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나는 TV 오락프로그램을 즐겨보는 애청자이다. 주말 한가한 시간에 보는 오락프로그램은 주중의 무겁고 딱딱함에 지쳐있던 나에게 잠시동안의 활력소가 되었다. 그냥 보고 있노라면 아무 생각 없이 웃을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아주 값싼 ‘오락기’가 바로 TV 오락 프로그램인 셈이었다. 하지만 대학생이 되어 어느 정도 ‘비판의 눈’을 가지기 시작하자 나에게 오락프로그램은 참을 수 없을 만큼 가벼운 존재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토요일 황금시간 대에 TV를 틀면 비슷비슷한 연예인들이 여기저기서 나와 인신공격과 자신들의 치부를 드러내는 이야기로 일관하며 엽기적인 행동과 개인기로 프로그램을 때우려는 모습들. 거기에 어떠한 창조적인 노력이나 연습은 담겨져 있지 않다. 단지 주어진 입담과 끼, 그리고 개인적인 친분만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시청자는 구경꾼이 될 뿐이다. 음악성 있는 가수가 대중의 인기를 얻기 위해 개인기 연습에 매달리는 것이 마치 대단한 사건인양 여기저기서 보도되는 모습을 보면 왠지 어디론가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느낌마저 든다.
자꾸 옛날 어렸을 때 봤었던 코미디 프로가 보고 싶어진다. 적어도 그 당시 오락프로는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와 비판으로 서민의 애환을 달래주던 구실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젠 기존의 형식을 벗어나려는 새로운 시도를 한 몇몇 프로그램조차도 타사와의 시청률 경쟁 때문에 예전의 진흙탕 싸움으로 다시 뛰어들고 있다.
이제 우리는 이렇게 무분별하게 범람하고 있는 오락프로그램의 편성비율을 낮춰야 할 때가 왔다. 50%의 육박하는 오락프로그램은 그것을 채워 넣을 다양한 소재와 형식이 없는 한, 소재의 빈곤으로 인해 나타나는 악순환의 고리를 벗어날 수 없다. 그리고 제작환경 개선을 위한 방송사측의 지원이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 현재 오락프로그램의 구성작가들은 거의 20대여서 다양한 세계를 미디어 속에 재구성시키고 있지 못하다. 오락프로그램이 여러 세대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다양한 소재와 형식을 개발하려면 연륜 있는 제작자와 참신한 제작자들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시청자는 제대로 된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
염희진 기자 salthj@mail.skk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