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의상 기자 (kimcloth1029@skkuw.com)

글쓰기란 자해다.

이 한 문장을 쓰고 한 시간째 의자에 앉아 있다. 엄청난 취재후기를 쓰고 싶어 예쁘고 멋진 단어들을 찾다 내 머릿속에 문득 든 생각이다.

다소 이상주의자 같아 보일 수 있지만, 나는 세상의 모든 것들이 사랑으로 이어져 있다는 것을 믿는다. 내가 신문사에 입사한 것도, 끙끙 앓으며 기사를 쓰는 것도, 늦은 시간까지 회의하는 것도 사랑이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랑에는 반드시 희생이 필요하다. 시인 안도현이 삶을 타인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이라 했던 것처럼 사랑을 위해서 때로는 스스로를 끊임없이 깎고 태워 사랑하는 무언가에 줘야 한다. 신문사에 입사하고 날을 꼬박 새우는 일이 부지기수고, 매번 새까만 눈두덩이를 이고 다니지만 그럼에도 쉴 새 없이 글을 쓰고 있는 나를 보며 내가 글쓰기를 참 많이 사랑한다는 것을 깨닫는 요즈음이다. 더 좋은 단어를, 문장을, 기사를 위해 나는 매 발간 자해를 멈추지 않는다. 

하지만, 사회부 기자로서 사회의 다양한 국면에 주목하다 보니 세상에는 사랑이 결여된 공간이 참 많다는 생각이 든다. 국제정치 전문가라는 목표를 세우고 나서 지구본을 보니 세상은 너무도 잿빛이었다. 그래서 난 내가 사랑하는 펜을 잡고 세상의 모든 이들이 사랑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적어 왔다.

첫 웹 기사인 미국의 ‘Woke’ 논쟁을 다뤘을 때가 아직 생생하다. 미국에서는 인종 갈등으로 인해 사람들이 서로를 적대시하고 있었다. 두 번째 기사인 일본의 수퍼 엔저를 쓰며 나는 어느 순간 일본 자체를 혐오하고 있던 나의 낯 뜨거운 얼굴을 보기도 했다. 세 번째 기사인 연쇄적 흉기 난동을 쓰면서는 개인이 일면식도 없는 이들을 난도질하는 끔찍한 상황과 마주했다. 네 번째 기사인 파독 근로자에게서는 정권에 따라 지원이 달라지는, 정치 선전의 일환으로 소비되는 파독 근로자분의 안타까운 면면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지난 1721호의 판다 외교 기사를 발간하며 나는 한국인과 중국인 사이 극심한 혐오를 볼 수 있었다.

지난 발간 동안 내가 목격한 것은 이념과 정치에 얼룩진, 혐오와 갈등에 얼룩진 사랑이 결여된 사회의 잿빛 단면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 잿빛 세상을 사랑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이처럼 크나큰 사랑을 위해선 엄청난 희생이 필요할 것이다. 괜찮다. 나는 기꺼이 자해할 준비가 됐다. 끊임없이 스스로를 침식시켜 내 속의 시뻘건 마음을 모두와 나눌 수 있다면, 한 장의 연탄이 돼 빙결된 차가운 세상을 녹일 수 있다면. 앞으로 내게 남은 하나의 지면까지, 내가 세상에 1℃의 온기를 전하는 그날까지 나는 자해를 멈추지 않으련다.
 

김의상 기자.
김의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