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독자들은 학보에서 무엇을 기대하는가? 이 질문에 한 독자로서 나는 학보만이 보일 수 있는 고유한 정체성이라 답하겠다. 기사의 완성도는 물론 중요한 문제지만 그것은 우선 독자가 기사를 읽기 시작한 이후의 이야기다. 기성 언론이 비추지 않는 곳을 향하는 시선, 투박할지라도 화두에 대한 ‘성대신문다운’ 통찰을 담으려는 시도는 곧 독자가 ‘굳이’ 성대신문을 펼칠 이유가 된다. 

그런 면에서 보도면이 보이는 시선은 날카롭다. 보도 1면의 기사는 소재가 인상적이다. 소재가 신문을 찾아온 경우가 아닌, 기자가 소재를 찾아 나선 경우로 보인다. 앞으로도 쓰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사각지대를 적극적으로 들추는 기사들이 쓰이길 바란다. 아래쪽의 보도사진은 오늘날의 화두인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발표와 동맹휴학이라는 의과대학의 반응을 효과적으로 언급했다. 고요한 강의실의 풍경과 담백하게 쓰인 텍스트는 절제했기에 오히려 깊은 인상을 남긴다.

보도 2면의 기사들에서는 문제의식이 돋보인다. 쉽게 대표되기 어려운 학우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학내언론의 기능을 두 기사는 훌륭히 수행하고 있다. 특히 교환학생 선발과 같이 학생의 당락이 걸린 사안에서, 학생 개인이 학교에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때 언론의 참여가 절실해진다. 이런 경우 보도된 기사라는 결과물뿐 아니라 학생의 억울함을 적극적으로 취재하려는 움직임 자체가 긍정적인 견제로 기능한다. 언론이 내 억울함에 반응한다는 사실 자체가 일종의 위안이 되기도 한다. 때때로 취재는 단지 기사를 위한 과정 그 이상의 무엇이다.

보도면의 기사들에서 특정한 대안을 제시하거나 변화를 촉구하는 공통적인 마무리가 눈에 띈다. 꼭 적극적인 제언만이 좋은 끝맺음은 아닐 것이다. 지면이 할 일은 어디까지나 알리는 것, 혹은 들추거나 보여주는 것이다. 나아갈 곳을 짚는 것은 읽는 이의 몫으로 남겨 주어도 좋겠다. 

이어지는 면들에서는 학생사회 바깥으로 이야기가 뻗는다. 다루는 대상의 특성상 학보로서의 정체성을 갖추기 어렵지 않은 보도면과는 달리, 문화, 사회, 학술면에서는 ‘학보사다움을 유지하기’ 자체가 큰 고민거리이리라 생각한다. 분명한 것은, 기성 언론의 논의를 재생산하는 기사는 지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학우들, 혹은 청년의 삶과 가까운 소재를 채택하는 것을 넘어, 학생다운 통찰과 비판적인 접근이 아낌없이 담길 수 있는 지면이 되길 응원한다.

여론면 바람닭의 마지막 문단에서, 편집장은 “하나의 글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사명은 없”으나 “계속해서 사회 귀퉁이에 있는 것들을 밖으로 꺼낼 것”을 역설한다. 대부분의 시선이 쉽게 지나치는 귀퉁이를 응시하는 것, 그리고 씀으로써 그 귀퉁이를 드러내는 것이야말로 학보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 성대신문을 나는 늘 ‘굳이’ 읽고 싶다. 

최서진(컬처테크21) 학우.
최서진(컬처테크21) 학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