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경수 수습기자 (webmaster@skkuw.com)

다원화되는 미디어 환경 속 살아남고자 노력하는 예술영화관

국내 영화 시장 다양성 위해 관심 더욱 필요해

유명한 영화관의 유명한 영화 티켓 사진을 찍어 관람을 인증하기 바쁜 많은 이들의 모습 사이에, 혹자는 색다름을 원한다. 이러한 혹자에게 색다름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공간으로 예술영화 전용 상영관(이하 예술영화관)이 운영되고 있다. 예술영화관은 국내 영화와 극장의 다양성을 위해 어떠한 방식으로 고유한 특색과 문화를 이어나가고 있을까?

현재 예술영화관의 등장
2000년대 초반, 흥행작 위주로 구성된 국내 영화관 시간표에 비판적인 여론이 일자 영화진흥위원회는 신작 영화가 아닌 독립예술 영화만을 전문적으로 상영할 예술영화관을 지정했다. 예술영화관은 연간 상영일 수의 60% 이상을 △애니메이션·소형·단편영화 △영화진흥위원회가 인정하는 예술영화·독립영화 △청소년 관람가 영화에 해당하는 영화를 포함해 상영하는 공간이다. 상대적으로 비주류 영화에 속하는 예술영화의 상영 기회를 보장해 영화 시장의 다양성을 높이고자 하는 지향점을 두고 운영되는 것이다. 

위기에 처한 예술영화관
최근 예술영화관은 위기에 직면했다. 2021년부터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ver The Top, 이하 OTT) 기업의 본격적인 시장 점유가 이뤄졌을뿐더러 지난해 전국 영화관 수 561개 중 *멀티플렉스가 약 80%를 차지할 만큼 극장가는 독과점 시장이 됐다. 인하대 연극영화학과 노철환 교수는 “근 10년간 국내 영화 관람 문화는 멀티플렉스에서, 또는 집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것으로 굳어졌다”며 “예술영화관이 관객을 유치하기 더욱 어려운 환경”이라고 말했다.

예술영화관은 부족한 상영관 수 때문에 서울을 제외한 전국에서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문제도 있다. 현재 멀티플렉스에 의해 운영되지 않는 일반 운영 예술영화관은 40개고 그 중 서울에 위치한 예술영화관은 10개다. 임수인(경영 19) 학우는 “시설이 괜찮고 규모가 비교적 큰 예술영화관은 주로 서울에 있다”며 “독립예술 영화를 간간이 찾아보려고 하지만 본가가 서울이 아니어서 쉽게 가지 못한다”고 아쉬움을 밝혔다. 

예술영화관의 특색과 전략
영화를 예술보다는 상품으로 소비하도록 하는 멀티플렉스와 달리 예술영화관은 관람 문화와 영화 예술에 주목함으로써 대중성이 높은 다른 상영 플랫폼들과 경쟁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독립예술영화지원팀 손동오 팀장은 “예술영화관은 독립예술 영화와 제3세계 영화, 고전 영화 등 쉽게 접하지 못하는 다양한 시각의 영화를 접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매력이 있다”며 “영화 관람 외에도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도 중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광주극장’의 ‘만축 상점’. ©디트릭스 홈페이지 캡처
‘광주극장’의 ‘만축 상점’. ©디트릭스 홈페이지 캡처


예술영화관이자 국내에서 유일한 *단관 극장인 ‘광주극장’은 극장 굿즈를 판매하는 공간인 ‘만축 상점’을 따로 두고 있다. 또한 매년 10월 개관 기념 영화제를 열고 행사 전야제에는 시민들과 영화 포스터 간판을 그리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그밖에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에무시네마’가 유치하는 야외 영화 관람 이벤트 ‘별빛영화제’, 종로구에 위치한 ‘씨네큐브’에서 진행 중인 세계적인 감독들의 미개봉작을 상영하는 ‘프리미어 페스티벌’ 등의 기획전 또한 예술영화관만의 특색 있는 전략이다. 

‘에무시네마’의 ‘별빛영화제’ 현장. ©네이버 예약 이용자 사진 캡처
‘에무시네마’의 ‘별빛영화제’ 현장. ©네이버 예약 이용자 사진 캡처


예술영화관은 비교적 편안하고 조용한 분위기의 관람 문화를 조성하기도 한다. 씨네큐브는 △광고 없이 정시 상영 시작 △상대적으로 저렴한 관람 요금 △상영관 내 음식물 반입 금지 △엔딩크레딧 종료까지 소등 등의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많은 예술영화관이 비슷한 정책을 두고 있다. 예술영화관 씨네큐브의 경우, 평일 성인 일반상영 기준 1만 원의 영화관람 요금을 운영하고 있다. CGV의 영화관람 요금이 같은 기준 1만 4천 원인 것과 비교하면 저렴한 편이다. 손지윤(철학 19) 학우는 “티켓값이 저렴하기 때문에 같은 영화라면 멀티플렉스보다는 예술영화관을 이용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씨네큐브’의 ‘프리미어 페스티벌’ 포스터. ©씨네큐브 홈페이지 캡처
‘씨네큐브’의 ‘프리미어 페스티벌’ 포스터. ©씨네큐브 홈페이지 캡처


예술영화관의 지속을 위해서
현재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 정의하고 있는 영화 상영관은 ‘영리를 목적으로 영화를 상영하는 장소 또는 시설’이다. 그러나 이는 그동안 영화 시장에서 소외되어온 비주류 영화의 영역을 보완하고자 등장한 예술영화관을 포함하지 못한다. 예술영화관의 영화 상영과 관람 확대를 위해서는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노 교수는 “독일과 프랑스는 다양한 실험영화를 상영하고 극장을 특성화하는 예술영화관을 국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거나 날마다 다른 장르의 영화를 상영하는 활성화된 예술영화관에 표창 상을 부여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극장 영화 관람 문화를 지키기 위해 예술영화관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예술영화관의 공간적 가치가 보호되기 위해서는 예술영화관의 가치를 알아보는 관객들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 우리 학교 국어국문학과 김미정 교수는 “소수만 즐기는 문화라 할지라도 지속되고 발전될 가치가 있다”며 “현재 영화 시장은 OTT로 인해 재편되고 있지만 오프라인 소규모 감상과 향유의 경험이 대체 불가하다고 여기는 이들이 여전히 예술영화관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멀티플렉스=두 개 이상의 스크린을 가진 영화관. 현재는 5개 이상의 스크린과 게임장, 쇼핑센터, 서점 등이 함께 갖춰진 종합적인 소비 시설로 통용됨.

◆단관 극장=단일한 상영 공간과 스크린을 가진 재래식 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