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기자 (webmaster@skkuw.com)

물고기가 되고 싶어!

박해울(아청 18)

 

# 0 소운의 방, 안, 낮

주인공의 방. 주말 오전 아무도 일어나지 않아 조용하고 한적한 모습. 곤히 잠을 자고 있는 소운. 엄마의 책 읽는 목소리 들리며 집 안 곳곳을 비춘다. 동화책이 가득 꽂혀 있는 책꽂이, 뒤쪽 벽에 보이는 푸른색 바다 포스터와 물고기가 그려진 이불, 책상 위에 어항 속 키우고 있는 물고기. 

[엄마 내레이션]

옛날 어느 한 바닷가에는 정말 작은 마을이 있었대. 그런데 신기한 건 그 마을 사람들에게 남모를 비밀이 있었다는 거야. 느긋한 바다거북이, 발이 긴 문어, 거대한 몸집을 가진 범고래까지… 그 마을 사람들은 태어난 순간으로부터 절반 정도가 지나면 바닷속 생물로 모습이 바뀌어 남은 반을 살아가야 했대. 모습이 바뀌지 않는 다른 마을 사람들은 이 사실을 알고는 모두 이들을 두려워했지만, 사실 그들은 자신들의 운명을 무척 신성하게 여기고, 또 사랑했어. 바닷속에서 마음껏 헤엄치고, 숨 쉬고, 무엇보다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삶이 어쩌면 육지의 삶보다 더 행복하다고 생각했거든. 자, 그래서 이건 훗날 바닷속 물고기가 될 운명에 놓인 마을 한 소년의 이야기야…

#1 초여름의 날씨, 집 욕실, 안, 낮

물이 담겨 있는 욕실 세면대, 세면대 바닥에서 물 수면 쪽으로 찍는 구도, 수면이 찰랑거려 뚜렷하게 욕실 내부가 보이진 않지만 밝은 노란빛의 전등이 천장에서 아른거린다. 물 밖에서 무언가 딸깍-하는 소리. 이후 갑자기 첨벙 하며 세면대 물속으로 들어오는 소운의 얼굴. 눈을 꼭 감고 입을 꾹 닫은 채 몇 초 동안을 가만히 있다가 푸하- 하고 얼굴을 다시 물 밖으로 빼고, 5~7초 정도 후에 딸깍- 소리와 함께 다시 얼굴 입수. 물이 흔들리면서 아이의 앞머리가 해초처럼 물에서 이리저리 천천히 흔들린다. 그때 욕실 밖에서 엄마의 목소리가 들린다. 

엄마    소운아 밥 먹어야지~

소운    (코에서 공기 방울이 뽀글뽀글 올라오고, 꼭 감았던 눈이 살짝 움찔 한다. 이윽고 물 밖으로 나가는 얼굴, 손으로 얼굴의 물기를 쓸어내리며) 네에-

여전히 세면대 바닥에서 수면을 향해 찍히는 구도. 찰랑거리는 수면 사이로 아이가 수건으로 얼굴을 닦는 듯한 모습이 보이고, 화장실 불 꺼지는 타이밍에 맞게 화면 아웃

#2 소운의 방, 안, 낮

방 안으로 들어오는 소운. 한쪽 손에는 스톱워치가 들려있다. 아무것도 쥐지 않은 다른 쪽 손으로 아직도 촉촉한 얼굴을 한번 쓸어내린다. 바깥에서 들려오는 요리하는 소리, 소운은 들어와 책상에 앉는다. 책상 위에 스톱워치를 내려놓는다. 이때 책상 클로즈업. 여러 책들이 겹겹이 놓여있는데, 대부분이 바다와 물고기에 관한 것이다. 그중 하나가 조금 전까지 읽고 있었던 듯 펼쳐져 있고, 아이는 아까 읽던 곳을 찾는 듯 손가락으로 글을 천천히 쓸어내리다가 한 부분에서 멈춘다. (조금 전까지 읽었던 부분). 아이의 얼굴 클로즈업, 앞머리는 아직도 물에 젖어 촉촉하고 얼굴 역시 물기가 그대로 묻어 있다. 책 위로 떨어지는 물방울들. 책은 [물속에서 수영하며 물고기들과 소통한 수상학자들의 이야기, 물고기를 연구해 노벨상을 받은 사람의 전기, 우주보다도 미스테리한 바닷속] 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 이때 들려오는 엄마의 목소리.

