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지연 편집장 (idealist13@skku.edu)

언론의 역할은 흔히 개에 비유되곤 한다. 권력에 아부하는 ‘애완견’, 권력을 감시하는 ‘감시견’그리고 권력을 공격하는 ‘투견’이 바로 그것이다. 이중에서 언론이 가져야 할 가장 바람직한 자세는 감시견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언론의 역할과 관련해 언론인 핀리 피터 던(Finley Peter Dunne)은 감시견의 원칙을 “고통받는 자를 편안케 하고, 편안한 자를 고통받게 하는 것”이라 말했다. 고통받는 자를 편안하게 한다는 감시견의 원칙에 대해서는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그러나 ‘편안한 자’에게는 감시견의 원칙이 달갑지만은 않을 것이다. ‘편안한 자’와 언론의 긴장과 대립, 이 때문에 언론이 수행해야 할 감시견의 역할은 험난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난 2일, 동덕여대에서 ‘동덕여대 학보사 탄압에 대한 대학언론 행동의 날’이라는 기치 하에 집회가 열렸다. 학교측의 탄압에 저항하던 동덕여대 학보사가 주축이 돼 여러 학보사 기자들이 모여 집회를 연 것이다. 전국 44개 학보사가 동덕여대 학보사의 투쟁에 지지할 것을 밝혔고, 이날 집회에도 전국대학기자연합을 비롯해 수도권 지역 10여 개 학보사 기자들이 참여했다.

이번 동덕여대학보 사태는 지난해 9월, 총장 취임 1년을 평가하는 설문을 실시하고 이에 관련해 ‘손봉호 총장, 학교운영 F학점'이라는 기사를 게재한 것이 발단이었다. 이 기사가 게재된 후 몇 가지 사유로 주간교수가 해임됐고, 기자들은 이에 항의하는 사설과 기사를 실었다. 그러나 이 신문은 학교측의 제재로 제호를 삭제해 학교 밖에서 배포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 동덕여대 학보사는 16명의 기자 전원이 해임된 상태다.

학보사는 학교의 부속 기관으로 운영 돼 학교의 지원에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기 때문에 일간지와 같은 독립적인 언론기관으로서의 위상을 갖기에 모호한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때문에 언론기관으로서 마땅히 감당해야 할 감시견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그 모호한 부분을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언론의 역할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해결해서는 안 된다.

학보가 바로 서기 위해서는 언론으로서 수행해야 할 역할을 충분히 실천할 수 있는 환경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이러한 환경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학생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일반 학생들의 토론과 주장을 통해 여론이 형성되고 학생자치활동에 대한 참여가 활성화됐을 때, 학내언론기관 또한 그 위상을 바로 세울 수 있다. 흔들리고 있는 학보의 위상을 바로잡기 위해 기자들이 투쟁을 외칠지라도 학우들이 무관심하다면 현실의 한계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한 학기를 시작하는 개강호를 제작하고 있는 지금, 올 한해 성대신문이 감시견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할 수 있길 소망해본다. 투견과 같은 적대적인 모습을 보이거나 홍보지 수준의 애완견이 될 것이 아니라 진짜 ‘감시견’으로서 기능하길 바란다. 이러한 본인의 바람과 18명 성대신문 기자들의 노력이 공허한 외침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의미 있는 결실을 맺을 수 있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