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송선교 편집장 (songsong@skkuw.com)

필자는 올해도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 잔은 무료로 먹을 수 있게 됐다. 잘하면 두 잔을 먹을 수도 있다. 일부 학우는 세 잔까지도 먹는다. 방법은 간단하다. 성균관대학교 총학생회, 단과대학 학생회, 학과 학생회 선거에 투표하는 것이다. 지난주 중 사흘간 진행된 제56대 총학생회 선거에서 투표한 모든 학우에게는 스타벅스 아이스 아메리카노 기프티콘이 증정된다. 단과대와 학과 학생회는 증정 여부와 물품이 모두 상이하지만, 상황이나 운이 따라주면 투표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커피 세 잔을 받는다. 이렇게 쉽게 커피를 마실 수 있다니, 선거 기간만 되면 운수가 좋아지는 기분이다.

이처럼 투표를 하면 증정하는 커피와 같은 것들은 ‘투표 독려 물품’이다. 우리 학교는 과거부터 학생자치기구 선거에서 이를 종종 활용해왔다. 그러나 여기에서 우리는 불편한 진실을 마주한다. 커피를 준다는 사실을 안 채로 투표에 참여하면 괜히 속물이 된 것만 같은 묘한 찝찝함이 생기는 것이다. 요즘의 투표는 학생자치에 참여하기 위한 행위에서 보상을 받기 위해 일을 하는 개념으로 전락한 것만 같다. 독려라는 순수한 목적을 내걸고 있는 이 제도의 이면은 학생자치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 쇄신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은 투표 독려 물품이 없으면 모두가 곤란을 면할 수 없게 된다. 독려 물품 증정을 약속한 선거마저도 대부분 투표율이 당선 기준인 50%를 가까스로 웃돌았다. 여기서 독려 물품이 없었다면 지금보다 투표율이 낮아져 수많은 선관위가 개표를 미뤄야 했을 것이다. 모든 유권자에게 전자투표 알림 연락을 보냈음에도 돌아오는 관심은 이 정도에 그칠 뿐이라는 것이 학생자치의 현주소다.

학생자치에 간접 참여하려는 학우도 이렇게 부족한데, 직접 참여하려는 학우는 많을 수 있을까. 이번에도 예년처럼 거의 모든 단위의 선거는 단선으로 이뤄지거나 후보자가 없었다.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반대표가 잘 안 나오는 단선 특성상 개표만 성사되면 당선은 확실시된다. 이런 상황은 더 나은 공약을 만들고 후보를 검증하는 것보다는 투표율을 올리는 것을 더 중요시하게 만든다. 모두가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면서도 독려 물품에 의존하는 현상이 오히려 당연한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법이다. 당연히 독려 물품은 무관심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보다 본질적인 쇄신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 학교 자치기구들은 독립기구를 통해 다양성을 늘리려고 하지도 않고, 회의록을 성실히 공개해 투명성을 확보하려 하지도 않으며, 자치회의 중 일어난 불공정한 처사에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본지 1716, 1717, 1718호 참조). 학우들에게서 관심의 기회를 박탈하거나 이미 자치기구 내에서부터 학생자치에 관심을 갖지 않는 상황에서, 투표율이 낮은 것이 학우들의 의지 탓이라고만 하기는 어렵다. 물론 그동안 학우들의 관심도를 높일만한 성공적인 사업이나 노력도 많았지만, 이번 선거를 통해 역부족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앞으로는 투표 독려 물품의 의도와 역할은 순수하게 독려만으로 남고, 투표자들의 의도와 역할은 순수하게 학생자치 참여만으로 남는 선거가 이뤄지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치기구들의 능동적인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 무관심의 악순환을 해결할 열쇠는 스타벅스가 아닌 자치기구와 학우들이 쥐고 있다.

송선교 편집장.
송선교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