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창성(기계) 교수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전공:응력해석 및 재료강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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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3학년 때 명륜캠퍼스에서 지금의 자연과학캠퍼스로 옮겨와 학교를 다녀야만 했다. 초창기의 자연과학캠퍼스와 주위의 환경은 열악하기 그지없었다. 현재의 대학원생 기숙사와 제1공학관이 전부였으며 기숙사의 매점을 제외하고는 학교 주위에 볼펜 한 자루 살 곳이 없었다. 지금은 상상이 잘 안되겠지만 자연과학캠퍼스 주위에 바람을 막아줄 아무런 장애물이 없던 그 시절, 겨울이면 유난히도 찬바람이 많이 불어 이 동네를 율베리아(율전+시베리아)라 불렀다. 지금은 아파트로 변해버린 율베리아의 서쪽 ‘윗밤밭’이란 동네에 두부공장과 조그만 시골 구멍가게가 있었는데 이 구멍가게에서 두부를 안주로 하여 막걸리 한 잔 마실 수 있는 것이 낭만의 전부였다. 이곳에서 밤새워 막걸리를 마시며 개똥철학에 대하여 토론하고 논쟁을 하곤 했었다. 다음날 술이 깨고 나면 무슨 이야기를 그리 진지하게 했었는지 대부분은 기억도 나지 않았다.

그 시절 자기주장이 강하고 절대 남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 친구가 있었다. 정치 이야기나 종교 이야기가 나오면 입에 거품을 물고 열을 내며 자기주장만 옳다고 끝까지 우긴다. 큰소리를 내고 싸움 직전까지 가기도 한다. 지금 생각해도 그 친구는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단편적인 지식을 가지고 세상의 모든 것을 평가하고, 자기 판단이 항상 옳으며, 자기가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친구였다. 남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고 다른 친구가 이야기를 하면 일단 부정을 하고 시작한다. 이 친구는 논쟁에서는 이겼지만 친구들에게 나쁜 이미지로 기억되었으며, 당연히 많은 친구들이 그 친구와의 술자리를 피하게 되었다. 단지 말주변이 모자라서, 목소리가 작아서, 논리가 약해서 논쟁에서 졌을 뿐 이 친구의 생각에 동의한 친구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사람들의 생각이나 주관은 논쟁 한 두 번으로 바뀌지 않으며, 나이가 들수록 더욱 안 바뀌는 것 같다.

요즈음 대학생들은 매우 똑똑하고 자기주장이 강하며, 의사 표현도 분명히 한다. 그러다보니 윗사람에게도 정면으로 대들고 논쟁을 하려고 하기도 한다. 대화에도 예의가 있으며 상대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기술이 필요하다. 내 말을 많이 하는 것 보다 상대방의 말을 많이 들어야 한다. 상대가 어른일 때에는 반드시 그래야 한다. 사람마다 살아온 환경이나 가치관이 다른 만큼 생각이 다를 수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상대방이 3번 말할 동안 1번 말하라는 이야기가 있다. 4명이서 대화를 한다면 전체 대화시간의 25% 이상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무조건 상대방의 말을 부정하지 말고 내 마음을 열고 항상 긍정적인 자세로 상대방의 말을  들어 주려고 노력해야 한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즐겁게 들어주면 그 사람도 마음의 문을 열고 내 이야기를 들어 줄 것이다. 그때에야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논쟁이 시작되었다면, 이기려고 하지 말고, 상대방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려고 노력해야 한다. 상대방을 이해시키지 못했다면, 설득하지 못했다면 논쟁에서는 차라리 지는 편이 낫다. 그러나 더 좋은 것은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이다. 논쟁에 이기고 상대방이 나를 원수로 생각하게 만드는 것 보다는 논쟁에서 지고 그 사람을 내편으로 만드는 게 진정한 승자일 것이다. 내가 이겼다는 승리의 쾌감을 느낄 때 상대는 나에게 적개심을 가지게 될 것이고, 내가 양보하여 논쟁에는 졌지만 상대는 나에게 미안한 감정을 가지게 되고 내편이 되어 있을 것이다. 누가 진정한 승자라고 생각하는가?