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기자 (webmaster@skkuw.com)

필자는 OTT 서비스(over-the-top media service) 추천 영상을 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한다. 유튜브나 쿠팡플레이 같은 OTT 서비스에 들어가면 평소에 즐겨보는 푸바오 영상이나 한문철의 블랙박스 영상이 올라와 있다. 어떤 프로그램을 시청할지에 대한 고민 없이 내가 좋아하는 영상을 골라볼 수 있다는 점은 OTT 서비스의 가장 큰 장점이다. 

 사실 우리가 매달 구독료를 내고 다양한 OTT 서비스를 구독하는 데에는 콘텐츠가 갖는 장점뿐만 아니라 사람의 심리를 역이용하는 마케팅 플롯이 숨어있다. 대부분의 OTT 서비스는 ‘무료 체험’ 서비스를 통해 신규 고객을 유치한다. 통상적인 무료 체험 서비스는 소비자가 결제 카드 정보를 입력하고 한 달 뒤에 월 구독료가 결제되는 것에 동의하면 한 달 동안 해당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식이다. 결제 카드 정보를 누군가에게 넘긴다는 것이 썩 마뜩잖지만 언제든 해당 서비스를 해지할 수 있다는 문구에 안심하며 대부분의 소비자는 확인 버튼을 누르게 된다.

 소비자들은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내 것으로 생각하는 순간 애착을 느끼며 객관적인 가치 이상을 부여하는 ‘소유 효과(endowment effect)’를 경험하게 된다. 30일 무료 체험은 해당 OTT 서비스를 ‘내가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인식하게 해 해당 서비스에 전보다 더 큰 가치를 두게 만드는 도구이며, 이러한 소유 효과는 개인화 서비스를 통해 더욱 강화된다. 평소에 좋아하는 콘텐츠를 추천받은 소비자는 해당 서비스를 ‘나만을 위한 것’으로 느끼게 되고, 이는 다음 달에 결제될 월 구독료가 큰돈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물론 무료 체험 기간이 끝나기 전에 구독을 해지하는 식으로 구독료를 회피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는 무언가를 소유하고 있다가 포기하게 되는 경우 심리적으로 큰 손실을 느끼기 때문에 현재 상태를 유지하려고 하는 ‘현상 유지 편향(status quo bias)’을 보인다. 이러한 현상 유지 심리는 서비스 공급자가 구독 서비스 해지를 번거롭게 만들면 더욱 강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어차피 옆에 두고 쓰면 편리한 서비스인데 몇천 원 아끼겠다고 수고스러움을 감내하며 해지할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나의 현 상태(default)가 만족스럽다면 굳이 상황을 변화시키려 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소비자는 구독 서비스를 계속해서 이용하게 된다.

 현상 유지 편향 효과는 ‘연속 재생’과 ‘오프닝 건너뛰기’의 설계에도 적용됐다. 넷플릭스는 자신들의 플랫폼에 더 오래 머무르는 사람일수록 콘텐츠에 대한 만족감이 높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체류 시간을 높이기 위해서는 콘텐츠 몰입도를 높이는 것이 필수적인데, 콘텐츠의 시즌제 편성과 연속 재생은 콘텐츠로 인해 고조된 감정이 이어지게 하여 몰입도를 높이는 데 일조했다. 물론 다음 영상이 재생되기 전에 중단 버튼을 누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현상 유지 편향’ 탓에 순순히 다음 영상으로 넘어가게 되며, 이는 ‘몰아보기(binge watching)’와 같은 새로운 영상 소비 문화를 낳게 됐다.

 기업이 가장 주목하는 학문 분야 가운데 하나가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이다. 행동경제학은 인간 심리의 관점에서 경제적 선택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소비자가 종종 이성적이지 않은 행동을 할 때 그 기저에 깔린 경제적, 심리적 이유에 관심을 둔다. 기업은 행동경제학이 밝혀낸 사람들의 비이성적 선택 기제에 특히 관심이 많은데, OTT 서비스의 사례에서 본 것처럼 인간의 심리를 역으로 이용하면 자사 서비스를 선택하도록 유도하고 만족감을 높일 수 있다. 소비자들 또한 본인의 행동 편향을 자각함으로써 감정보다는 이성에 기반한 선택을 하고 자기 통제력을 발휘할 수 있다. 합리적인 소비자가 되기 위해서는 가격과 품질을 비교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의 심리적인 약점에 대해서도 알아야 하는 시대가 됐다. 더욱 자세한 내용은 내년에 개설될 ‘소비심리와 행동경제학’ 수업에서 다룰 예정이니 관심 있는 학생들의 수강을 기대한다.

소비자학과 박태영 교수.
소비자학과 박태영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