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우리 학교 정현백(사학) 교수를 만나

기자명 송슬기 기자 (okaysk7@skku.edu)

■  여성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독일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교수로 활동하면서 후배가 ‘여성과 사회’를 창간하는 데 참여 한 것이 계기가 돼 여성운동을 시작하게 됐다. 그 당시 성차별에 대한 문제 인식은 거의 전무한 상황이었고 이화여대에서 중산층 여성운동이 소수로 이뤄지고 있었을 뿐이었다. ‘여성과 사회’는 여성 노동자·빈민·농민을 위한 여성운동이었는데 운동을 진행하는 데 있어 어느 정도의 사회적 인정과 안정성을 위해 ‘교수’가 필요했다. 물론 여성운동을 하는 교수는 없었고 정황상 내가 해야겠다는 의무감을 갖고 시작했다.

연구와 여성운동을 병행하면서 어려운 점은
교수에게 중요한 건 시간이다. 많이 읽고 많이 연구해야 하는데 여연대표로서도 활동하다보니 시간이 부족하다. 그럼에도 운동을 병행하는 것은 실천이 결여된 연구는 사회를 변화시키는데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운동을 통해, 연구생활만으로는 배울 수 없는 겸손한 삶의 태도나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배우게 됐다. 여연대표 임기가 끝나면 여성운동의 바탕이 되는 이론을 생산하는데 집중할 생각이다.

여성운동을 하면서 학계와의 마찰은 없었나
나는 취직을 한 상태에서 여성운동을 시작하여 특별히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다. 80년대만 해도 확실히 학계에서는 여성운동을 병행하는 사람들을 주변화시키는 경향이 있었다. 20여년이 지난 지금은 여성문제가 많이 사회공론화 됐기 때문에 학계에서도 인식하고 있고 인정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활동하는 사람들은 드물다. 우리 학교 여성학 연계전공도 학생들에게 호응받고 있지만 폐강될 위기에 처해있다.

차기 여성부 장관으로 거론되고 있는데 여성부 장관으로 활동할 생각은 없나
그동안 여연대표들이 여성부 장관으로 활동하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는 사례가 많아져 거론된 것뿐이다. 이런 여성운동단체 대표의 국회나 정부 활동에 대한 비판도 있다. 정부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지 못하고 관료화된다는 것이 그 이유다. 하지만 현재 정부에서 생산하는 여성정책은 실질적인 예산이 투입되지 않고 있어 여성들에게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런 상황에서 여성운동계 인사들이 여성부 장관이나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는 것은 실제로 여성의 권익을 신장시키는데 기여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총선에서 의도적으로 보수적 여성국회의원이라도 수를 늘리려고 노력했던 것이다. 이에 대한 지적도 많지만 일단 수부터 늘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들의 활동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활동도 중요하다.

사회운동에 참여 해야하는 이유는
한 달에 70,80만원을 받으면서도 매일 야근하면서 열심히 활동하는 시민단체 사람들을 보면 안타까울 때가 많다. 하지만 그들이 그렇게 열심히 활동했기에 여성운동이 크게 발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국가나 정치가의 힘만으로는 개혁이 불가능하다. 시민들의 참여, 감시, 견제가 필요하다. 현재 삶의 방식대로는 지속가능한 발전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그 피해자는 결국 우리가 될 것이다. 이 점을 명심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