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자 도서관, 시각 장애인들에게 등불 돼

기자명 강선아 기자 (viariche@skku.edu)

잔잔한 지면에다 손을 담근다. 페이지마다 꾹꾹 찍혀있던 글자들이 숨을 쉰다. 손가락이 지나는 행간마다 글자들은 가슴에다 등불을 켜고, 지평선에 서서 나는 아득히 눈을 뜬다. 
                                                                         - 신민철의 점자책을 읽으며 中에서

손끝으로 책을 읽는 사람을 본적이 있는가? 앞을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들은 점자로 이뤄진 책을 읽는다. 시각장애인들에게 점자책은 단순한 책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책를 통해서 세상과 만나고 세상을 알아가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인들이 점자책을 통해 세상과 만나는 중심에 한국점자도서관(관장:육근해, 이하:점자도서관)이 있다. 강동구 암사동에 위치한 점자도서관은 1969년 시각장애인이었던 육병일 초대관장이 한국 최초로 세운 점자도서관이다. 처음 설립되던 때는 기본적으로 일반인보다 정보에 늦은 시각장애인들이 책을 가까이 하지 못해 더 소외당하던 시절이었다. 이 때 육병일 관장은 시각장애인들의 지식의 눈을 밝히고 그들의 알 권리와 읽을 권리를 찾아주기 위해 전 재산을 털어 점자도서관을 만들었다.

점자도서관은 지하1층, 지상3층의 건물로 세워져 점자책의 제작부터 보관, 대출의 업무를 하고 있다. 지하1층과 지상1층에서는 점자책을 제작하며, △도서의 선정 및 입력 △점자변환 △점자 프린트로 인쇄 △원판제작 및 인쇄 △제본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이곳에서 이뤄진다. 2층에는 약 2만권의 점자 도서가 보관돼 있다. 일반 책 한 권이 점자책으로 만들어지면 5∼6권이 되고, 책을 보관 시 점자가 변형되지 않도록 하려면 도서보관대가 많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이동하기에 불편한 전국의 시각장애인에게 우편을 통해 책을 빌려주기 때문에 책을 열람하는 곳은 없다. 3층에서는 점자책 이외에 테입이나 CD를 이용해 녹음도서를 만든다. 이러한 녹음작업은 성우나 일반 주민들의 봉사활동으로 이뤄진다.

점자도서관은 시각장애인에게 점자책과 녹음도서를 대출하는일 뿐만 아니라 저시력의 5, 6급 장애인, 수족을 사용하지 못하는 중증장애인 등 독서장애인도 정보를 얻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삶의 보조역할을 하고있다. 또 다양한 지식을 전달하기 위해 유아용 교재나 음악 교본, 식물 도감 같은 촉각도서를 개발·제작하고 있다.

하지만 점자도서관은 국가가 운영하는 도서관이 아니기 때문에 도서관 설립이후 계속해서 재정난을 겪었다. 점자책을 만드는 비용은 일반책값의 5∼6배가 드는데 현재 국가에서 받는 지원은 전체예산의 10%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는 많은 후원과 봉사활동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와 관련 육근해 관장은 “국가에서 점자도서관을 만들고 운영해 80%이상의 지원을 해야 한다”며 “연간 간행물의 10%를 점자책으로 만들어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육 관장은 “점자도서관은 시각장애인을 비롯한 독서 장애인에게 유아 때부터 노인이 될 때까지 평생교육의 장이 되야 한다”며 “실질적으로 정보를 쉽게 습득할 수 있도록 점자책을 비롯한 각종 책을 연구 개발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점자:1913년 제생원 맹아부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던 송암 박두성 선생이 만들었다. 7년여 기간의 연구 끝에 1926년 11월 4일 훈맹정음(눈먼 사람들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으로 발표했다. 총 6(3×2)개의 점을 기본자로 자음하나 모음하나를 풀어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