엄마    (멀리서) 소운아~?

서둘러 앉아 있던 책상에서 일어나 방을 나가는 소운, 손에는 읽던 책이 들려 있다. 방을 나갔다가 무언가를 까먹은 듯 다시 얼른 방으로 들어와 책상 위에 올려 두었던 스톱워치를 챙겨 다시 나간다.

  

   

#3 부엌, 안, 낮

집 부엌. 점심밥을 차리고 있는 엄마와 아빠. 엄마는 프라이팬에 달걀프라이를 하고 있고, 아빠는 찬장을 열어 그릇을 꺼내 부엌 뒤 식탁에 세팅하고 있다. 늦잠을 잔 듯 여전히 잠옷을 입고 있는 아빠. 

아빠    (부스스한 머리를 손으로 빗으며) 오늘 날씨 좋다~ (기지개를 켜며) 소운이랑 오랜만에 축구하러 공원이나 갈까 봐.

엄마    (요리하며) 응 그래요~ 난 출판 때문에 오늘도 회사 가봐야 해. (이윽고 혼잣말로 스톱워치를 찾으며) 근데 진짜 그게 어디 갔지? 내가 분명히 냉장고 옆에 붙여 뒀는데...

이윽고 식탁으로 걸어오는 소운. 세면대에서 잠수한 탓에 젖어 있는 앞머리. 한쪽 손에는 스톱워치. 엄마와 아빠, 아이의 모습에 살짝 당황한다. 

엄마    (프라이를 하다가 뒤를 돌아보고, 살짝 당황한 듯 웃음 지으며) 어이구, 머리가 무슨 일이야? 세수했어? 

아빠    (식탁 위에 그릇 놓다가 놀란 듯) 어 그러네? (아이에게 가까이 다가가 한쪽 무릎을 꿇고 얼굴을 살피며) 소운이가 더워서 땀이 났나~?

요리하는 엄마, 아이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있는 아빠, 그 앞에 서 있는 아이의 모습 와이드 샷. (이때 아이는 뒷모습만) 아이는 갑자기 결심한 듯 허리를 곧게 펴고 발을 어깨너비로 벌려 선다. 엄마와 아빠는 여전히 멍하니 당황한 듯 아이를 바라본다.

소운    (결의에 찬 큰 목소리로 허리를 쭉 펴며 고개를 들고) 전 물고기가 될 거예요!

화면 정지된 듯 가만히, 이때 {물고기가 되고 싶어} 타이틀 업. 

#4 수영장 입구, 밖, 낮

수영장 입구 앞에 서 있는 엄마와 아빠. 엄마는 블라우스와 진을 입고 숄더백을 메고서 손에 원고들과 각종 서류를 들고 있다. 아빠는 편한 티셔츠에 반바지, 샌들 차림. 아이의 수영 가방을 들고 있다. 수영장 가까이 가서 유리창 문 사이로 수영장을 신기한 듯 구경하고 있는 아이.

엄마    (의아하다는 듯, 나지막이) 난 우리 소운이가 수영한다고 할 줄은 전혀 몰랐어.

아빠    (소운이 바라보며) 그래? 난 그럴 것 같았는데.

엄마    그래요? 아니 우리 소운이, 물고기랑 바다 좋아하는 건 알았어도 늘 집에서 책만 읽고 바다 다큐멘터리 보느라 운동에는 관심 없는 줄 알았지. (갑자기 미소) 아침에 내가 찾던 스톱워치, 그거 소운이가 들고 갔었잖아. 13초, (웃음) 오늘 기록이래.

아빠    생각보다 소운이, 물고기 되게 많이 좋아해. (무언가 떠오른 듯 미소 지으며) 학교 갈 때 있는 작은 연못 있지? 거기에서 늘 물고기 구경하는 데 5분은 보내서 10분씩 일찍 나가잖아요.

엄마    (미소 짓다가 상상하는 듯 하늘 쳐다보며) 난 가끔 내가 그 물고기 동화 말고 다른 거 썼으면 어떨지 상상해, 막 하늘을 나는 새들 이야기라든지, 아니면 그래! 외계인 이런 거 있잖아요. 그런 거 썼으면 우리 소운이도 물고기나 바다 대신 다른 걸 좋아했을까? (전화 울리고) 아 잠시만,

아빠    (멀리 있는 아이에게 손짓하며) 소운아~

수영장을 구경하던 소운, 아빠가 부르자 종종걸음으로 뛰어온다. 멀리서 전화 받는 엄마를 뒤로하고, 아빠는 아이에게 수영장에 대해 이것저것 설명한다.

