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과 송하나 교수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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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게 줄어든 출산율에 대한 우려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람들 가치관의 변화 때문일까? 아니면 계속되는 사회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나타나는 일시적 현상일까? 혹은 사회적 현상으로 베이비 붐(baby boom) 이후 출산율이 급격히 저하되는 베이비 버스트(baby bust)가 다른 형태로 나타난 것인지도 모른다. 혹자는 젊은 세대들이 이기적이고 인내심이 없다고 하지만 그보다 이 모든 이면엔 ‘살아간다는 것’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그 무게에 지레 눌려 번식하려는 본능을 포기하려는 인간의 연약함이 있는 게 아닐까?

과거 아동학에 대한 인식은 아기를 성인이 되기 전까지 보호하고 양육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제 아동학은 영아기에서부터 아동기, 청소년기, 성인기 노년기까지 전 생애 동안 인간에게 일어나는 모든 생리적, 정신적, 사회적 현상을 다루는 학문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거울에 비치는 지금 내 모습은 타고난 성격, 어린 시절 부모님들과 주위 사람들에게 받은 애정과 경험, 성장하는 동안의 사회적 변화 등을 담고 있는 복합체다. 그렇기 때문에 방황하는 청소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주변의 환경뿐 아니라 과거 아동기의 경험과 상처를 돌아보아야 하고 직장 적응의 문제로 고민하는 성인들이 어린 시절부터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아동과 관련된 부모의 행동과 심리, 성인 자녀와 노년기 부모 등은 얼마나 우리에게 가까운 문제인가. 이처럼 아동학은 심리학, 교육학, 사회학, 생물학적인 기반 위에서 아동이 어떻게 성장하며 그것이 이후 청소년기, 성인기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다룬다. 즉, ‘한 생애를 살아가기’는 아동학의 주제다.

아동학의 가장 큰 학문적 매력은 개인이 살아가면서 부딪히고 고민하는 실제적 삶의 문제를 다룬다는데 있다. 삶의 고민을 피해갈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머나먼 타국에서 언어의 장벽으로 자신감이 없어질 때, 학업에 쫓겨 밤샘을 하고 심신이 지칠 때 사춘기를 심하게 겪는 소녀처럼 ‘스트레스 없이 정말 정서적으로 행복하고 건강하게 하루를 지낼 수 없을까’하고 번민하던 것이 내 박사 논문이 되었고 사회정서적 능력과 정신 건강과의 관계는 현재의 연구 주제가 되었다. 이처럼 아동학의 학문적 영역이나 진로 또한 삶의 문제와 관련된다.

현재 아동학에는 발달 과정을 이해하고 인지 사회적 발달 문제를 다루는 아동 발달 심리, 미래지향적인 교수법을 연구하는 유아교육, 문학과 미디어 매체를 다루는 아동 도서 및 미디어, 아동의 인권에 기초하여 장애 아동의 상담과 치료를 다루는 아동 상담 및 임상, 마지막으로 아동 창의성 연구 등의 다섯 영역이 있으며 전문가에 대한 수요가 지난 수년간 가장 빠르게 증가한 분야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우려되는 부분이 없진 않지만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라는 프로그램이 아동과 가족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높이는데 기여한 부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건 다른 면으로 그만큼 아동과 가족을 다루는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런 미디어의 영향이 아니더라도 세상이 험하고 어려울수록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한 삶을 살도록 다음 세대를 양육하는 것은 귀중한 일이다. 동글동글하고 몽실몽실한 아기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빙그레 웃음이 나오고 이 아이가 얼마큼 훌륭한 사람으로 자랄까 하는 희망적인 기대를 할 수 있는 것은 바보스러워 보일지 모르지만 정말 즐겁고 행복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