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민정 기자 (suseok@skkuw.com)

외국인 유학생 튜터링, 발표 클리닉 등의 학습 도움 프로그램 제공돼

학우들의 적극적인 노력과 인식 변화 동반돼야

우리 학교의 입학 기준은 고려대학교가 TOPIK 4급 이상과 어학원 4급 이상 이수, 연세대학교가 TOPIK 5급 이상과 어학원 5급 이상 이수를 입학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데 비해 낮은 수준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우리 학교는 ‘외국인 학우가 대학교육을 이수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문화적 차이를 조기에 극복하고, 한국어 사용능력 등 기초학력을 제고하기 위함’이라는 명목하에 1학년 1학기를 다니는 외국인 학우 전용의 교양 과목을 추가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본지 1591호, ‘진정한 국제화 위해 풀어야할 과제는?’

수업 참여에 어려움 겪는 외국인 학우들

외국인 학우와 한국인 학우가 조별 과제를 진행하는 모습(본 사진은 연출된 사진임). 사진 | 김민정 기자 suseok@
외국인 학우와 한국인 학우가 조별 과제를 진행하는 모습(본 사진은 연출된 사진임). 사진 | 김민정 기자 suseok@


우리 학교는 한국어 트랙과 영어 트랙으로 나눠 외국인 학우를 선발하고 있다. 각 트랙은 한국어 혹은 영어 어학 능력으로 대입 지원이 가능한 모집단위를 뜻한다. △글로벌경영학과 △글로벌경제학과 △소프트웨어학과 등의 일부 학과를 제외한 대부분의 학과는 한국어 트랙을 통해서만 외국인 학우를 모집하고 있다. 한국어 트랙으로 입학하고자 하는 외국인 학우는 *TOPIK(Test of Proficiency in Korea, 이하 토픽) 성적증명서를 제출해야 하며 비교과 활동, 학업성적 등의 서류평가 절차를 거쳐 합격한다. 우리 학교 외국인유학생지원팀은 “한국어 트랙으로 합격한 외국인 유학생의 경우 평균적으로 4~5급 정도의 토픽 성적 수준으로 입학하고 있다”며 “이는 어느 정도의 복잡한 한국어 읽기, 듣기, 쓰기, 말하기 능력을 갖춘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기준을 충족하고 입학했음에도 많은 외국인 학우가 한국어 수업을 이해하고 한국인 학우와 소통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 국적의 노가매(사복 22) 학우는 “수업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기 힘들고 과제를 할 때 한국어 논문을 찾고 읽는 게 어렵다”고 전했다. 이들은 특히 한국인 학우들과 조별 과제를 진행할 때 고충을 겪는다. 중국 국적의 유강니(미디어 20) 학우는 “한국어로 말하는 데 자신이 없어 적극적으로 의견 내는 것을 꺼리게 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현상은 주로 인사캠에서 나타나는데, 이는 우리 학교 외국인 학부생 중 약 79%가 인문과학계열과 사회과학계열에 재학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과캠의 경우 한국어로 수업을 진행하더라도 교안은 영어인 경우가 많다. 카자흐스탄 국적의 아셈(융합생명 23) 학우는 “전공 수업은 대부분 한국어로 진행되지만 교안이 주로 영어라 수업을 따라가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고 전했다. 

한편 한국인 학우도 외국인 학우와 함께 조별 과제를 진행할 때 대화가 잘 통하지 않아 불편을 느낀다. A학우는 “외국인 팀원이 말하는 의견이 이해되지 않아 토론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B학우는 “외국인 팀원분이 과제 주제를 잘못 이해한 상태로 자료조사를 해 와서 다시 해야 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외국인 학우의 원활한 한국어 수업 참여를 위한 학교의 노력
우리 학교는 한국어 트랙으로 학사 과정에 입학한 1학년 외국인 학우들을 대상으로 한국어집중교육과정(이하 ISC)을 운영하고 있다. 해당 외국인 학우들은 입학 후 2개 학기 동안 △의사소통 △한국문화의 이해 △한국어문서작성 등의 외국인 전용 교과목을 필수 교양으로 이수해야 한다. 우리 학교 학부대학 행정실 김용경 선임은 “외국인 유학생의 한국어 능력과 대학 수학능력 향상을 목적으로 한국어 집중 교육 및 외국인 특화 교양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우리 학교는 2016년에 외국인유학생지원팀을 신설해 다양한 학습 도움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외국인유학생지원팀에서는 전공과목 공부에 어려움을 겪는 외국인 학우를 위해 2022학년도부터 외국인 유학생 튜터링을 매 학기 진행하기 시작했다. 이는 각 전공과목에서 A 이상 학점을 받은 튜터(외국인 학우, 한국인 학우)와 해당 전공과목에서 도움을 받고자 하는 튜티(외국인 학우)가 그룹학습을 할 수 있도록 매칭하고 지원하는 전공학습력 강화 프로그램이다. 해당 프로그램에 튜티로 참여했던 아셈 학우는 “전공과목을 공부하는 데 튜터가 많은 도움을 줬다”고 전했다.

외국인유학생지원팀은 지난해부터 인사캠에서 토픽 4급 이상의 외국인 학우들을 대상으로 리포트 작성 및 과제 발표 클리닉(이하 발표 클리닉)을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해당 프로그램은 △글쓰기의 기초 및 글쓰기 발표 △개별 발표 및 1:1 개별 첨삭 지도 △PPT 기초 및 발표 준비로 구성돼 있다. 외국인유학생지원팀은 “글 쓰는 법, 말하는 방식, 제스처, 시선 처리 등 많은 것을 얻어 갈 수 있었다는 후기가 많았다”고 밝혔다. 한편 토픽 4급 이하의 외국인 학우들은 주로 토픽 대비반에 참여한다. 
 

중요한 것은 적극적인 수업 참여와 학우들 간 활발한 교류
일부 교강사는 외국인 학우들의 수업 이해와 조별 활동 참여를 돕고자 외국어 교안을 추가로 제공하거나 조별 활동 시 외국인 팀원의 역할을 정해주기도 한다. 우리 학교 사회복지학과 A교수는 지난해 진행한 수업에서 조별로 복지 정책을 조사해오는 과제를 내주며 중국인 학우들에게는 중국의 복지 정책을 알아볼 것을 권했다. A교수는 “중국인 학생과 한국인 학생이 자국의 복지 정책을 조사해 서로 묻고 답하는 과정에서 교류가 더욱 활발해지길 바랐다”며 “이는 중국인 학생이 수업을 따라가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노력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무엇보다 외국인 학우의 적극적인 노력과 한국인 학우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실제로 외국인 C학우는 “내가 수업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한국인 학생들에게 다가가 소통하려고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A교수는 “외국인 학생은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인 학생과 소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면서도 “한국인 학생 역시 조별 활동에서 외국인 학생을 적극적으로 도울 필요가 있으며, 이러한 경험은 사회에 나가서도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라 강조했다. 이처럼 외국인 학우의 원활한 한국어 수업 참여를 위해서는 외국인 학우 본인의 노력과 한국인 학우의 도움이 동시에 필요하다.
 

◆TOPIK=한국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재외동포 및 외국인의 한국어 사용 능력을 측정 및 평가하는 한국어능력시험. 1~6급으로 구성돼 있으며 숫자가 클수록 한국어 수준이 높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