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기자 (webmaster@skkuw.com)

얼마 전, 의미 있는 일을 하며 커리어를 쌓고 싶은 청년들을 위한 강연회에 다녀왔습니다. 비영리 섹터에서 창업을 하거나 취업을 하여 열심히 자신만의 길을 가고 있는 청년, 영리 섹터에서 ESG 마케터로서 살아가며 세상에 기여하고 있는 청년들이 연사로 나와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강연회였습니다. 주최기관은 사회에 의미 있는 가치를 창출하는 직업을 ‘임팩트 커리어’라고 명명하였고, 비영리섹터/영리섹터를 가리지 않고 이러한 임팩트 커리어를 갖고 진로를 설계해 가는 10명의 청년 연사들의 이야기로 포럼을 구성하였습니다. 이 연사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약 100여명의 참석자들로 강연장은 꽉 찼습니다.

연사 네 명의 발표가 끝날 때 즈음, 저는 연사들의 공통점을 하나 깨달았습니다. 연사 중 단 한 명도 ‘내가 사회에 임팩트를 창출해야겠다!’라는 비장한 각오를 갖고 창업을 하거나 그 직업을 선택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점입니다. 사회적·환경적 임팩트는 결과일 뿐이었습니다. 사실 모든 연사들은 ‘진짜 나다운 것은 무엇인가’를 치열하게 고민한 사람들이었고, 나답게 살기 위해 용기 내어 행동한 사람들이었습니다. ‘나의 가치와 신념에 위배되지 않는 일’,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 ‘나의 행복’, ‘일단 해보자’ 등이 연사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주요 키워드였습니다. ‘청각장애인 부모를 둔 나와 같은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우리의 정체성과 공통점은 무엇일까? 우리가 더 많은 이야기를 함께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비영리조직을 창업하고, ‘나는 콘텐츠 기획하고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왕이면 나와 가치관이 맞는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싶다’라는 생각으로 비영리 관련 콘텐츠 에디터가 되는 식입니다.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해 걸어온 과정, 나의 가치와 행복을 위해 선택한 어떤 일이 타인에게도 사회에게도 의미 있는 일로 전환된 것이지요.

연사들에 대한 청중의 첫 번째 질문은 ‘경제적인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는가, 그리고 임팩트 커리어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부모님의 반대는 없었는가?’였습니다. 많은 청년들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 하면서도, 부모님과 사회의 기대 또는 압박으로 인해 남들이 보기에 그럴듯해 보이는 다른 직업을 선택하고, (어쩌면 자신이 원하지도 않는) 그 직업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현실을 반영하는 질문이었습니다. 연사들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는데, 한마디로 말하면 ‘신경 쓰지 않았다’입니다. 부모님의 반대가 있었고, 경제적인 문제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있었지만, 이에 대해 ‘귀를 닫고’, 자기 내면의 소리에 집중하며 지금의 직업을 선택한 것입니다. 이런저런 압박과 눈총에도 불구하고, ‘후회하는 삶을 살고 싶지 않았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내면을 깊숙이 들어가 보면 사실 많은 경제적 부는 자신의 핵심적 욕구가 아닐 것이라는 한 연사의 대답도 기억에 남습니다. 오히려 인간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하였지요. 

몇 년 전 청년정책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기초연구를 수행하면서, 많은 논의 끝에 기본계획의 비전을 ‘원하는 삶을 사는 청년’으로 결정하던 때가 떠올랐습니다. 단어 그 자체는 쉽게 이해되지만, 사실 원하는 삶을 산다는 것은 나 자신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 사회로부터의 모든 압박에 대해 유연하게 소통할 수 있는 기지, 그리고 자신의 진짜 행복을 위해 실제로 행동하는 용기가 있어야 가능한, 어렵고 험난한 과정 같습니다. 많은 청년들과 성균관대학교 학생들이 그 어렵고 험난한 과정을 지금 견디고 있으시리라 생각됩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기쁨을 느꼈던 모든 순간의 조각들을 하나하나 찾아보시면서, 가장 자기다운 모습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들과 있을 수 있는 곳이 어딘지 끊임없이 탐구해 보시기를, 그리고 여러분이 가장 마음 편히 느끼는 그곳에서 여러분의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가 쓰이길 바랍니다. 자기 자신이 행복할 때, 경제적‧사회적‧환경적 임팩트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10년 후, 여러분 모두 자기 자신의 모습으로 빛나면서, 여러분만의 커리어 여정을 누군가에게 전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늘 응원하겠습니다.

사회복지학과 배정희 교수.
사회복지학과 배정희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