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송선교 편집장 (songsong@skkuw.com)

훌리건(hooligan)이란 축구 등의 스포츠에서 폭력을 행사하고 난동을 부리는 극성팬의 무리를 말한다. 스포츠 팬덤 문화가 비교적 늦게 시작된 우리나라에서는 이 개념이 생소할 수도 있지만, 과거 유럽이나 남미에서는 심각한 사회 문제였다고 한다. 훌리건들은 경쟁 팀의 팬들을 향해 조롱은 물론 물리적인 폭력까지도 서슴지 않고 행사한다. 이들은 크고 작은 인명피해를 낳으며, 1985년에는 이 문제로 인해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헤이젤 참사’가 일어나기도 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의 가치를 확인하고 지키고픈 마음이, 즉 경쟁심과 팬심이 도를 넘어서 그릇된 행동으로 엇나간 모습이다.

한편 우리나라의 청년층에서도 지나친 경쟁심과 팬심을 근거로 타인을 존중하지 않는 모습이 팽배하고 있다. 이는 특히 스마트폰의 양대 산맥인 삼성 ‘갤럭시’와 애플 ‘아이폰’ 사용자 사이에서, ‘갤럭시 혐오’ 현상으로 나타난다. 지난 5일 가수 성시경은 본인의 유튜브 채널 영상에서 어린 사람에게 ‘‘갤레기(갤럭시+쓰레기)’를 쓰냐’는 말을 들었다는 일화를 밝혔다. 지난 17일 올라온 충주시 공식 유튜브 영상에서 한 대학생은 ‘갤럭시 쓰는 이성은 만나고 싶지 않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러한 혐오 양상은 그대로 청년 세대의 스마트폰 점유율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이 지난 7월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 중 18~29세에서는 약 65%가 아이폰을, 약 32%가 갤럭시를 사용하고 있었다. “이런 사람 진짜 많아요.” 충주시 유튜브에서 대학생이 덧붙인 차별의 일반화가 그저 맹랑하지만은 않다.

필자는 이러한 양상이 잘못된 팬심의 표출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청년 세대에서 갤럭시와 아이폰의 사용자 집단은 단순한 소유주를 넘어 브랜드에 충성심을 가지고 경쟁하는 일종의 팬덤이 됐다. 자신의 스마트폰을 순수하게 좋아하거나 자랑하는 것은 팬심이 드러나는 바람직한 모습일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두 팬덤이 팬심을 드러내는 방식은 차별과 혐오 등의 모습을 띠기도 한다. 경쟁심과 팬심이라는 말을 빌려 무형의 폭력을 일삼는 새로운 훌리건들이 나타난 것이다.

기업의 경영·마케팅 전략이나 기능·성능 차이가 이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예컨대 아이폰의 ‘에어드롭’ 기능을 사용하지 못하는 갤럭시 사용자에게 아이폰 사용자가 메신저로 파일을 번거롭게 재차 공유해줘야 하는 상황이 이에 해당할 것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보통의 개인들이 통제하지 못하는 기업의 영역일 뿐, 우리는 개인이 할 수 있는 책임만큼은 다해야 한다. 필자는 너무나 간단하지만 그 방법을 ‘존중’으로 제시한다. 우리는 팬심이나 경쟁심을 타인을 존중하지 않아도 되는 면죄부처럼 사용해왔다. 존중은 팬심과 경쟁심에 수반돼야 하는 최소한의 책임이다.

지금 우리 세상에는 훌리건들이 너무나 많다. 성별 간, 국적 간, 정당 지지자 간, 하다못해 탕수육에 소스를 부어 먹을지 찍어 먹을지 고민하는 사람들 간까지 차별과 혐오는 무심하게도 왕래한다. 이제는 존중마저도 사회적 책임인 세상이 됐다. 문제를 느낀다면 책임을 갖고 상대를 존중하자. 생필품과도 같은 스마트폰을 고르면서까지 훌리건을 마주할 필요는 없다.

송선교 편집장
송선교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