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최근 독서붐이 일어나며 책을 읽고 공유하는 문화가 형성되고 있지만, 여전히 인문학은 멀리 떨어져 있다.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칸에 가보면 큰 영역을 차지하고 있는 분야는 단연 경제와 관련된 것들. 아무래도 사람들은 돈을 많이 버는 것에 관심이 있는 것 같다. 인문학의 한 분야를 전공하길 바라는 입장에서 요즘 서점은 너무 차갑다. 쓸데없고 어려워. 언제부턴가 생겨버린 선입견에 사람들은 이 학문을 좋아하지 않는다.

 한때 나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시간을 갖고 천천히 살펴본다면 인문학은 결코 쓸데없지 않다. 오히려 실용적이고 일상적이다. 친구를 이해하는 것. 그들과 시간을 함께 보내고, 순간 속에서 가치를 찾는 것. 여기서 나의 인문학은 시작한다. 가치를 나누기 위해 함께 사용하는 언어를 배우고, 활자들이 내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 속의 의미에 매료되어 흠뻑 빠져있다 보면 지금 밟고 있는 땅을 떠올리게 되고, 이 땅 위에 살아있는 사람들의 사회를 천천히 살펴보게 된다. 살펴보다 보면 조금 더 이해해보고자 인문학을 들여다보는 것, 결국 푸른 지구를 마음에 품게 되는 것이 나에게 하나의 여정이다. 

 인문학이 어렵고 추상적이라는 말을 들으면 가슴 한편이 아리다. 추상적이고 형이상학적인 내용을 품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결코 전부가 아니다. 문사철로 대표되는 이 학문은 사람들의 감정을, 살아온 과정을, 생각하는 것들을 이해하는, 즉 사람에게 다가가는 현실적인 학문이다. 남자친구에게 오늘 하루를 설명하기 위해서 나는 온갖 문학적 단어를 끌어오고, 친구와 나눈 추억을 상기하고, 하루의 생각을 덧붙인다.

 사랑에 울고, 술자리에서 추억과 실수를 나누는 것, 그리고 문득 떠올린 생각과 그 과정에 대해 설명하려는 것은 당신이 인문학도의 씨앗을 품고 있다는 증거이다. 물론 보다 정교한 내용을 공부하고 발전시키는 것 역시 중요하지만, 모두가 그럴 필요는 없다. 사소한 취미로, 소소한 대화로 쉽게 꺼낼 수 있는 것이 인문학이다. 타인과 함께 하는 가치를 발견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글을 쓸 준비가 되어있다.

 하루가 힘에 부칠 때 나는 사랑하는 시인 윤동주를 떠올린다.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 윤동주의 시를 떠올리다 보면 세상에는 아름다운 것이 너무 많아서 하루를 흘려보내기 아쉽게 느껴진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한 구절과 함께 세상을 헤쳐 나가다 보면 더 잘 살고 싶은 마음이 불쑥 고개를 든다. <나는 그 여자의 건강이 – 아니 내 건강도 속히 회복되기를 바라며 그가 누었든 자리에 누어본다.> 그렇게 살다보면 소중한 것들이 생겨서 또 하루를 살아낸다.

사랑하는 마음

나는 그것을 인문학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진혜원(국문 21) 학우.
진혜원(유동 21) 학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