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엄선우 기자 (sunshine6833@skkuw.com)

외부 유해 물질을 막고 피부 속 수분을 유지하는 각질층

때를 밀거나 뜨거운 물에 오래 있는 생활 습관 지양해야

세안 후 피부가 당기는 느낌이 든 적 있는가? 이는 건조해진 피부가 당신에게 보내는 신호다. 성큼 다가온 쌀쌀한 날씨는 우리의 피부를 더욱 건조하게 해 다양한 피부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이에 사람들은 스킨과 로션 등 피부에 수분을 채워주는 기초화장품을 찾는다. 건조한 피부는 어떤 원리로 피부에 악영향을 끼치며 기초화장품은 어떻게 피부에 도움이 될까?

최전방에서 피부를 보호하는 각질층 
피부는 신체와 외부 환경의 경계를 담당한다. 피부의 가장 바깥층인 표피의 세포들은 신체 내의 다른 세포들에 비해 생성 및 소멸이 가장 활발하다. 외부 손상으로 소실되는 세포가 비교적 많기 때문에 항상 일정한 세포 수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표피는 안쪽에서부터 기저층 유극층 과립층 각질층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가장 바깥의 각질층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서울대 의과대학 피부과학교실 정진호 교수는 “각질층은 피부의 최전방에서 외부 유해 물질을 막고 피부 속 수분의 증발을 막는다”고 말했다. 각질층은 표피 전반을 이루는 각질형성세포(이하 각질세포)가 기저층부터 과립층을 거쳐 *분화하며 만들어진다. 만약 각질세포가 과도하게 증식되면 염증이 생기는 건선이 생길 수 있고 각질세포가 너무 빨리 떨어지면 각질층이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 쓰임이 다한 각질세포는 떨어져 나가고 밑에서는 새로 생성된 각질세포가 합류하며 일정한 두께의 각질층이 만들어진다. 

표피층의 구조. ⓒ수지온한의원 홈페이지 캡처
표피층의 구조. ⓒ수지온한의원 홈페이지 캡처

각질층은 각질세포와 각질세포 사이를 메우고 있는 지질로 이뤄져 있다. 지질은 각질층에 있는 *유기화합물을 통칭하며 각질세포의 분화 과정에서 생성된다. 정 교수는 “각질층이 외부 물질을 차단할 수 있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각질세포 사이의 간격이 좁고 그사이를 기름 성분인 지질이 빈틈없이 메우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각질층은 피부 속 수분을 유지하는 기능도 한다. 각질세포 속 구연산 당분 요소 젖산 등으로 이뤄진 천연보습인자가 물 분자를 끌어당기기 때문이다. 또한 지질의 △세라마이드 △지방산 △콜레스테롤 등은 기름 막을 형성해 각질세포가 흡수한 수분의 증발을 막는다. 따라서 일정한 주기로 각질세포가 생성 및 소멸되는 것이 중요하다. 가톨릭대 의과대학 피부과학교실 이영복 교수는 “지질과 각질세포에 있는 성분들은 각질세포의 분화 과정에서 형성되기에 분화가 정상적으로 이뤄져야 튼튼한 각질층이 만들어진다”고 전했다.

각질층을 이루는 각질세포와 지질. ⓒ제로이드 홈페이지 캡처
각질층을 이루는 각질세포와 지질. ⓒ제로이드 홈페이지 캡처

 

건조함은 피부의 적
피부를 건조하게 만드는 △건조한 날씨 △세안제 △자외선 등의 다양한 요소는 각질세포의 분화 과정을 방해해 각질층 형성에 악영향을 끼친다. 정상적인 각질층은 5~5.5pH의 약산성을 띤다. 정 교수는 “피부가 건조해지면 가장 치명적인 점은 피부의 pH가 올라간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본래 약산성이었던 피부 환경보다 pH가 높아져 염기성에 가까워지면 각질세포의 생성과 소멸을 담당하는 여러 단백질 분해효소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한다. 가톨릭대 의과대학 피부과학교실 조상현 교수는 “단백질 분해효소 중 카스파제14는 pH가 높아짐에 따라 활성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단백질 분해효소인 세린 프로테이나제는 각질세포의 탈락에 관여하는데 pH가 높아지며 활성이 증가한다. 따라서 높아진 pH는 각질층의 형성 과정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기존의 각질세포를 더 많이 탈락시킨다. 각질층의 약화는 다양한 염증과 아토피 피부염 같은 질환이 발생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지질도 뺏어가는 세안제
평소 세안을 할 때 피부는 건조해지기 쉽다. 우리는 피부에 쌓인 온갖 먼지와 노폐물을 씻어내기 위해 하루의 시작과 끝에 세안제를 사용한다. 박건영(통계 21) 학우는 “클렌징폼과 같은 세안제로 얼굴을 씻은 후 피부가 당기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는 세안제로 인해 피부가 건조해진 것이다. 이 교수는 “피부가 건조해지는 다양한 이유 중 하나가 지질이 부족한 것인데 세안제는 피부 속 지질을 앗아간다”고 전했다. 지질이 부족해지면 각질세포 사이에 빈틈이 생겨 수분이 더 잘 빠져나간다. 따라서 건조함의 악순환이 반복될뿐더러 외부 유해 물질이 침투하기 쉬운 상태가 된다. 세안제는 어떤 원리로 피부의 지질을 빼앗아 갈까?

