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조원국 기자 (ok224@skku.edu)

성대신문 1면에 실린 수습기자 합격자 명단 중 끝에서 두 번째, ‘조원국(인과계열1)’. 드디어 성대신문 수습기자가 됐다. 꿈에도 그리던 그 이름, 수습기자. 예상보다 훨씬 높은 난이도로 나를 당황시켰던 논술고사와 면접, 그리고 다른 지원자들과 경쟁해야 했던 예비 트레이닝 과정을 마친 뒤 얻은 것이라 더 달콤했다. 이제 내 앞에는 대학생의 열정을 불태울 멋진 기자의 길이 펼쳐져 있는 줄로만 알았다.

환상은 곧 깨졌다. 왜냐하면 나의 예상과 달리 ‘수습기자’라는 명칭의 핵심은 ‘기자’가 아닌 ‘수습’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아직 기자로서 하는 일보다는 잡무가 많고, 신문사를 배우는 데 중점을 둔다는 것이다. 그러나 예비 트레이닝보다도 5배는 더 ‘강력해진’ 수습기자 트레이닝은 내가 수습기자의 허접한 업무에 실망할 틈도 주지 않고 몰아쳤다.

인터넷 성대신문의 장단점에 대해 조사해오는 과제 정도는 장난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삼성 재단의 정당성과 효용성에 대한 격렬한 토론, 지금 생각해도 머리가 아파오는 언론관 교육은 날 지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아침 트레이닝 때 받은 과제를 저녁 트레이닝 시간까지 해가야 하는데 그 날 수업이 3개인데다가 과제라도 있을라치면 그야말로 ‘오늘도 대충 수습하며 사는’ 상황을 연출할 수밖에 없었다. 아침 8시 30분부터 정신없이 바쁘게 하루를 보내고 저녁 트레이닝까지 모두 마친 후 10시도 넘어 집에 도착하면 내가 무슨 부귀영광을 누리자고 이 고생을 하고 있는 건지 진정 궁금했다.

그런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렇게 매일 ‘대충 수습하며’ 바쁘게 살아온 하루하루가 너무나 그립다. 태어나서 처음 제대로 된 토론을 하면서 얻은 지적 포만감, 내가 잡아온 성균마당과 은행잎편지가 나온 신문을 볼 때 느끼는 뿌듯함. 그토록 열정적으로 사는 날들이 내 인생에 다시 올까 싶다.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 때도 알았더라면 마음껏 그 ‘열정의 고통’을 즐길 수 있었을 것을. 그러나 인생은 아무리 후회 해봐도 소용없는 법, 이제 수습기자 시절에 느꼈던 열정을 자양분삼아 지금 내 앞에 펼쳐진 길을 향해 힘차게 한 발짝 내딛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