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노종현 부편집장 (jonghyun@skkuw.com)

12월의 첫날, 과제를 하기 위해 들른 한 카페의 플레이리스트가 온통 캐럴이었다. 캐럴이 들릴 때면 올해가 거의 다 지나가 버렸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한 해를 마무리할 때 스스로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올해는 후회 없는 한 해였을까?” 이 문장 속 불청객은 ‘후회’다. 한 해를 돌아보며 후회되는 일을 묻는다는 건, 다시 말해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그런데 당신들에게 다시 한번 묻겠다. “올해는 후회 없는 한 해였는가?”

이 질문에 어떤 답변이 돌아올지 정확히 알 방법은 당연히 없다. 다만 이렇게 할 수는 있다.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거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나는 이 글을 마감에 쫓겨 쓰게끔 만든 이번 주의 나를 후회한다. 개인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이쯤에서 어렴풋이 짐작이 가지 않는가? 사람들은 쉽게 후회한다. 하지만 동시에 이를 인정하기 싫어한다. 후회 뒤에 ‘없다’가 그렇게 자주 붙는 이유다.

나는 가수 이찬혁의 앨범 ‘ERROR’가 발매된 후 내 플레이리스트에서 1년 넘게 지우지 못하고 있다. 왜냐면 그가 ‘후회 없다’라는 관습적인 용법을 부정했기 때문이다. 그 자신도 직전 앨범 ‘NEXT EPISODE’에서는 후회를 부정했다. 수록곡 ‘BENCH’에서 ‘천장 없는 내 집을 누비며 이른 아침 벤치 위에서 깨어나는’ 삶을 살아도 미련이 없다던 그의 모습에 후회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과거의 자신을 ‘오류’로 인정하고 이를 소재 삼아 앨범 ‘ERROR’를 세상에 내놓았다. 타이틀곡 ‘파노라마’에서 절대 이렇게 죽을 수 없다고 외치는 모습은 후회라는 감정과 완전히 겹쳐 보인다.

다만 ‘ERROR’의 이찬혁은 후회를 인정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후회하지 않게끔 살아가는 방법을 알아낸다. 바로 솔직함이다. 비단 후회라는 감정뿐만 아니라 순간순간 마주하는 모든 감정에 솔직해지는 것, 다시 말해 ‘매 순간 솔직하게 살아가며 후회하지 않는 것’이 그가 제시한 해답이다. 앨범 발표 후 이어진 기이한 퍼포먼스들 역시 이 해답의 연장선으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내게 허락된 지면이 1매도 채 남지 않았다는 게 느껴지는 지금, 마지막으로 생각해 보고자 한다. “내게 성대신문은 후회 없는 활동이었는가?” 솔직히 아쉬운 게 너무도 많다. 기억을 가지고 돌아간다면 몇 배는 더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 ‘ERROR’에 수록된 ‘A DAY’의 가사처럼, 언제 내 활동이 끝나도 아쉬울 게 없다고 했던 그때의 나는 분명히 잘난 체를 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내게 마음을 열어준 함께했던 모든 이들에게, 마지막 글을 통해 내가 전할 수 있는 가장 큰 감사를 표한다. 

노종현 부편집장
노종현 부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