아빠    (아이 앞에 쪼그리고 앉아 눈을 맞추며 미소 지은 얼굴로) 소운아 어때, 수영하는 사람들 보니까 더 수영하고 싶어졌나?

소운    (눈을 반짝이며 흥미롭다는 듯) 네! 완전 물고기 같아.

아빠    (눈웃음) 그치, 소운이 오늘은 처음 수업이니까 저기 (손으로 수영장 레일 가리키며) 저 첫 번째 레인에서 수영 배울 거래. 아빠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같이 갈까? 아님 소운이 같은 수영반 친구들이랑 올래요?

소운    (고민하는 듯 잠시 망설이다) 음…친구들이랑 갈래요.

아빠    (여전히 웃으며 아이의 손을 잡고) 그래, 그럼 아빠 집에서 기다릴게?

소운    (살짝 미소 띤 얼굴로) 네.

아빠, 들고 있던 수영 가방을 아이에게 건네고 아이는 그걸 받아 든다. 아빠와 손 인사 후 멀리서 바쁘게 전화하는 엄마와도 손 인사, 수영장 안으로 들어간다. 

#5  실내 수영장, 안, 낮

탈의실, 번호 키를 받아 들고 락커 앞에 서서 수영 가방을 열어보는 소운, 주변으로 재잘대며 지나가는 아이들. 소운은 가방 속에서 스톱워치를 꺼낸다. 

실내 수영장. 수영 초급반. 레인 옆에 여러 아이와 함께 줄지어 서 있는 소운. 앞쪽에서 수영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자유형 자세 모범을 보이고 있다. 찰랑거리는 물을 바라보는 소운. 수영 선생님이 잠시 수영 장비를 가지러 자리를 뜨고 아이들은 서로 재잘대며 이야기할 때, 소운은 천천히 물로 다가가 레인 가에 앉아 발을 담그고, 이어 물안경을 쓰고는 물속으로 첨벙 들어간다. 물속에서 보이는 소운의 얼굴, 소운은 스톱워치를 꾹 누르고 눈을 뜬 채 물에서 가만히 떠 있는다. 소운 뒤로 웅성이는 아이들의 목소리, 이어 다급한 수영 선생님의 발걸음, 레일로 뛰어들어 소운을 건져 올린다. 

수영 선생님    (깜짝 놀란 듯 다급한 목소리로) 친구야 괜찮아? 어디 다친 데 없어요? (당황한 듯 이리저리 레일 주변을 살피며) 뭐, 뭐, 주변이 미끄러워서 넘어져 빠진 건가??

소운        (물안경 쓰고 살짝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다가) 아니요, 숨 참기 연습하고 있었어요. 하나도 안 다쳤어요.

수영 선생님    (급하게 물로 들어오느라 물안경 쓰지 않아 눈으로 흘러내리는 물 손으로 쓸어내리며 크게 숨 내쉬고는) 휴 진짜 다행이네, 다음부턴 먼저 물로 들어가면 안 돼요! 선생님은 친구 다친 줄 알고 너무 깜짝 놀랐어.

소운    (살짝 당황, 눈 깜빡이다가) 네.

한바탕 소동 후, 수영 수업을 들으며 벽 잡고 발차기 연습, 숨 쉬고 내쉬기 연습 등 수영을 배우는 소운과 아이들. 

 

# 6 아파트 단지 내 산책로, 밖, 오후

수영이 끝난 후 집으로 가는 길, 같은 반 아이들 3~4명과 함께 집으로 걸어가는 길, 서로 조잘대며 이야기한다.

아이 1    (수영 가방 다리로 툭툭 치며) 야 오늘 뭐해?

아이 2    (입을 삐죽 내밀며) 나 오늘 수학 학원 갔다 와야 해.

아이 3    (장난스럽게 웃으며) 나는 지금 집 가서 게임 할 거지롱~ 어제 밤에 숙제 다 했어. (아이 2 앞에서 메롱 하며) 히히 부럽지? (도망간다)

아이 2    (아이 3 쫓아가며) 야 너 그러다가 시험 빵점 맞는다~! 공부 완전 못한대요~!

