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간호 업무 환경 개선 목적으로 제정안 꾸준히 발의

직역 간 갈등 국민 건강 우려 초래하기도

지난 4월 간호법 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법안 내에 ‘지역사회’라는 단어와 그 해석, 그로 인해 야기될 수 있는 ‘직종 간의 갈등’을 주된 이유로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이 행사돼 간호법은 다시 국회로 돌아가게 됐다. 간호법의 구체적인 내용과 이를 둘러싼 갑론을박에 관해 알아보자.

열악한 간호사의 업무 환경과 복지, 그래서 간호법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립대 병원 간호사가 1년 이내에 퇴사하는 비율은 평균 30%, 2년 이내로 범위를 넓히면 퇴사하는 간호사의 비율은 평균 50%에 육박한다. 특히 간호 업무의 높은 강도와 모호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우리나라의 경우 환자 한 명당 담당 간호사 수가 4.2명으로 OECD 국가 평균치인 7.9명에 비해 현저히 부족하다. 대한간호협회 황인태 차장은 “간호사 한 명이 환자 25명을 돌보는 병원도 적지 않다"며 "간호사의 노동 강도는 지나치게 높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간호사 수의 문제뿐만 아니라 업무 모호성 또한 간호 업무 환경을 더욱 힘들게 만든다. 먼저, 현장 전담 교육 간호사의 부재로 기존 간호사의 업무 부담이 커지고 있다. 기존 간호사는 본래 업무와 교육을 병행해야 해 업무가 가중되고, 처음 현장에 나가는 일반 간호사는 구체적인 실습 업무를 온전히 학습하기는 어려워진다. 또한 현행 의료법은 간호사의 업무 중 하나로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라는 광범위한 표현을 사용하고 있어 간호사에게 의사의 업무 일부나 그 외 잡무가 가중된다는 문제가 존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간호법은 간호사 업무의 부담을 줄이고 그 범위를 명확히 해 간호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간호법 그 논란의 중심
지난 4월 국회를 통과한 간호법 제1조에서는 간호법의 제정 목적을 다루고 있다. 이어 제2조부터는 간호사의 역할 범위와 복지에 관한 내용 등으로 법안이 구성된다. 간호 인력 충원 및 복지 개선 차원에서 간호법 제정에 찬성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간호사의 업무 범위가 확대됨에 따라 직종 간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먼저, 간호법 제정에 찬성하는 이들은 독립된 간호법이 제정되면 간호사 인권 신장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간호사가 담당해 오던 업무 범위가 명확해지면서 잡무를 제외한 직업의 전문성을 갖춘다는 것이다. 서울 아산 병원에 근무 중인 간호사 A씨는 “간호사의 업무가 환자에 대한 진료로 명확해지기 때문에 효과적인 업무 분담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 병원에 근무 중인 간호사 B 씨는 “간호사 처우가 개선되고 간호 인권이 향상되면서 이직률을 줄이는 기대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간호법 제정을 우려하는 입장에서는 간호법 제1조에 명시된 '모든 국민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이라는 법문이 자칫 지역사회에서 간호사가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근거가 돼, 의사와의 업무 범위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C 가정의학 전문의는 "간호사가 의사의 관리가 없는 상황에서 진료를 볼 여지가 생겨 면허 허가가 무의미해진다"며 "처음부터 교육과정이 달랐던 직역이 섞여, 의료행위의 질적 수준이 저하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해외 간호법의 사례 및 간호법의 향후 방향
해외 상황의 경우 우리나라와는 달리 독립적인 간호법을 제정한 경우가 많다. 미국, 영국, 프랑스와 같은 주요 OECD 국가는 보건전문직업법 및 의료법과 독립된 간호법을 가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모든 주에서 독립된 간호법을 시행하고 독립적인 전문 직종으로 간호사를 인식한다. 영국 또한 보건직업전문법에 ‘간호와 조산 명령’을 제정하여 간호사를 약사와 치과의사와 동등한 전문성을 갖춘 직업으로 인정한다.

지난달 22일 간호법 제1조의 ‘지역사회’라는 문구를 ‘보건의료기관, 학교, 산업현장, 재가 및 각종 간호 복지 시설 등 간호 인력이 종사하는 다양한 영역’으로 수정한 제정안이 재발의됐다. 여전히 의료 종사자 간 갈등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제시되지 못했고 대통령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상황에서 어떤 결정이 내려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