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영진 기자 (nowitzki@skku.edu)

티(multi)는‘많은, 여러’의 뜻을 가지고 있는 영단어이다. 이는 어느 하나에 안주하지 않고 여러 분야와 교류해서 자신을 발전시킨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그런데 요즘에는 사회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멀티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게 됐고 그만큼 이 멀티의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거-불과 몇십년 전-에는 전문성과 분업이 중시됐기 때문에 어느 한 분야만 집중적으로 파고 들어가면 성공할 수 있었다. 하나의 학문, 한 분야의 사업, 그리고 하나의 포지션만 지키면 충분했다. 하지만 요즘은 달라지고 있다. 사회 여러 부분에서 멀티가 이뤄지고 있다. 그리고 디지털 혁명으로 대표되는 21세기에는 이런 추세에서 자신의 분야와 연관있는 곳과‘멀티’를 하면서 자신의 활동 영역을 키우는 사람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멀티 경향은 학문-산업-예술-스포츠 등의 여러 분야에서 가속화되고 있다. 기존부터 멀티현상의 나타났던 학문인 경제학, 공학은 물론, 독자적인 학문이라 여겨졌던 분야에서도 멀티에 의한 통합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요즘 주목받고 있는 나노(NANO : 10억분의 1미터라는 뜻)기술은 물리학-화학-재료공학 등이 멀티를 이뤄야 하는 학문이며 이와 비슷한 현상이 인문, 자연계의 타 분야에서도 가속화되고 있다. 다른 학문을 이용해 자신의 학문을 발전시키려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멀티가 진전되지 않았다면 세계적인 예술가 백남준 씨의 비디오아트(VIDEO ART)는 생기지 않았을 것이며 한 산업, 나아가 세상을 바꿔 놓은 기발한 상품은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두 가지 이상의 포지션을 소화해내는 멀티플레이어들의 등장은 스포츠를 상당 부분 변화시켰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우리 나라의 월드컵 4강 진출이다).

멀티로 대표되는 일련의 변화를 볼 때, 우리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은-확실하지는 않더라도- 어느 정도 보이는 듯 하다. 우리 자신이 어느 분야에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 연관 분야에서‘멀티’를 시도하면 남보다 앞서나갈 길이 보일 것이다. 작년 8월에 만난 삼성종합기술원 임관 회장은 기자에게“앞으로는 파이(π)형 인재가 돼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임 회장은 인재의 유형에는 한 가지에만 집중하는 경우(I형 인재)와 여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파이형 인재가 있는데 현재는 후자가 대세를 이룬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비슷한 양쪽에 다리를 걸쳐 자신을 발전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실제로 임 회장 자신의 원전공은 기계공학이지만 생체역학 등의 여러 학문도 공부하며 명망을 쌓아온 케이스다). 이는 엔지니어의 일만이 아니다.

신이 진로에 대한 확실한 계획을 세웠다면 연관분야-혹은 관심분야-와 멀티를 시도해 보자. 상황에 따라서 모험이 될 수도 있고 성공가능성을 확신하기 힘들수도 있지만 어떤 방향으로 변할지 모르는 사회에서 돋보이기 위해서는 멀티가 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