아이 3    (막 도망가다가 우뚝 멈춰서) 야 나 프로게이머 될 거거든? (고민하는 듯하다가) 아니다, 그냥 난 백수 할 거야.

아이 2    (눈을 흘기며) 완전 별로네. (우쭐한 표정 지으며) 난 축구선수 국가대표 될 건데! 완전 멋있잖아!

아이 3    (눈을 땡그랗게 뜨고 단호하게) 야 내 백수는 달라! 내 백수는 음… 맨날 꿈이 달라.

아이 1    어떻게?

아이 3    백수는 맨날 노니깐, 꿈도 맨날 바꿀 수 있어. (진지한 듯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변조해서) 나 김백수는 오늘 수박을 먹는 것이 꿈이다!

아이 2    하하하 그게 뭐냐?

아이 3    (계속해서) 나 김백수는 내일 자전거를 타는 것이 꿈이다! 나 김백수는 내일 모레 숙제를 안하는 것이 꿈이다!

아이 2    (막 웃다가 옆에 있던 소운을 툭 치며) 완전 별로지! 꿈이 뭐 그래 하하 

소운    (고개를 돌려 아이 3 바라보며) 나는 멋진거 같아.

아이 2    엥?

소운    꿈은 재밌고 행복한 거니깐. 행복하면 다 꿈이 될 수 있잖아. 

아이 2    (눈을 굴리며) 에이 꿈은 멋져야 꿈이지. 수박 먹는게 어떻게 꿈이냐?

아이 1    (소운의 대답 듣고 가만히 생각하다가) 그럼 나는! 오늘 만화영화 보는게 꿈이다! 

아이 2    (눈을 깜빡이며) 야, 넌 또 뭐야?

아이 1     (고개 높이 들고) 왜 나도 만화영화 보는거 좋아하니까 꿈이다 뭐! 

아이 3    (수염 만지는 시늉 하며) 나는 여전히 수박을 먹는 것이 꿈이도다~

아이 2    (친구들 번갈아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보며) 얘네 왜 이래 완전 이상해.

아이 1    (웃다가 소운을 향해) 그럼 넌? 넌 꿈이 뭐야?

소운    (미소 띈 채) 나는 물고기!

아이 2    물고기 키우는거?

소운    (상상하는 듯 고개를 살짝 하늘로 든 채로) 아니. 물고기가 되는게 꿈이야.

아이들, 멍한 얼굴로 소운을 쳐다본다.

아이 1    (아이들과 소운 사이를 번갈아 쳐다보다 정적을 뚫고) 그…맞아! 되고 싶으면 다 하는 거야. 

아이 2    (눈을 동그랗게 치켜 뜨고) 물고기이?! 그게 어떻게 꿈이야!!

아이 3    야 넌 축구나 열심히 해 우린 수박도 먹고 만화영화도 보고…물고기도 될 거다 뭐!

아이 1과 3 하하 웃는다. 소운도 미소 살짝 짓는다. 심통난 것처럼 표정 짓는 아이 2. 그러나 금방 다른 이야기를 한다. 

아이 2    야 근데…(이어서 다른 이야기한다)

계속해서 조잘대며 걸어가는 아이들의 뒷모습. 

# 7 집 욕실, 안, 아침

잠옷입은 상태로 욕실로 들어오는 소운. 세면대에서 세수를 하다가 화면 밖으로 아웃. 무언가 뒤적이는 소리. 물안경을 들고 오면서 머리에 쓰며 화장실로 들어온다. 물안경을 쓴 채로 세면대에 물을 받고, 물이 다 받아지니 얼굴 잠수. 잠시 후 푸-하며 얼굴이 올라온다.

# 8 실내수영장, 안, 낮

수영장 락커룸. 화면 왼쪽에서 소운과 같은 수영반 친구들 등장. 이야기하며 옷 갈아입고 수영 가방 챙겨서 샤워실로 (오른쪽으로 아웃)

수영장. 준비운동 하고, 물로 입수하고, 벽 잡고 발차기, 숨 쉬고 내뱉기 연습 (화면은 물 속에서 아이들&소운 얼굴 찍기) 킥판 잡고 선생님이 잡아준 상태에서 자유형 연습, 아이들 줄지어 자유형 하는 모습 (물과 수평으로, 카메라 구도 반은 물 속 반은 물 밖) 자유형에서 숨을 거의 쉬지 않고 수영하는 소운.

