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올해로 18번째를 맞이하는 한국여성대회가 지난 10일 대학로에서 열렸다. 따스한 3월의 오후 햇살만큼이나 행사에 참가한 단체들과 일반 시민들의 어우러짐은 활발하게 이뤄졌고 행사의 볼거리 또한 풍성해 지나가는 시민들의 발길을 붙들었다. 이번 행사는 대회 개최 사상 가장 많은 수의 참여를 이끌어냈다는 평가와 함께 여성운동가만의 운동이 아닌 활발한 시민들의 참여가 함께 했다는 사실로 특징지어질 수 있다.
일제의 탄압을 딛고 1985년에 부활한 여성대회는 가정과 사회에서 소외당해 온 여성들이 한자리에 모여 여성의 현실을 위해 선정한 과제들을 공유하고,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여성들의 운동 의지를 불태우는 자리이다.
이날 행사에서는 ‘성매매방지법 제정, 호주제 폐지, 보육의 공공성 확보’의 세가지 슬로건을 내세웠다. 현재의 여성계 현실에서 가장 민감하고도 중요한 사안인 만큼 문제해결의 귀추가 주목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행사의 주체인 여성연합이 올해 여성권익에 대한 디딤돌과 걸림돌로 작용했던 사건을 발표한 것은 산적해있는 문제만큼이나 눈길을 끄는 대목이었다. 여성 장애인 성폭력 재판에서 장애 특성을 고려한 판결을 내린 고등법원과 58년 여성정년차별을 철폐하고 재고용을 쟁취한 노동조합 등은 분명 여성으로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권익 향상의 주역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날 행사에 참여해 양성평등의 세상을 부르짖은 참가자들이 앞으로 만들어 나갈 양성평등세상의 숨은 디딤돌이 아닐까. 이와는 반대로 올해에도 어김없이 여성권익을 가로막는 걸림돌은 여전히 존재했다. 도지사의 권력을 남용해 여성단체장을 성추행한 제주도 지사와 군산 대명동과 개복동 화재참사의 책임을 회피하려한 군산 경찰서장과 군산시장 등은 우리가 양성평등의 세상으로 걸어나가기 위해 뽑아야할 걸림돌이었다.
부푼 마음을 안고 다음 날 조간 신문 한구석의 조그마한 행사 사진만을 접했을 때의 허전함은 앞의 사건만큼이나 뿌리깊게 박혀있는 여성에 대한 무관심과 편견이 얼마나 큰 걸림돌인지 깨닫게 해줬다. 우리 마음속에 존재하고 있는 고정관념의 막을 벗겨내지 않는다면 그 날 그토록 부르짖었던 양성평등의 세상은 한낱 구호에 그치지 않을까. 한명숙 여성부 장관의 말처럼 여성이라는 이름만으로 차별 받지 않는 세상을 기대해본다.
염희진 기자 salthj@mail.skk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