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재연 기자 (yoojy0403@skkuw.com)

대학교에 입학하고 어느덧 2년. 하루하루에 충실하며 게으르게 살지 않았다고 자부했다. 캘린더 앱은 알록달록한 색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고 하루 할 일을 마치면 미래를 걱정할 새도 없이 잠에 들었다. 그러나 9월의 어느 날 돌이켜 생각해 보니 내게 온전히 남아 있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할 일을 한없이 미루다가 후회하고 자책하는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는 걸 나는 알고 있었고, 다이어리엔 매일을 반성한 감상은 찾아볼 수 없고 시간대별로 빼곡한 스케줄에 죽죽 줄이 그어져 있어 지저분할 뿐이었다.

성대신문에 지원한 것은 일종의 도피였다. 반드시 훌륭한 언론인이 되고 말겠다는 원대한 꿈을 향한 도약도 아니었고, 죽기 전까지 잊지 못할 값진 경험을 해야겠다는 결심도 아니었다. 그저 남들에 비해 뒤처지는 것이 두려웠고 학교에 입학한 지 1년 하고도 반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제자리에 있는 듯한 나 자신이 혐오스러웠던 마음이었다.

그렇게 반년이 더 흘렀으나 나는 여전히 앞으로 나아가는 법을 모른다. 그럼에도 오늘 하루 내게 주어진 일을 한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들이 나를 만든다’라는 말이 있다. 성대신문에 입사한 후 매일이 해야 할 일로 가득하다. 여간 바쁜 것이 아니다. 방중 공지를 처음 보았을 땐 왜 회의를 이렇게 자주 하는지 의문이었지만 막상 준정기자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해 보니 1분 1초가 모자랐다. 이렇게 바쁜 일상을 보내다 보면 간혹 하루하루 나를 먹여 살리는 것이 힘들다고 느껴져 모든 책임을 내일의 나에게 넘겨주고 싶을 때가 찾아온다. 그럴 때 내가 지금 하는 행동, 내가 보는 것, 내가 읽는 글, 내가 하는 말, 내가 선택한 것들이 나의 구성요소가 될 것이라 생각하고 오늘도 또 ‘한다’. 사소한 고민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염려, 그리고 지금 머리를 쥐어뜯으며 수정 중인 문건이 비로소 완성되면 느끼게 될 벅찬 마음이, 나를 만들 것이라 굳게 믿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