연구했다. 무의식과 의식 사이의 영역인 전의식에는 오랜만에 만난 동창 이름이나 지난주에 했던 일처럼 당장은 의식하지 못해도 집중하면 의식으로 가져와 기억할 수 있는 생각이 존재한다. 반면 무의식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부정적 사건을 자신도 모르게 억압해 놓은 영역이다. 프로이트는 무의식이 인간의 행동과 정서를 결정한다고 봤다. 예를 들어 어릴 적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한 아이가 가해자의 얼굴이나 자주 입던 옷을 무의식에 저장했다면 비슷한 대상을 봤을 때 불안이나 고통을 느낄 수 있다. 프로이트는 이를 치료하기 위해 무의식 속 원인을 의식으로 꺼내야 한다고 봤고 내담자가 떠오르는 대로 이야기하게 하는 자유연상기법을 사용했다. 이를 통해 내담자는 객관적으로 자신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며 심리적 문제의 원인을 깨닫게 된다. 최 교수는 “프로이트는 인간이 무의식에 따라 행동하지만 이를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인간을 결정론적 존재로 본다”고 말했다.

정신분석이론의 창시자 지그문트 프로이트. ⓒ네이버 지식백과 캡처
정신분석이론의 창시자 지그문트 프로이트. ⓒ네이버 지식백과 캡처

한편 로저스는 인간을 성장을 추구하고 자아를 실현하려는 자기실현 경향성을 갖는 주체적 존재로 봤다. 그러나 자기실현 과정에서 지나치게 타인 중심적이고 왜곡된 가치를 습득하면 정서적 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 자기실현은 주로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행해진다. 예를 들어 어릴 적 소중한 장난감을 친구에게 빌려주지 않아 부모님께 꾸중을 들었다면 빌려주기 싫어도 빌려줘야 착한 아이라는 가치를 습득한다. 이때 습득한 가치와 실제 자기 모습 간 차이가 크면 정서적 문제가 발생하며 그 간격을 좁히는 것이 상담의 목표가 된다. 해당 이론은 주체적 존재인 내담자의 해결 의지를 중요시해 상담사는 내담자의 자기 이해를 돕는 최소한의 역할만 해야 한다고 본다. 이를 위해 상담사는 거짓 없이 솔직한 모습으로 대하는 일치성과 내담자의 관점에서 내담자의 경험을 느끼는 공감적 이해를 보여줘야 한다. 유 교수는 “상담사가 내담자의 감정에 공감하면 내담자는 자신의 감정에 타당한 원인이 있음을 깨닫고 자신을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된다”며 “이는 내담자의 문제 해결 의지를 강화한다”고 덧붙였다.

인간중심상담이론의 창시자 칼 로저스. ⓒ네이버 지식백과 캡처
인간중심상담이론의 창시자 칼 로저스. ⓒ네이버 지식백과 캡처


상담심리학의 현재와 미래 
상담심리학은 많은 발전을 통해 현재 전문적인 상담 시스템을 갖추게 됐으나 국내 연구 동향에는 아직 나아갈 점이 있다. 유 교수는 “상담심리학은 양적 연구도 중요하나 사람을 연구하는 학문인 만큼 직접 내담자를 만나 면담하는 등 질적 연구도 확대돼야한다”며 질적 연구의 비중을 높일 것을 강조했다. 최 교수 또한 “면담 및 현장 관찰 등을 통해 풍부한 자료를 수집해야 내담자의 경험을 심도 있게 이해할 수 있다”고 전했다.

더불어 상담사가 되고자 하는 이들이 증가하며 상담사의 전문성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한국상담심리학회에서 발급하는 상담심리사 자격증과 국가자격증인 △임상심리사 △전문상담교사 △청소년상담사 자격증이 있다. 그러나 한국직업능력개발원 홈페이지 민간자격정보서비스에 등록된 상담 관련 자격증은 2015년 195개에서 지난 7월 31일 기준 3,300여 개로 늘었다. 유 교수는 “검증받지 못한 민간 자격증의 남발은 비윤리적 상담을 낳기 쉽다”며 “충분한 교육을 받은 전문 상담사의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한국상담심리학회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학회로부터 인증받은 상담사를 지역별로 한눈에 볼 수 있다. 또한 상담사 양성 시스템의 변화도 필요하다. 전주대 심리학과 김인규 교수는 2018년 발표한 논문인 「국내 상담자격의 현황과 발전방안」에서 전문 상담사의 양성을 대학과 같은 고등교육기관이 전담하는 상담교육인증제도의 도입을 주장하며 근본적인 시스템 개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와 같은 개선을 통해 상담심리학은 앞으로 더욱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 교수는 “집단 상담을 통한 대인관계 훈련 프로그램처럼 개인의 성장을 위한 상담 분야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최 교수는 “상담심리학은 정답이 아니라 다양한 해답을 줄 수 있는 분야”라고 전했다.

한국상담심리학회 공식 홈페이지의 상담사 검색 화면.  ⓒ한국상담심리학회 공식 홈페이지 캡처
한국상담심리학회 공식 홈페이지의 상담사 검색 화면. ⓒ한국상담심리학회 공식 홈페이지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