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필자가 연구하는 분야 중 하나는 다양한 경험과 건강 발달 간 상호 관련성을 규명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련성을 연구할 때 많이 사용되는 이론이 생애 과정 이론 (Lifecourse perspective)인데, 이 이론에 따르면, 언제 어떤 경험을 했느냐에 따라 전 생애에 걸쳐 발달의 터닝포인트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아동기와 청소년기 문제 아동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좋은 선생님을 만나 긍정적인 경험을 통해 자신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이후 성공했다는 사례를, 매체를 통해서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이러한 긍정적 경험은 이후 건강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 점을 고려해 볼 때, 긍정적 경험의 중요성을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 경험이라 해서 항상 엄청난 경험일 필요는 없다. 개인에 따라서는 사소한 경험만으로도 큰 효과를 나타내 긍정적 발달을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 

이러한 긍정적인 경험과 인생의 터닝포인트와 관련해 내 개인적인 일화를 소개하려 한다. 작년 한 학생의 요청으로 인터뷰에 응했던 적이 있는데, 여러 개의 질문 중 유독 한 가지 질문이 기억에 남는다. 그 질문은 바로 “어떻게 아동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가?”이다. 이 질문의 핵심은 현재의 직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었느냐’는 것인데, 앞서 언급한 터닝포인트와 관련이 있다. 어떻게 보면 간단한 질문이기도 하지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꽤 한참 동안 스스로에게 질문을 했다.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는 있었는지? 있었다면 언제였는지? 그리고 터닝포인트가 일어날 수 있었던 어떤 계기(혹은 경험)가 있었는지? 등등 여러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본 결과, 개인적으로 대학/대학원 시기 교수님과의 긍정적인 상호작용 경험이 중요했고, 이러한 긍정적인 경험으로부터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왔던 것 같다. 시작은 아주 사소한 계기였다. 학과 시절 교수님들로부터 ‘아동학 공부를 해보는 건 어떨까?’라는 제안을 들었다. 사실 그 당시 공부에 흥미가 있지는 않았지만, 누군가로부터 관심을 받고 제안을 받았다고 생각하니, 일단 해보는 시늉이라도 하자는 마음으로 아동학 공부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로 시작한 공부지만, 이를 통해 평소 궁금했던 아동 및 청소년들의 행동들에 대해서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학문에 어떻게 실생활에 적용될 수 있는지 직접 느끼게 되면서, 서서히 학문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아동 및 청소년의 심리 및 발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며, 이러한 관심은 이후 교수님들과 더욱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고, 이후 관련 학문을 더욱 전문적으로 공부해 보고 싶다는 생각에 결국 유학을 가게 되었다. 결국 돌이켜 보면 교수님들의 말 한마디가 결국 나에게는 긍정적 경험으로 작용했으며, 이는 결국 유학으로까지 이어지며, 유학을 통해 이전의 삶과는 질적으로 다른 길을 가게 되었으니, 결국 유학은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되었던 것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이 모든 과정의 시작은 교수님들로부터 받았던 긍정적인 말 한마디였던 것이었다.

이제는 교수자가 되어 학생들에게 진로나 미래에 대해서 고민할 때마다, 내가 직접 겪은 경험을 생각하며, 그 학생들에게 내가 교수님들로부터 받은 긍정적인 경험을 베풀려 노력하고 있다. 나도 그 누군가 진로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며, 또한 우리 성균관대 학생들도 다른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아동청소년학과 이태경 교수
아동청소년학과 이태경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