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범준 수습기자 (webmaster@skkuw.com)

홀로서기의 어려움이 대학 진학률 낮춰

자립준비청년의 대학 진학을 위한 정책적 뒷받침 뒤따라야

고등학교 재학 시절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대학에 가면”이다. 대학에 가면 하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할 수 있으니,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시간만큼은 조금 참으라는 의미의 조언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고등학교 3년은 으레 대학을 준비하는 시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대학이 넘기 어려운 높은 벽이기도 하다. ‘자립준비청년’, 이들에게 대학은 왜 도전일 수밖에 없을까?

자립준비청년과 대학
자립준비청년은 아동복지시설이나 위탁시설의 보호가 종료돼 자립해야 하는 청년들의 명칭이다. 2022년 6월 개정 아동복지법 시행으로 자립준비청년의 선택에 따라 보호 종료 시점을 만 18세에서 24세로 연장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명칭도 보호종료‘아동’에서 자립준비‘청년’으로 변경됐다. 보호가 종료되는 순간부터 모든 의사결정과 그에 따른 책임은 자립준비청년 본인들의 몫이다. 

이들에게 대학은 당연한 수순이 아니다. 「2021년 아동자립지원 통계현황보고서」에 따르면 당해 보호 종료가 통계로 확인된 자립준비청년은 전체 2,102명이다. 이들 중 대학에 진학한 자립준비청년은 총 1,175명으로 이는 전체의 55.8%다. 통계청이 공표한 같은 해 우리나라 고등학생의 대학 진학률 73.7%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그래프1. ⓒ2021년 아동자립지원 통계현황보고서, 유·초·중등교육통계
그래프1. ⓒ2021년 아동자립지원 통계현황보고서, 유·초·중등교육통계


홀로서기, 자립준비청년들이 대학을 선택하기 어려운 이유
자립준비청년들이 대학을 선뜻 선택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회입법조사처 허민숙 입법조사관은 빨리 사회에 진출하고자 하는 자립준비청년들의 욕구를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허 조사관은 “자립준비청년들은 스스로 삶을 책임져야 한다는 압박감에 일찍 돈을 벌어 안정적으로 정착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2020년 보호종료아동 자립실태 및 욕구조사」에 따르면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보호종료아동 중 52.1%가 미진학 사유로 ‘빨리 취업해 돈을 벌고 싶어서’를 꼽았다. 허 조사관은 또한 사교육이나 진로지도 등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지원을 해 줄 어른이 부재한 상황에서 이들이 홀로 진로 계획을 세우고 앞날을 헤쳐 나가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그래프 2. ⓒ2020년 보호종료아동 자립실태 및 욕구조사
그래프 2. ⓒ2020년 보호종료아동 자립실태 및 욕구조사


그들에게도 대학이 당연한 선택지여야 한다
보육원 출신으로 2002년 임용고시에 합격해 현재 김천교육지원청 장학사로 근무 중인 한국고아사랑협회 이성남 협회장은 조금 더 많은 자립준비청년들이 대학에 진학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밝혔다. 이 협회장은 “자립준비청년들이 대학에서 경험할 수 있는 또래문화들을 몸소 느끼고, 교수님과 같이 존경할 수 있는 어른을 뵐 기회를 만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현실은 녹록지 않다. 허 조사관은 자립준비청년들이 대학 진학을 선택하기 어려운 이유는 경제적인 이유부터 정보의 부족, 정서적 어려움까지 다양한 데 비해 이를 뒷받침 하는 정책은 국가장학금뿐이라고 평가했다. 진로 설계, 대학 재학 중 안정적인 생계 지원 등 자립준비청년들의 대학 진학을 위해 다양한 정책들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이들에게도 대학이 당연한 선택지 중 하나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