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학부 지상철 교수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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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여름, 군 제대를 얼마 앞두고 학교에 와서 교수님들과 앞으로의 진로에 대하여 상담을 할 때 사실 무엇을 할 것인지는 이미 학교에 다닐 때 정해놓은 상태이었다. 지금은 없어져 경영관의 일부가 되어 버린 명륜동에 있던 약대 지하실에 위치한 제제부에 틀어박혀 4년 내내 이것저것 만들어 보면서 약제학이란 학문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다.

그때 학교 다닐 때부터 많은 도움을 주셨던 교수님 한분이 학교에서 후학을 가르칠 것을 권해주셨고 그러자면 앞선 학문을 더 많이 공부하기 위하여 유학을 떠날 것을 권유해 주셨다. 하지만 당시 나의 형편으로는 경비가 적지 않게 들어가는 유학 생활을 계획한다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 끝에 일단 회사에 들어가서 경험도 쌓고 유학 경비도 마련할 겸 동아제약의 중앙연구소에 취직하게 되었다.

앞서 언급한 약제학이라는 학문은 약대 고학년이 아니면 약대 학생들에게 조차도 익숙하지 않은 학문이다. 학문이 발달함에 따라 많은 교과목들이 서로 다른 학부에서도 교차 개설되고 있지만 약제학은 아직도 약대내에만 존재하는 특수한 학문이기 때문에 다른 학부의 학생들에게는 특히나 생소한 학문이다.

사람의 질병을 치료하는데 약물이라는 것을 사용한다. 이러한 약물들은 합성을 한다든가 천연물로부터 추출한다든가 하는 여러 가지 방법을 이용하여 만들어진다. 이렇게 개발된 약물은 환자에게 그대로 투여되는 것이 아니다. 약국에 가보면 알 수 있듯이 쌀과 같은 곡식을 팔듯이 약을 양동이나 바가지에 넣어 놓고 환자에게 숟가락으로 떠서 팔지 않는다. 어떠한 일정한 형태로 된 제품으로 준다. 정제, 캡슐제, 시럽제, 연구제, 주사제, 패취제 등 여러 가지의 형태를 가진 제품을 판다. 이것을 제형이라고 한다. 이 제형을 만드는 학문이 제제학이라 한다.

새로운 약이 개발되었을 때 바로 어떤 제형으로 만들지는 못하며 이 약물의 여러 가지 물리화학적 특성 등을 평가한 결과를 가지고 제형을 결정하며 이것을 연구하는 학문이 물리약학이다. 이외 약국에서 약을 받을 때 몇 개를 몇 시간 마다 복용하라는 복약지도를 받게 되는데 이와 같이 복용하는 약물의 양과 복용 시간 간격 등에 관련된 것을 연구하는 학문이 약물동력학이다. 이 물리약학, 제제학, 약물동력학을 통 털어 약제학이라고 한다. 약제학을 공부하고자 하는 대학원생들에게 꼭 해주는 조언이 있다. 

약제학은 경험과 이론을 겸비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제형을 만드는 이론만으로 되지 않는 것이 약제학이며 경험이 풍부한 현장직원들이 잘 만들어 놓고도 제대로 된 것인지를 알 수 없어 난감해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와 같이 경험만으로도 되지 않는 것이 약제학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우리 연구실에는 회사 연구실이나 현장에서 몇 년씩 근무하다가 공부하고자 들어오는 늦깍이 대학원생이 많다.  경함만으로는 한계를 느껴 이론을 공부하고자 하는 연구원들이다.

동아제약에 취직한지 몇 년 후 다행히 회사에서 지원해준 덕택에 어렵사리 모교에서 석사까지 마치고 드디어 미국으로 유학길에 올랐다. 국내 최고의 시설을 갖춘 연구실에서 수년간 근무한 덕택에 미국에서의 공부는 그다지 힘든 편은 아니었으며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한 덕택에 3년이라는 단시간에 박사학위를 딸 수 있었으며 그 뒤 1년반 동안의 포스트닥 생활을 거쳐 1991년에 드디어 모교에 들어오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