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영주, 정유정 기자 (webmaster@skkuw.com)

운영위·전동대회 회의록 부재

운영회 의결이 안건 상정 순서 좌우해

오는 21일 제42대 자과캠 동아리연합회(이하 동연) 선거를 앞두고, 제41대 자과캠 동연 Reborn(회장 이동준, 이하 리본) 운영에서 문제의 소지가 발견됐다. 본지는 이를 심층 취재했다.

깜짝 승격한 뜨락연합, 동연 소통 충분했나
자과캠 동연에 등록된 동아리는 중앙동아리와 준동아리로 나뉜다. 중앙동아리가 되면 선거권 및 전체동아리대표자회의(이하 전동대회) 의결권을 갖고, 학생회관 내 학생자치공간을 배정받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준동아리가 중앙동아리로의 승격을 희망한다. 준동아리는 준동아리 승격 6개월 뒤, 학생회관에 공실이 있는 경우에 *집행위원회에 중앙동아리 승격심사를 요청할 수 있다. 이때 집행위원회는 △등록원서 △동아리 소개서 △전년도 활동보고서 등 서류를 받아 점검한 뒤 동연 회장단에게 제출한다. 회장단은 이를 다시 운영위원회(이하 운영위)에 상정해 승격을 심의·의결하고, 운영위에서 승격안이 통과되면 마지막으로 전동대회 안건으로 상정된다. 전동대회에서 승격안이 가결되면 비로소 중앙동아리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운영위는 △동연 회장·부회장 △*분과위원장 △분과위원장의 소속 동아리 대표자 1인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지난 9월 22일 ‘뜨락협약’은 이례적으로 간소화된 절차를 통해 자과캠 전동대회 안건으로 상정 후 인준됐다. 뜨락협약이란 ‘뜨락연합’이라 불리는 세 개의 단과대 소모임 밴드 △막무간애 △모여락 △악의 꽃을 중앙동아리로 편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합의다. 소모임은 가장 작은 학생단체 단위로, 신규 등록을 통해 준동아리로 승격할 수 있다. 리본은 뜨락협약 인준을 통해 중앙동아리 승격을 기다리는 준동아리에게 요구되는 6개월의 기간을 회칙에 따라 예외적으로 1개월로 단축했다. 또한 준동아리 등록에 필요한 서명을 면제했으며, 모여락과 악의 꽃에 한해 2024학년도 중앙동아리 재등록 과정에 미비한 점이 있더라도 징계를 면할 수 있도록 했다. 같은 날 이뤄진 20차 회칙 개정에서도 뜨락연합에 관한 내용이 포함됐다. 뜨락연합의 지위를 보장하는 회칙 조문을 개정하기 위해서는 재적의원 2/3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는 규정이 신설된 것이다. 이는 다른 회칙의 개정을 위해 필요한 재적의원의 과반수보다 많은 인원으로, 뜨락연합의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이례적인 절차는 학생회관 지하 1층 무대 공간인 ‘뜨락’의 안전 문제와 맞닿아 있다. 뜨락연합은 1990년대부터 학교의 허가를 받아 뜨락을 관습적으로 운영·이용해오던 △막무간애 △모여락 △악의 꽃 세 동아리의 비공식 결사체다. 우리 학교 자과캠 학생지원팀 신건희 직원은 “지난해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학교에서는 학생 안전에 더욱 신경을 쓰게됐다”며 “방문 조사 결과 뜨락의 시설이 열악하고 누수, 석면 등 안전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발견돼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안전 사고 발생 시 책임의 소재를 명확히 하고 뜨락의 관리·보수 과정을 원활히 하기 위해, 학생 공간에 대한 권한을 위임받은 동연이 뜨락의 안전 문제를 책임져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이유로 학생지원팀은 뜨락연합의 중앙동아리 편입을 제안했으며, 리본이 이를 수락해 뜨락협약이 추진됐다. 모여락 신유정(화학 22) 회장은 “각 동아리의 가을학기 활동을 위해 신속하게 지위를 확정해야 했기 때문에 승격 절차가 빠르게 진행됐다”며 “처음엔 동아리의 정체성 때문에 중앙동아리 편입을 거절했으나 안전 문제는 동연에 위임하되 뜨락 운영권은 유지하는 방향으로 공감대가 형성돼 뜨락협약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이어서 “뜨락연합은 이미 뜨락을 이용하고 있어 중앙동아리가 돼도 별도의 동아리방을 배정받지 않는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이해관계자들에게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먼저 뜨락연합이 일부 절차를 생략한 채 준동아리로 승격된 과정에 대한 설명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 뜨락연합의 준동아리 승격을 의결한 운영위 회의록이 공개되지 않아 관계자가 아니면 정황을 파악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자과캠 중앙 철학동아리 필로직의 전 회장인 임형완(전자전기 21) 학우는 “어떤 상황과 맥락에서 뜨락협약이 체결된 것인지, 세 소모임의 준동아리 승격 과정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6개월 대기 기간은 왜 거치지 않는지 등에 대해 제대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후 뜨락연합의 중앙동아리 승격 안건은 전동대회에 상정됐다. 임현민(신소재 18) 자과캠 동연 부회장은 “뜨락협약이 안건으로 상정될 것이라는 내용을 사전에 안내했으며 전동대회에서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상정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시 안건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협약 체결에 대한 정확한 경위는 전동대회에 참석한 한 동아리 대표자의 요청으로 설명됐다. 이에 대해 임형완 학우는 “설명을 들었지만 생략된 내용이 많아 배경과 상황을 모두 이해하기엔 무리가 있었다”고 말했다.