대부분의 세안제에는 기름 성분인 화장품, 피지 등을 씻어내기 위해 계면활성제가 들어간다. 계면활성제는 올챙이 모양의 분자로 이뤄져 있다. 계면활성제 분자의 머리 부분은 물과 잘 섞이는 성질, 꼬리 부분은 기름과 잘 섞이는 성질을 띤다. 따라서 꼬리 부분이 피지 등 기름 분자를 둘러쌀 때 바깥의 머리 부분은 자연스레 구 형태를 만든다. 바깥에 있는 머리 부분은 물과 잘 섞이기에 노폐물을 가둔 분자들은 흐르는 물과 함께 씻겨나간다. 이때 세안제는 노폐물뿐만 아니라 기름 성분인 지질도 빼앗아 피부가 건조해진다. 스킨, 로션 등 보습제가 들어간 기초화장품을 세안 후에 바르는 이유다.

기름을 둘러싸고 있는 계면활성제 분자. ⓒ맘가이드 홈페이지 캡처
기름을 둘러싸고 있는 계면활성제 분자. ⓒ맘가이드 홈페이지 캡처

 

각질층을 위한 기초화장품
기초화장품은 흔히 피부 속까지 수분을 채워준다고 광고해 피부 속 세포까지 수분을 채워준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기초화장품의 성분은 피부 안까지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피부의 가장 바깥인 각질층에 유의미한 도움을 준다. 조 교수는 “기초화장품에 들어있는 보습제는 각질층에서의 수분 공급 및 수분 손실 방어 역할을 한다”고 전했다. 보습제는 수분과 결합해 수분을 끌어당기는 습윤제와 피부에 얇은 기름 막을 만들어 수분의 증발을 막는 밀폐제, 두 종류로 나뉜다. 이들은 각각 각질세포와 지질이 피부 속 수분을 유지하는 원리와 닮아있다. 또한 기초화장품의 기름 성분은 세안제에 의해 빼앗긴 지질의 자리를 채워 피부의 당기는 느낌을 없앤다. 

기초화장품은 대부분 두 종류의 보습제를 적절히 섞인 형태로 만들어진다. 유분기가 많은 지성 피부의 경우 밀폐제의 비율을 적게 하는 등 피부에 따라 각 보습제의 비율을 달리해 만든다. 수분을 공급하는 역할을 할수록 점성이 묽고, 수분을 보호하는 역할을 할수록 되직한 성분으로 돼 있어 수분을 공급한 후 증발을 막기 위해서는 스킨, 로션의 순서처럼 점성이 묽은 제품부터 발라야 효과적이다. 기초화장품은 단순한 수분 유지 기능을 넘어 각질층의 회복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조 교수는 “지질의 주요 성분인 세라마이드, 콜레스테롤, 지방산을 포함한 보습제는 각질층의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평소 피부가 건조한 사람은 물론이고 화장을 자주 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경우 세안도 자주 하기에 기초화장품의 사용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또한 나이가 들수록 지질 생성 능력이 저하되기에 기초화장품의 필요성은 커진다.   
 

피부를 건조하지 않게 만들기 위해서는 
한편 기초화장품을 꾸준히 사용해도 피부를 건조하게 만드는 생활 습관이 지속되면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 교수는 “때를 자주 밀거나 뜨거운 물에 오래 있는 생활 습관은 피부를 건조하게 한다”며 “뜨거운 물 속에서는 지질의 분자 구조가 변형돼 수분을 유지하는 능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또한 자주 때를 미는 행위는 각질층에 있는 각질세포를 억지로 벗겨내는 것이기에 각질층을 망가뜨린다. 따라서 필요에 따라 병원의 진료를 받으며 각질을 관리하는 것이 좋다. 피부가 본래대로 약산성을 띠도록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 교수는 “대부분의 세안제는 염기성을 띠기에 피부가 민감하거나 건조한 계절일 때는 중성이나 약산성 세안제를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분화= 세포가 특정 조직을 구성하기 위해 특수한 세포로 변환되는 과정.

◆유기화합물=생물에 의해 만들어져 생물체의 구성 성분을 이루는 화합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