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기자 (webmaster@skkuw.com)

납본제도는 인쇄자료를 포함한 시청각, 디지털 자료 등 도서관자료를 국가도서관에 제출하는 것이다. 한국,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일본 등 많은 국가에서 법적 납본제도를 통해 자국의 지식문화유산을 수집하고 서비스하며, 미래세대를 위해 영구보존하고 있다. 대학에서 발행하는 석박사 학위논문 역시 중요한 납본 대상이다. 우리나라는 국립중앙도서관과 국회도서관에서 인쇄본과 디지털본 학위논문을 납본받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도서관법」은 학위논문의 경우 인쇄본이 있는 경우에만 디지털본도 납본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많은 대학들은 인쇄본 납본은 의무로 여기지만, 디지털본은 부수적으로 생각하고 선택적으로 납본을 하고 있다. 지식정보 기록매체가 디지털 형식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현재의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학위논문의 발행과 납본을 위한 제도와 시스템의 변화가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인쇄본 학위논문 발행이 주를 이룬다. 이는 학생 입장에서 볼 때, 제작이 번거로울 뿐 아니라 비용도 많이 드는 일이다. 특히 양장본은 인쇄소에서 지정한 최소 부수가 있기 때문에 소속 대학도서관, 국립중앙도서관, 국회도서관에 납본 혹은 제출하는 자료수보다 훨씬 더 많은 부수를 울며 겨자먹기로 제작해야한다. 그리고 각 도서관에 제출 후 남은 자료들은 세간의 농담처럼 지인들에게 선물처럼 떠넘기던가 아니면 본래의 목적과는 전혀 다른 활용방안 - 이를테면 냄비 받침 – 으로 사용한다는 우스개 이야기도 종종 듣게 된다.

대학도서관 입장에서도 학위논문 납본의 중요성은 충분히 알고있더라도, 인쇄본과 디지털본을 여러기관 – 국립중앙도서관, 국회도서관, 한국교육학술정보원(dCollection)- 에 각각 제출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현재 대부분의 대학들은 인쇄본 및 디지털본으로 발행된 학위논문의 경우 디지털본은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의 dCollection에 제출한다. 동시에 인쇄본 및 일부 디지털본을 국립중앙도서관과 국회도서관에 각각 납본하고 있다. 이를 위해 대학도서관의 많은 인력과 자원이 투입된다. 특히 지방의 다수 대학들은 학위논문 납본을 위해 적지 않은 비용을 배송료로 지불한다.

학위논문 생산과 납본의 국제적 경향을 살펴보면, OECD 국가의 절반 이상이 학위논문은 디지털형식으로만 출판하고 있다. 세계 유수의 대학을 보유한 미국, 영국, 중국, 호주, 일본, 캐나다와 같은 국가들도 학위논문을 오직 디지털 형식으로만 발행하고 이를 수집 혹은 납본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학위논문의 발행과 납본을 디지털본 중심으로 간다면 학생들의 수고와 비용을 덜어주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여러 도서관에서 관련 업무 및 비용의 경감으로 효율적인 도서관 운영이 가능할 것이다. 또한 물리적 형태를 가진 학위논문의 관리와 보존에 사용되던 공간과 서고를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학위논문 인준 매체의 변화와 납본은 단순하지 않은 문제이다. 각 대학의 학위수여 기준, 「도서관법」 「국회도서관법」의 납본 규정, 국립중앙도서관·국회도서관·한국교육학술정보원(dCollection) 등 관련기관의 시스템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현행 「도서관법」의 납본 규정이 보완되지 않는다면, 제도의 미비를 이용하여 대학들은 디지털 형식의 학위논문 납본을 지금과 같이 선택적으로 할 것이다. 또한 대학과 관련 국가기관이 온전히 협력하지 못하고 중복해서 학위논문을 납본 또는 제출받는 정책을 고수한다면, 일선 대학도서관의 어려움은 계속될 것이다. 학위논문의 체계적인 관리와 보존을 위해서는 디지털 형식의 납본이 원활히 안정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나아가 국립중앙도서관, 국회도서관, 그리고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이 협력하여 각 대학들이 보다 수월하게 학위논문을 납본 혹은 제출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이를 통해 소중한 국가지식문화유산이 우리 후손들에게 온전히 전승되기를 기대해 본다.
 

문헌정보학과 김영식 교수.
문헌정보학과 김영식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