자과캠 학생회관 지하 1층에 위치한 뜨락에서 학우들이 합주하는 모습. 사진 | 홍예원 기자 nyaong127@
자과캠 학생회관 지하 1층에 위치한 뜨락에서 학우들이 합주하는 모습. 사진 | 홍예원 기자 nyaong127@

 

중앙동아리 승격 절차, 공정성 확보됐나
지난달 26일 열린 자과캠 전동대회에서는 △다시보기 △물음표와 느낌표 △T.R.A.P. 세 개 준동아리의 중앙동아리 승격심사가 이뤄졌다. 전동대회에서 승격 후보로 선정된 준동아리의 대표에게는 약 5분의 발표 시간이 주어진다. 이때 후보 동아리 대표자는 동아리를 소개하고 중앙동아리가 돼야 할 합당성을 피력한다. 이후 후보 동아리 대표자는 회의장 밖으로 나가 대기하고 후보 동아리 대표자가 없는 자리에서 표결이 이뤄진다.

당시 전동대회의 첫 발표 순서였던 다시보기의 표결 과정에서 리본은 준비한 자료를 통해 세 가지 의혹을 공지했다. 리본은 이에 대해 “다시보기는 과거 제명 절차가 이뤄졌고, 중앙 동아리로의 재승격 심사였기에 다른 동아리 발표보다 다시보기의 표결을 먼저 진행했다”고 전했다. 의혹의 내용은 △신입 부원 모집에 대한 비적극성 △다년간 지속된 특정 전공자의 높은 비율 △기타 동연에 의해 인지된 사항이었다. 다만 리본이 물음표와 느낌표의 경우 발표 전에 회원 명부 작성 오류만을 언급했고, T.R.A.P.에게는 어떤 의혹도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리본의 행위가 표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전동대회에 참석한 A학우는 “표결 중에 빨간 글씨로 해당 내용이 공지됐는데, 원래 이렇게 하는지 의아했다”고 전했다.

표결 결과는 △찬성 0표 △반대 23표 △기권 30표로 부결이었다. 다시보기 측은 “해당 내용이 전동대회에서 공지될 것이라는 얘기는 들었지만 표결 중에 공지될 것이라는 말은 들은 적이 없다”며 “표결 당시에는 회의장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기 때문에 표결 중에 그런 일이 있는 줄은 몰랐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만약 사실이라면 부당한 승격 실패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임현민 부회장은 “해당 조치가 부당하다고 느껴진다면 이의를 제기해 신규 구성될 제42대 동연에 재심사를 청구할 수 있다”고 답했다.

승격 후보 동아리들의 안건 상정 순서를 정하는 과정에도 문제가 있었다. 동아리 발표가 끝나면 바로 표결이 진행되는데, 만약 앞 순번의 동아리가 중앙동아리로 승격되면 나머지 후 순위 동아리의 승격은 자동으로 부결된다. 중앙동아리로 승격되는 동아리의 개수는 남은 동아리방 개수와 같으므로 앞 순서에서 승격될 동아리가 모두 정해지면 더는 배정할 학생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안건 상정 순서가 중요해진다. 2021년까지는 준동아리로 등록된 순서대로 상정하는 관례가 있었으나, 지난 3월 18차 회칙 개정에 따라 현재는 운영위의 의결에 따라 안건 상정 순서를 선정하고 있다. 임현민 부회장은 “모든 준동아리가 대등하게 경쟁해야 한다는 논의 결과에 따라 지금의 방식을 선택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후 순위 동아리는 발표와 표결도 없이 중앙동아리로 승격할 기회를 잃게 되므로 현재 방식은 공정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임형완 학우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대부분의 동아리 대표자가 승격에 찬성표를 준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 순서에 배정된 동아리가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임현민 부회장은 “앞 순서 동아리의 표결 이전에 모든 동아리의 발표 기회를 보장하려는 계획을 세웠다”며 “하지만 이번 전동대회에서는 예외적으로 여겼던 다시보기의 재승격이 부결되며 배정 가능한 학생 공간이 부족하지 않게 돼, 기존처럼 각 동아리마다 발표와 표결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앞선 뜨락연합과 마찬가지로, 안건 상정의 순서가 정해지는 운영위 회의록이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은 절차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제42대 인사캠 동연 동글(회장 서지현)은 운영위가 열릴 때마다 회의록을 게시하는 반면 리본은 운영위 회의록을 임기 동안 한 번도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임현민 부회장은 “자과캠 운영위가 정상화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현재 과도기에 있다”며 “추후 개선해야 할 사항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보다 투명한 학생자치를 위해서는
학생자치기구가 외부적으로 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운영에 대한 의혹이 발생하기 쉽다. 서기록·회의록 작성과 공개는 신뢰와 투명성 확보를 위해 반드시 이행돼야 할 과제다. 임현민 부회장은 “다시보기 심사에 관한 내용을 공지방에 여러 차례 알렸으나, 이견이 없기에 문제가 있다고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임형완 학우는 “동연은 교내 구성원들과 소속 동아리에게 일관성을 보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리본은 공식적인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다. 지난 10일, 리본의 공식 인스타그램에 제42대 자과캠 동연의 선거 후보자 등록 공고가 게재됐다. 리본의 뒤를 이을 차기 동연이 운영상 문제점을 해결하고 개선해 나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제41대 자과캠 동아리 연합회 Reborn 로고. ⓒ제41대 자과캠 동아리연합회 Reborn 인스타그램 캡쳐
제41대 자과캠 동아리 연합회 Reborn 로고. ⓒ제41대 자과캠 동아리연합회 Reborn 인스타그램 캡쳐

 

◆집행위원회=동아리연합회의 최고 의결기구. 동아리연합회장단, 동아리연합회 집행위원으로 구성된다.

◆분과위원장=분과의 장. 동아리연합회는 각 동아리의 협력을 위해 분야에 따라 분과를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