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지연 편집장 (idealist13@skku.edu)

주변을 둘러보면 누구 하나 바쁘지 않은 사람이 없다. 같은 캠퍼스에서 생활한다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얼굴을 보기 힘든 사람이 하나 둘씩 늘고 있다. 수업 가는 길에 우연히 만난 친구와 짧은 대화를 나눌 때, 서로의 변화된 상황이나 사소하게는 달라진 머리 모양에서까지 ‘낯설음’을 느낀다. 시간에 쫓겨 인사를 나누며 돌아설 때, 바쁘다는 핑계로 사람들에게 무심해져 가는 모습에 약간의 짜증을 느낀다. 이제는 익숙해질 만도 한 대학생활, 자꾸만 늘어가는 생활 속의 분주함은 아직도 익숙하지 않다.

사실 이러한 분주함은 스스로 자초한 탓이 크다. 마음가는 일들을 다 내 일로 만들어버렸으니 24시간이 빠듯할 수밖에 없다. 이 모든 상황의 시작을 돌이켜 생각해본다. 시작할 때는 바로 내가 선택한 것, 그것 하나만 시작한 것이라 생각했다. 하나씩 선택했다. 그리고 또 하나를 선택했다. 그런데 또 다른 것에 자꾸만 눈이 갔다. 스스로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내 눈은 자꾸 새로운 것을 바라고 있었다. 이렇게 바쁘게 살고 있는데도 “지난주에 뭐했느냐”는 물음에 막상 할 말이 별로 없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지난주에도 분명히 살아있었는데 기억이 안 나네”라고 농담처럼 대답하지만 순간 속이 뜨끔해 진다. 분주함 속에서 내 자아는 혹시 죽어있었던 것이 아닐까.

성과를 중시하는 시류 때문인지 대학생도 경력을 쌓는 데에서 자유롭기 힘든 것 같다. 경험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대학생 때 다양한 경험을 하라’는 식의 독려는 이제 식상하게 느껴질 정도다. 혹시 대학생들은 무엇인가 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으로부터 쫓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려서부터 꿈꿔온 것들을 이뤄내겠다는 의지, 새로운 것에 도전해보고 싶은 욕심이 끊임없이 스스로를 재촉하게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바쁘게 살아가는 친구를 보면서 나는 왜 저렇게 치열하게 살고 있지 못한가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우리네 대학생들은 각자 현재 살아가고 있는 모습은 다르지만 내가 할 무엇인가를 찾기 위해 때로는 분주함을 때로는 공허함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나이 서른에 우린 어디에 있을까’라는 노래가 있다. 첫 소절만 흐릿하게 기억이 나는 곡이었는데, 며칠 전 오래간만에 노래를 다시 듣게 됐을 때 한 구절을 더 외우게 됐다.‘나이 서른에 우린 무엇을 사랑하게 될까 젊은 날의 높은 꿈이 부끄럽진 않을까 ’현재 나는 무엇을 사랑하고 있는 것일까 또 무엇을 사랑하게 될까 그리고 무엇을 위해 살아갈까. 고민의 연쇄고리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안치환은 그의 노래 ‘우리의 꿈이 있다면’에서 멈추지 않는 꿈이 있는 한 우리의 삶은 승리할 것이라 노래했다. 대학생 시기에 느끼게 되는 분주함과 공허함, 수많은 고민들-이 모든 것이 꿈을 위한 것이라면 안치환이 노래한 것처럼 우리의 삶은 승리할 수 있는 것이리라. 이렇게 끊어지지 않을 것 같은 고민의 연쇄고리를 정리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