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학교폭력 가해 기록 보존 기간 늘리고 취업 때도 불이익 검토

형평성·소송 증가 문제 대두돼

지난 2019년 약 6만 건에 달했던 학교폭력 피해 건수는 코로나19로 인해 등교가 중지되며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최근 학교폭력 피해 건수가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학교폭력과 관련한 문제가 불거지며 학교폭력 가해 기록을 취업에 반영하자는 논의가 일고 있다. 

학교폭력 가해 기록, 졸업 이후에도 영향 미칠까
지난 4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학교폭력 가해 기록을 대입 평가에 반영하고 보존기간 또한 취업할 때까지로 연장하는 방안이 검토됐다. 하지만 정부가 인사 채용은 정부가 제한하기 힘든 민간의 영역인 만큼 많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실제 시행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대신 △6호 출석 정지 △7호 학급 교체 △8호 전학 등 중대한 학교폭력심의위원회의 조치를 졸업 후 기존 2년에서 최대 4년까지 보존하도록 하는 방안이 확정됐다. 이에 따라 학교폭력 가해 기록이 있는 고교 졸업생이 4년제 대학에 진학해 휴학하지 않고 학사일정을 마치면 그 기록이 취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됐다. 일각에서는 학교폭력 가해 기록이 취업에 반영되면 학교폭력을 효과적으로 근절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지난 3월 이화여대 학교폭력예방연구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90% 이상의 성인남녀가 학교폭력 처벌과 관련한 기존 제도를 강화하는 방안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찬성 이유도 ‘학생들에게 경각심을 주어 학교폭력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42.3%로 가장 높았다. 김유경(인과계열 23) 학우는 “가해자의 사회진출에 불이익을 주는 것이 학교폭력을 방지하는 하나의 대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학교폭력 가해 기록의 취업 반영, 효과적으로 학교폭력 근절할 수 있나 
한편 학교폭력 가해 기록의 취업 반영이 실효성 낮은 해결책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있다. 박민수(인과계열 23) 학우는 “청소년기는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이라며 “미성숙한 학생 때의 일이 취업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해선 안 된다”고 전했다. 실제로 학교폭력 가해 기록을 취업에 반영하는 것은 학생의 반성을 어렵게 하는 낙인효과를 낳아 가해자 교화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 학교폭력 전문 기은현 변호사는 “성장기 학생에게 주홍 글씨를 새기는 것은 사회가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드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교육부 또한 낙인효과를 방지하기 위해 학교폭력 처분을 받은 가해 학생이 긍정적인 행동 변화를 보인 경우 이를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란에 입력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잉 처벌로 해석될 우려 또한 존재한다. 우리 학교 교육학과 정재준 교수는 “학교폭력 가해 기록을 취업에 반영하는 것은 사법적 개념의 이중 처벌은 아니지만 중복적인 불이익을 줄 여지가 있는 과도한 학교폭력 근절 접근법”이라고 전했다. 또한 이는 형평성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 소년법 제32조 제6항에 따라 소년범은 중대한 범죄를 저질러 보호처분을 받게 되더라도 전과는 물론 학생부에 어떠한 기록도 남지 않는다. 정 교수는 “소년부 송치 처분은 학교폭력 처분보다 더 중한 사법의 일종”이라며 “소년부 송치 처분이 입시에 영향을 주지 않는 상황에서 학교폭력 가해 기록이 취업에 반영되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전했다. 더불어 각종 소송이 생활기록부 기록을 늦추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도 있다. 학교폭력예방연구소 최우성 소장은 “지금도 징계에 불복하는 가해자 측의 행정 소송이 매우 많다”며 “학교폭력 가해 기록이 취업에 반영되면 이런 소송이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교육 차원의 노력과 사회적 인식 쇄신 필요해
전문가들은 학교폭력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가해자 엄중 처벌이 아닌 교육적 해결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기 변호사는 “학교폭력 감시 및 사후 수습 차원의 정책과 가해자에 대한 무관용주의는 학교폭력 예방에 이바지하지 못한다”며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교사와 학생 간 면담을 일상화해 학생 문제를 깊이 있게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교사 간 협력 지도 체제를 만들어 학생을 도와주기 위한 다양한 지도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정 교수는 “좁은 공간에서 인격적으로 미성숙한 청소년들이 함께 생활하다 보면 불협화음이 날 수밖에 없다”며 “제도적 미비의 문제로만 바라보기보다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의 쇄신을 통해 학교폭력 발생을 줄이기 위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전했다. 학교폭력 가해 기록에 대한 논의가 뜨거운 지금, 학교폭력 문제의 교육적 해결을 위해 다양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학교폭력 피해 응답 인원 통계가 담긴 사진. ⓒ동아일보 캡처
학교폭력 피해 응답 인원 통계가 담긴 사진. ⓒ동아일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