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형진 편집장 (rioter@skku.edu)

지난 주 우리 학교에선 607주년 건학기념제(이하 : 건기제)가 열렸다. ‘POS(Pride Of Skku)’라는 축제 모토에서 볼 수 있듯이 이번 건기제를 통해 총학 측은 “607년의 오랜 전통을 이해하고 성균인으로서의 자부심을 상기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리 학교의 건학기념일인 9월 25일은 607년 전의 그 날이 아니라 1946년 개교식을 거행한 날이다. 그럼에도 이번 건기제에서는 우리 학교 607년의 역사연보와 간단한 사진 전시가 열렸을 뿐 건학의 의의와 설립자인 심산 김창숙 선생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보고 되새겨보는 자리는 없었다.

지금으로부터 2년 전, 본지에는 ‘심산 김창숙 선생 기념관(이하 : 기념관)’에 관한 기사가 실렸다. 심산 김창숙 선생 기념사업회(이하 : 기념사업회)와 서울 서초구청이 주도로 기념관을 건립하려 한다는 내용이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지상 3층, 지하 2층의 규모로 지어질 예정이었던 기념관은 △심산 선생 기념홀 △독서실 △한문학 연구소 △10만 권 규모의 한학 도서관 △6백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국제 학술회의장 등 구체적인 배치까지 이미 결정된 상태였다. 또 이에 대해 사회각계각층에서 한문학 서적과 지원금 등도 기증받았다.

그러나 2006년 완공 예정이던 이 기념관은 현재 공사조차 들어가지 않은 상태다. 이유는 예산부족 문제였다. 당초 2백억 가량 예상됐던 예산중 60억정도를 국고로 지원받고 나머지를 서초구청과 기념사업회 측에서 마련해야 했지만 둘 사이에 의견차가 있어 현재까지 아무런 진전이 없었고 국고 지원금도 받을 수 없는 형편이 돼버렸다. 결국 기념관은 언제 지어질지 갈피를 잡지 못한채 논의도 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상황이 이렇게 되도록 우리 학교는 무엇을 했을까? 물론 우리 학교가 주도적으로 이끈 사업은 아니지만 설립자이자 초대 총장의 기념관을 건립하는데 학교당국은 지원은커녕 관심조차 갖지 않고 있다. 기념사업회 관계자도 “아직 진행상황이 없어 학교 측이 앞장서 추진할 입장은 아니지만 사업에 대해 알고 있음에도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렇듯 학교와 학생들의 심산선생에 대한 관심은 점점 줄어드는 듯하다. 이미 지난 03년 본사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심산 김창숙 선생님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이름만 아는 정도다' 라는 대답이 전체의 52.36%를 차지했고 ’이념이나 사상 등을 정확히 알고 있다'라고 대답한 학생은 전체의 약 6%, 심지어 ‘전혀 모른다’도 6%를 차지했다.

심산은 단순히 우리 학교의 설립자가 아니라 우리나라 근대사에 한획을 긋는 마지막 선비요, 우리 학교의 정신적 상징이다. 학교 측은 매년 신입생들에게 심산 관련 책자를 나눠주고 심산사상연구회에도 어느 정도 지원을 하지만 타대의 그것에 비하면 규모나 지원에서 미비한 실정이다. 그 어느 학교보다 자랑스럽고 떳떳한 설립자를 가진 만큼 학교 측이 심산선생과 관련된 여러 가지 행사와 홍보에 보다 적극적이고 가시적인 노력을 보여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