# 9 영화관, 안, 낮

영화관으로 들어오는 아빠와 소운. 자리에 앉은 뒤 꺼지는 불. [니모를 찾아서] 재생. 소운 얼굴 클로즈업. 묘하게 미소 띈 얼굴. 반짝이는 눈 안으로 비치는 물고기와 바다.

# 10 욕실, 안, 저녁

물이 받아져 있는 욕조로 들어가는 소운. 첨벙거리며 놀다가 팔 휘젓거나 다리로 물 차며 발차기연습. 반 걸치고 욕조 안에 앉아있다가 스르륵 미끄러지듯이 욕조로 눕고 눈 감고 있으니 소운이 키우는 물고기가 욕조 안으로 나타나 소운 옆을 헤엄치고, 소운 눈 감은 채 미소 짓는다. 카메라도 하이 앵글로 욕조 위에서.

# 11 실내수영장, 안, 낮

주말을 맞아 전보다 북적거리는 수영장. 정기 수업 없이 자유수영으로 열려 있는 레일들. 소운은 양쪽으로 엄마 아빠의 손을 잡은 채 수영장 입구로 들어온다.

아빠    (놀란 듯 주위를 둘러보며) 와~주말은 사람이 많네!

엄마    (소운의 손을 잡지 않은 다른 손으로 안경 살짝 올리며) 그러게요, 우리처럼 주말 맞아서 다들 가족끼리 놀러 왔나 봐.

아빠    (소운이 내려다보며, 미소 지으며) 소운아, 소운이 이제 자유형도 다 배웠다고 했지?

소운    (아빠 살짝 올려다보며, 눈 반짝이며) 네! 반에서 두번째로 빨라요!

엄마    (놀란 듯한 리액션 하며) 진짜? 우리 소운이 이러다가 수영선수 되겠어~

아빠    그럼 아빠가 전담 매니저 할게. (상상하는 듯 위를 올려다보며) 나중에 소운이 막 수영 경기 끝나고 나면 아빠랑 같이 삼겹살 먹으러 가고! 어? (소운 쳐다보며) 그러는 거 어때 소운아!

소운    (미소 지으며) 완전 좋아요.

실내 수영장. 수영복을 갖춰 입고 수영장으로 들어온 소운과 아빠. 같이 즐겁게 수영을 한다. 창문 뒤 1층 휴게공간에서 가져온 노트북으로 타이핑하며 아이를 간간히 지켜보며 미소 짓는 엄마. 

수영하다 아빠가 화장실에 다녀오는 사이, 소운은 물 속으로 잠수를 한 후에 숨참기 시간을 손으로 세어 보기 시작한다. 조금 참다가 숨이 차 물 밖으로 나오고, 창문 밖 엄마가 있는 쪽을 보니 엄마가 손을 흔든다. 이어 다시 호흡 가다듬고 물로 입수. 고요한 물 속. 소운은 아까처럼 손으로 시간을 세어 보지만, 열 손가락을 다 세어도 숨이 차지 않음을 느낀다. 눈이 커지고 얼굴을 손으로 만져본다. 물안경을 천천히 벗어본다. 소운의 시선으로 카메라 전환. 또렷하게 보이는 물 속. 천천히 들리는 숨소리, 소운의 코에서 뽀글거리며 나오던 공기방울이 사라지고 소운은 물 속에서 숨을 쉬고 뱉을 수 있게 된다. 더 이상 숨이 차지도 눈이 따갑지도 않음을 느끼고 물 속에서 기뻐하며 이 사실을 알리기 위해 물 밖으로 나간다.

소운    (물 밖으로 나와서 엄마 쪽을 보며 손을 흔든다) 엄마!

노트북으로 일을 하다가 고개를 들고 다시 미소 짓는 엄마의 모습이 창문으로 비친다. 물 밖으로 나와 엄마 쪽으로 걷던 소운은 갑자기 숨쉬기 어려움을 느끼며 비틀대다 바닥에 옆으로 넘어진다. 숨을 가쁘게 내쉬는 소운. 물고기가 물 밖으로 나온 것처럼 헐떡인다. 주변의 웅성거림. 엄마는 이 모습을 보고 수영장으로 뛰어들어온다. 

엄마    (사색이 된 얼굴로 소운에게 뛰어오며) 소운아! 왜 그래! 어디 아파? 괜찮아? 소운아!

