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해결과 노인 복지, 갈림길에 서 있는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제도

전국 6대 도시철도 공사의 무임승차 손실이 6300억 가량

기초생활급여 예산 절감, 우울증 감소 등 유무형의 사회적 효과를 가진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제도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는 구시대의 유물인가
고령화로 인한 무임승차 적자 증가는 노인 무임승차 제도가 마주한 첫 번째 위기다.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가 도입됐던 1980년만 해도 노인 인구는 전체 인구의 약 4.1%에 불과했다. 하지만 현재 노인 인구는 전체 인구의 약 17.5%를 차지하며, 전국 6대 도시철도 이용객 약 26억 명 가운데 노인 무임승차 이용객은 4억 명 수준으로 추정된다. 전국 6대 도시철도 공사의 2021년 총 경영손실은 1조 756억 원이고, 이 중 60%에 달하는 6300억 원이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이다. 또한 노인 무임승차 제도는 지하철 노선이 존재하는 지역의 노인들만 누릴 수 있는 선별적 복지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하철은 6개 지자체에 25개 노선, 총 730.6km만 운행된다. 즉, 같은 연령대여도 지하철 노선이 존재하지 않는 지역의 노인들은 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개선점을 찾아가며, '노인 존중과 배려'라는 제도의 기본 원칙은 지켜야
이러한 문제가 대두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는 여러 사회적 효용을 가진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 노인 인구의 *상대적 빈곤율은 약 39%로, OECD 평균치의 약 세 배에 달한다.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제도는 이러한 빈곤 노인층에 대한 효과적인 복지 수단으로서 기능할 수 있다. 2014년 한국교통연구원의 교통부문 복지정책 효과분석에 따르면 현 제도는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데 기본적으로 보장받아야 하는 이동권을 제공하며, 의미 있는 유무형의 사회 경제적 파급효과를 발생시키고 있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상기한 유무형의 사회 경제적 파급효과를 2020년 기준으로 환산했을 때 기초생활급여 예산 절감, 의료비 절감 등의 경제적 효과와 극단적 선택 감소, 우울증 감소 등의 사회적 효과를 합해 연간 약 3650억 원 규모의 효과가 발생한다.

우리 학교 사회복지학과 박승희 교수는 "지하철 등을 무상 이용하도록 하면 노인들이 여러 곳을 다니며 우울증 예방도 할 수 있고, 신체적 건강도 증진시켜 의료비 절감 효과가 높다"며 "한국은 노인들의 평균 연금 수령액도 높지 않고 빈곤율이 높아 대중교통의 무료 이용은 더욱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외의 사례들로 찾아보는 개선안
우리나라의 노인무임승차와 비슷한 제도는 해외에도 다수 존재한다. 영국은 만 60세 이상 시민에게 대중교통 무료 승차 제도를 실시하지만, 평일 오전 4~9시의 출근 시간대에는 정상 요금을 내도록 한다. 일본 만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소득수준에 맞춰 대중교통 요금 할인을 제공하는 제도를 실시 중이다. 프랑스 역시 비슷한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이용 시간대, 소득 수준 등을 고려해 선별적으로 시행되는 제도라는 점이다. 이러한 선별적 지원은 우리나라 제도의 적자 개선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김진수 교수는 "우리나라 노인의 40%가 빈곤을 겪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연령 등으로 무료 이용을 제한하는 것보다는 소득 구간에 따라 선별적으로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다"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가 2022년 2월에 발주한 용역에서 고려 중임을 밝힌 '교통복지카드' 제도는 또 다른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는 만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지역, 교통수단의 제약 없이 활용할 수 있도록 교통비가 담긴 카드를 지급하는 제도이다. 지원 금액을 한정함으로써 적자 개선이 가능함은 물론 농촌 지역에도 버스는 존재하므로 도농 차별 문제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 이런 여러 개선책에 대한 사회적인 논의가 필요한 때다.

◆상대적 빈곤율=인구를 소득 순으로 나열했을 때 가운데 있는 사람 미만의 소득을 기록하는 계층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