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기자 (webmaster@skkuw.com)

  성대문학상이 다시 평론 부문을 공모한 지 네 해째가 되었다. 문학, 영화, 애니메이션, 만화 등에 걸친 여러 분야에서 17분이 응모자가 21편의 작품을 보내주었다. 평론이라는 장르에 대한 열정도 열정이지만, 넘치는 문화 산물 속에서 나날이 자기만의 감식안과 해석적인 평가가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평론이란 어떤 글쓰기인가라는 질문은 까다로운 한편 답을 모으기 쉽지 않은 질문이다. 그만큼 자유로운 형식의 에세이로서 지적 장과 그 대상을 넓혀온 장르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합의할 수 있는 것은 비평은 본질적으로 대상이 되는 작품에 관한 기술, 해명, 분류, 맥락화, 해석, 분석이라는 사실일 터이다. 이를 잘 통제된 이유에 의한 평가라고 요약할 수 있을 법하다. 이 이유를 써나가는 과정에서는 해당 장르의 현장에 밀착된 문제의식, 작품에 대한 독자적 해석, 자신만의 문체, 개별 작품과 보편적 이론의 매개가 필요하다. 그 작품의 세부로부터 전체들 속의 평가까지 이르는 이 길은 가슴 뛰는 모험이지만, 그래서 논문이나 감상과는 다른 위험들이 존재한다. 

  투고작들은 전통적 문학평론에서부터 동아시아 서사론, 유럽 고전 영화론, 만화 및 애니메이션에 관한 장르 비평 등에 폭넓게 걸쳐 있었다. 감상문이나 블로그 글쓰기에 머문 단평들도 있었지만, 동아시아의 역사 인식, 해체주의 이후의 문학, 페미니즘 리부트 후의 문화 환경, 포스트 휴머니티의 문제 등 심각한 의제들을 나름의 솜씨로 다룬 글들이 적잖았다. 다만 평론상의 취지상 지나치게 단편적인 글이나 한국이라는 지평에서의 읽기가 부족한 분석들은 선외로 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첫 번째로 주목했던 글은 드니 뵐뇌브, 신카이 마코토의 영상 작업을 다룬 투고자의 두 평문이었다. 특히 「기억-망각의 구조로 재구성」은 신카이 마코토와 이스카리 유바의 작품들을 동일본대지진 이후의 망각의 메커니즘과 일본의 피해자성 강화라는 측면에서 분석한 글로 논리 구조가 탄탄하고 글쓰기의 근력이나 문제의식이 단연 눈에 띄었다. 다만 일본 내의 논의가 참조되지 않은 면이 있고, 무엇보다 스스로 두 작품에 관한 ‘연구’임을 표방하고 있듯이 학술논문에 가까워 최우수작으로 삼기 망설여졌다. 우수작으로 추천한다. 김혜순의 초기시를 다룬 「놀이의 시, 시의 공동체」는 여러 비평문을 섭렵하며 위반, 어머니, 시인의 놀이 등이 빚어내는 연대의 감각을 논제로 삼은 글이다. 구조가 탄탄한 한편, 논문 형식에 가깝고, 무엇보다 지금 왜 이 논의가 필요한가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잘 드러나지 않은 면이 있어서 가작으로 삼았다. 최은영의 근작들을 다룬 「허위의 안개 너머로 만춘 시선」은 자신의 감식안에 충실한 좋은 문장으로 스토리라인과 설득력 있는 분석을 잘 교직하고 있는 ‘해설’ 형식의 평론이었다. 기존에 나온 다른 비평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시각이 좀 더 강조하고, 현재 왜 이 작품들이 한국문학장에서 문제적인지가 좀 더 위상화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렇지만, 조금은 소박하지만 분명한 자기 문체와 독법이 있어 최우수작으로 삼았다. 여기에는 더욱 정진했으면 하는 심사위원의 바람이 담겨 있다. 그 밖에도, 후지모토 카츠키의 <체이소 맨>을 다룬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도 특별히 언급할 만한 공력과 유기적 분석력을 보여준 작품이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에 견주어 문장이 조금 가볍고 만화 장르에의 내적 분석이 적어 수상작으로 올리지는 못하였다. 

  평론은 작품에 대한 독자적인 사랑, 이유가 잘 통제되고 해명되는 사랑을 필요로 한다. 무엇보다 지금 여기서, 한 작품이 갖는 의미를 발견하고 만들어 가는 특별한 사랑의 형태이다. 내년에 더 많은 응모작을 만날 수 있기를 기원하며, 당선자들에게는 축하를, 선에 들지 못했지만, 가능성을 보여준 많은 투고자에게는 감사의 인사를 보낸다.

 

정지용(프랑스어문학과)·황호덕(국어국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