주변 사람들도 모여 소운을 걱정하고, 뒤이어 아빠 역시 뛰어온다.

아빠    (놀란 얼굴, 떨리는 목소리로) 소운, 소운아…? 왜 그래, 어디가 아파? 응?

주변에 웅성이는 사람들과 급하게 119에 전화하고 소운이 상태를 체크하는 안전요원. 그 때 엄마는 소운의 얼굴을 보고, 소운이 물 쪽을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발견함. 서서히 눈이 감기고 말을 하려는 듯 입을 열지만 뻐끔거리기만 하는 소운. 그 때 수영장 레일에서 넘실거리던 물이 소운 쪽으로 살짝 밀려오고, 소운 움찔하며 눈을 살짝 뜬다. 

소운    (입모양으로, 작게 속삭이듯) ㅁ, 물…

엄마    (소운 상태 확인하는 안전요원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작게) 잠, 잠시만요. (소운이 바라보며) 소운아, 소운이…물…? 물이야?

아빠    (눈물 맺힌 눈으로 소운 곁에 있다가) 응…? 그게 무슨 말이야?

엄마    (여전히 떨리는 목소리로, 그러나 무언가 깨달은 듯) 여, 여보. 잠시만요. 소운이…

엄마, 소운을 별안간 받쳐 안고는 사람들을 지나 수영장 물로 다가간다. 그 뒤로 따라오는 아빠. 뒤에서 여전히 웅성이는 사람들. 엄마는 수영장 앞에 무릎을 꿇고, 소운을 물 속으로 천천히 내려놓는다. 이 때 카메라 소운 얼굴 클로즈업. 소운 얼굴 위로 물이 차오르고 머리가 물 속에서 흩날리고, 감겨 있던 소운의 눈이 순간 떠진다. 화면 블랙아웃. 

# 12 집 부엌, 안, 낮

여유로운 주말 점심. 엄마는 요리하고 아빠는 냉장고 열어 반찬 꺼내고, 식탁을 정리한다. 식탁에 그릇을 놓는데, 엄마와 아빠의 그릇만 놓여있다.

아빠    (반찬 식탁에 꺼내 놓으며, 살짝 웃는 얼굴로) 여보 오늘 오랜만에 그거 요리하는 건가? 내    가 좋아하는 거?

엄마    (미소 지으며 돌아보지 않고) 어떻게 바로 알았대. 맞아요 감자전 이번엔 되게 많이 했어. 나중에 또 꺼내 먹어요.

아빠    (미소) 좋네~

이윽고 차려진 점심 식탁. 소운은 보이지 않는다.

아빠    이제 다 된 거 같은데? 밥 먹을까요?

엄마    응, 다 됐다!

엄마, 국을 식탁에 내려놓은 뒤 자리에 앉지 않고 부엌 뒤쪽으로 가 놓여있던 큰 유리병을 들고 온다. 물고기 밥처럼 동그란 것들이 가득 들어있고, 그걸 들고 부엌과 거실을 지나 마당으로 향하는 문을 여는 엄마. 뒤에서 따라오는 아빠가 보인다.

마당. 화창하게 해가 쏟아지고 있다. 전에 보이지 않던 작은 야외 수영장이 보인다. 그 앞에 무릎 꿇고 앉는 엄마. 뒤이어 나오는 아빠. 엄마 뒤에 서 있다. 카메라 구도 왼쪽부터 집-아빠-엄마-수영장의 모습. 

엄마    소운아~ 밥 먹자! 벌써 점심시간이네?

물 속에서 이리 저리 헤엄치던 흐릿한 물체가 수면으로 올라오고, 소운이다. 웃으며 물 위로 올라오는 소운. 미소 지으며 소운의 위로 유리병을 열어 물고기밥을 손으로 조심스럽게 뿌리고, 소운은 먹이가 물 수면에 떨어질 때마다 눈을 살짝씩 감지만 여전히 미소. 밥을 먹으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물 속에서 방 어항에 있던 물고기와 함께 즐겁게 헤엄치는 모습. 소운의 관점으로 수면 가까이에서 올려다보는 앵글. 미소 짓는 소운의 엄마, 그 뒤로 같이 미소 짓고 있는 아빠 얼굴. 다시 소운 얼굴 클로즈업. 미소. 

박해울(아청 18) 학우.
박해울(아청 18) 학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